조선의 작은 예수 서서평
백춘성 | 두란노 | 252쪽 | 12,000원
선교란 무엇일까? '선교지 사람'이 되는 경우와 '선교지에 복음을 전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조선에 선교를 온 선교사들 중에서 조선을 사랑해서 조선인이 된 몇 선교사가 있다. 그들은 죽어서도 이 땅에 있고 싶었다.
가장 대표적인 선교사가 서서평(Elizabeth J. Shepping, 1880-1934)이다. 그녀의 사역을 보면 누구도 상상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창조, 추진, 그리고 성취가 있다. 서서평의 성공적 사역은 도전만이 아니라, 전 과정에서 심장을 압박한다.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할 때 개신교계에서 개신교의 역할을 교과서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기독교적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까닭 없는 행동은 아니다. 우리 사회 여러 부분에서 개신교 선교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 사회의 간호사와 여성 운동은 서서평을 빼고 논의할 수 없다. 서서평은 조선간호부협회를 조직했는데, 현 대한간호협회의 전신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간호협회와 구분했고, 외국 간호사들을 규합시킨 조선의 간호협회(조선간호부협회)를 만들어 국제간호사협회에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려고 시도했다(33쪽 외 여러 곳).
서서평을 읽는 것은 감당하지 못할 충격이다. 길지 않는 선교사의 행적(1912-1934)에서 낳은 열매가 너무나 크다.
서서평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서평에게 영향을 받은 후손들은 그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기록을 남겼다. 백춘성 장로(1913-2010)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백춘성 장로는 서서평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들을 수집해 <천국에서 만납시다(1980년)>를 집필했다. <조선의 작은 예수 서서평>은 백춘성의 유작으로, 두란노에서 서서평에 대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해 우리에게 소개했다.
서서평이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소개되어 인식되는 것은 큰 기쁨이다. 당시에도 있을 수 없었고, 물질만능주의인 지금 사회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웅담도 아닌 한 여인의 일대기이다.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강한 울림을 제공하고 있는 기독교적인 인생의 모습이다.
<조선의 작은 예수 서서평>에서는 일상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전해주고 있다. 전주에 한일장신대학교가 있는데, '한일'이 서서평과 관계된 이름임을 알려주고 있다. 미혼으로 사역했지만 가장 많은 자녀를 양육했던 조선의 어머니이다(14명의 입양, 38명 과부 보호).
교회에서 여전도회를 열심히 하면서 서서평을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얼마나 있을까? 여성을 조직화해 한국교회의 기틀을 세운 것도 서서평이 착안한 것이다. 그녀의 상상력, 추진력은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백춘성은 선교사의 성격을 '남성적'으로 제기하면서 미혼으로 설명했다(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사역의 힘과 범위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 예수께 붙들린 한 여인의 헌신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축을 형성시켰다.
백춘성의 <조선의 작은 예수 서서평>은 완전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서서평을 알 수 있도록 소개하는 저술로 유익하다. 서서평에 대해서는 양국주 선교사가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수준의 저술과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양창삼 장로, 양국주 선교사, 두 형제가 서서평 내한 100주년을 기념해서 각각 <조선을 섬긴 행복- 서서평의 사랑과 인생>과 <바보야,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야- 엘리제 쉐핑 이야기>를 펴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저술이 있다.
두란노는 백춘성 장로가 쓴 서서평의 인생 이야기를 다시 편집해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 독자들은 서서평의 삶을 읽으면서 주의 섭리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다. 독일계 미국인이 왜 조선 사람조차 버린 조선을 사랑하고 조선 사람이 되었을까? 어떻게 그런 사역을 할 수 있었을까? 답을 하려고 생각하기 전에, 잠시 질문에 잠겨 보기를 기대한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NOT SUCCESS, BUT SERVICE)."
고경태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주님의교회 담임, 크리스찬타임스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