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한 서울신학대학교 보육과 4학년 윤한나 씨(23)의 선행이 최근 SNS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윤 씨. 하지만 그런 당연한 일이 자꾸만 보기 힘들어진 지금이다. 현재 휴학 중인 윤 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 사건의 자초지종과 그녀의 신앙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윤한나 씨와의 일문일답.
"그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에 하나님께 기도했었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제 앞에 자전거를 탄 꼬마가 있었어요. 자전거 타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지 갈팡질팡했었죠. 그런데 반대편에서 자동차가 조금 빠른 속도로 우리 쪽으로 달려왔어요. 순간 운전자가 고개를 속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무언가를 떨어뜨려 그것을 주우려 하는 것 같았죠.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서 달려가 아이를 안고 옆으로 구르며 피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 몸이 긁히고 상처가 나 피가 흐르기도 했지만 일단 아이를 구하는 일이 먼저였어요.
놀란 아이 어머니와 운전자가 제게 괜찮은지 물으셨고, 저는 피가 나는 아이의 상처를 제 옷으로 싸매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많이 놀랐는지 과호흡 증세를 보였죠. 급히 주변에서 봉지를 구해 아이가 봉지호흡법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나요?
"누군가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그저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누구라도 당장 그 아이에게 달려가 아마 저와 같이 했을 겁니다. 하지만 두렵기도 했어요. '내 행동으로 나도 많이 다치고 아이가 만약 잘못되면 어쩌지?' '내가 괜히 나선 걸까?'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 그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에 하나님께 기도했었죠. '하나님,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제발 용기를 주세요'라고. 그리고 달려갔던 겁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아이를 지켜주실 거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그래서 아이를 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한나 씨의 선행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가족들도 몰라요.(하하) 이미 말했듯이 저 아닌 누구라도 했을, 너무나 당연한 일을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이 어머니께서 SNS에 글을 올리셨고, 저는 한참 뒤에야 친구들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부끄럽고 좀 창피하기도 했어요. 당연한 일이 너무 화제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런데 이번 일이 혹시 다른 이들의 마음에 선행의 동기를 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 인터뷰도 그래서 하게 된 겁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놓으면 안 된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로 진학하게 된 특별한 신앙적 동기가 있나요?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군인이 장래희망이라 고등학교 졸업 후 부사관에 지원하려 했었죠. 하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결국 그렇게는 못했고, 내 신앙을 지키고 이왕이면 훗날 내 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부를 하자는 생각에서 진학하게 된 거예요. 그러나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 탓에 1학년 초반에는 자퇴를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춘계수련회에서 학우들과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됐고, 다시 생각을 바꿨죠. 그 때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 몰라요. 그 뒤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됐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육학과 학생으로 훌륭하신 여러 교수님께 배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사랑하며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보육학과 친구들 덕분에 제가 한층 더 따뜻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웃음)."
-군인이 장래희망이었다구요?
"네, 어릴 때부터 그랬죠. 그 땐 제복이 참 멋있어 보였거든요. 절도 있고 규칙적인 생활도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다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라에 충성하는 대한민국의 군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 뒤로 제 꿈을 더 단단히 붙들게 됐죠.
나라를 지키는 모습은 저마다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의사로, 또 어떤 이는 교사로. 그러나 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앞장서서 목숨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들의 뒤를 따라,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 일에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죠. 국가 안보에 최선을 다하는 장교가 꼭 되고 싶어요."
-"요즘 젊은이들 참 불쌍하다"는 이야기, 주변에서 많이 들으시죠?
"저도 그렇지만 우리 청년들, 너무도 바쁘고 힘든 건 사실입니다. 청년 실업률은 끝 모르게 치솟고 있고.... 신앙을 가진 청년들도 흔들리니까요. 각박한 세상에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일이 뒷전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무슨 교회냐'고 하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놓으면 안 된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하나님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를 아셨고 이곳까지 이끄신 분이니까요. 그런 하나님을 우리가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요? 전 '널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말에 얼마나 울며 가슴을 치고 또 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연약한 저는 세상이 주는 만족감에 취해 하나님을 또 한 번 뒤로 하고 살아가기도 하죠. 그러다가도 끝내 돌아올 수 있는 건, 그런 절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붙드시는 하나님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겐 이 세상 아니어도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다'고, '세상에서 잘 되는 것보다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기쁨 누리며 살아가겠다'고.... 우리는 진정한 예배자가 돼야 합니다. 내가 있는 곳, 그곳이 어디라도 기도하면서 마음의 중심을 굳건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예수님의 향기를 품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자라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예수님의 고난, 단 얼마만이라도 느꼈으면..."
-이 세상에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특히 지금처럼 사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교회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며, 십계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장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인이 많으면 좋은 교회일까요? 재정이 넘치면 좋은 교회일까요? 해외 단기선교 보내주고 불쌍한 이웃들에게 큰돈을 기부하면 좋은 교회일까요? 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예배자가 모인 곳이 곧 교회라고 생각해요. 주님이 찾으시는 그 예배자.... 또한 교회는 세상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과 나누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진심을 가진 교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때론 누군가에게 어리석거나 배타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선 더욱 그럴 것 같은데, 이런 시대에서 기독교인으로 살기가 힘들진 않으세요?
"사실 많이 힘듭니다. 저는 요즘 사순절 기간을 맞아, 저녁 금식을 하며 묵상하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제 스스로도 많이 부서지고 흔들립니다. '그런 걸 왜 하느냐'는 말은 물론 그보다 더 심한 말도 듣곤 하죠. 그래도 제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고난을 단 얼마만이라도 느껴보고 싶고, 그래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좋은 것이 참 많죠. 돈, 명예, 권력....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해요. '교회가 대학 보내주니?' 또 가끔 술자리에서 '교회 다닌다고 하는 애들이 술을 더 잘 마셔요'라는 말도 듣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의 것은 결국 변하고 유한한다는 게 제 믿음이예요.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데, 그런 것에 집착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바로 연약한 우리의 모습이죠. 땅의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마음을 두는, 그런 사람으로 커가고 싶습니다."
-한나 씨는 하나님을 믿으면서 무엇이 제일 좋나요?
"세상에서 다치고 부서졌을 때, 어느 누구도 그런 제게 위로가 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죠. 그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아픔이 있다거나 너무 절박해서 그저 울 수밖에 없을 때.... 바로 그럴 때 제 눈물 닦아주실 하나님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어렸을 때 '교회도 잘 다녔는데 왜 아파야 하느냐'며 투정 섞인 원망의 기도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하나님, 나 사랑하세요? 나는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기도했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진정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사랑했던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뒤 깨달았죠. 모태신앙인으로 자랐지만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 뒤부터 제 마음이 달라졌어요. 감사를 알게 됐거든요. 살아 숨 쉬며 이 땅에서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지를."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비록 작은 일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주변이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에게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지를 말해주었으면 해요. '너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귀하고 소중한 하나님의 사람이야. 너를 통해 이 세상이 더욱 빛나고 있음을 잊지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