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목회자 성폭력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기윤실 제공
(Photo : ) 기윤실 목회자 성폭력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기윤실 제공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홍정길 목사, 이하 기윤실) 주최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경찰청이 공개한 지난 5년간(2011-2015) 전문직 종사자의 성범죄 조사 결과, 검거자 1,258명 중 종교인(평신도 아닌 종교지도자)이 450명(35.7%)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종교인 성범죄 검거자는 2011년 93명에서 2012년 87명, 2013년 96명, 2014년 93명, 2015년 111명으로 꾸준히 100명대를 유지해 의사와 변호사, 교수와 언론인, 예술인 등을 압도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염 대표(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종교인 성폭력의 실태와 과제'를 발표했다. 한 대표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발생의 용이성과 처리의 난이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 내에서 목회자와 신도의 관계는 절대적 위계관계이고, 이로 인해 성폭력의 발생이 용이해진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한국염 대표는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일 뿐, 은폐된 종교지도자의 성폭력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청의 통계가 아니라도 종교지도자의 성폭력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경험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국 사회의 경우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져서, 성폭력특별법이 1994년 제정되고 1999년 성희롱 규제가 입법되는 등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범죄'로 점차 바뀌고 있으나, 종교계에서는 여전히 '성직자로 불리는 한 종교지도자의 일탈행위' 정도로 취급받고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윤실 목회자 성폭력
▲한국염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기윤실 제공

 

뿐만 아니라 "종교지도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세상 법정은 물론, 종교 안에서 가해자를 처벌하지도 못한 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묻어 버리거나 오히려 '성직자를 핍박하는 악마의 세력'으로 박해받는 일이 허다하다"며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와 천주교 등 모든 종교지도자들에 의한 여신도와 아동 성폭력이 발생하고 그 정점에 기독교(개신교) 목회자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종교지도자들에 의한 성폭력은 소위 '영적 아버지'에게 당한 것이기에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일반 피해자들보다 더 깊다"고 밝혔다.

 

한국염 대표는 "교회 내 성폭력의 일반적 특징은 폭력 가해자인 목회자가 여성도를 강간 또는 성추행하는 것으로, 일반 성폭력과 달리 1회성이기보다 횟수가 상습적이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동기는 개인 상담이나 신앙 상담이 있고, 안수나 안찰 등 치유행위를 빙자해 일어나기도 하며, 죄 씻음 등 영적 체험과 결혼을 빙자한 강간도 있다"고 폭로했다.

한 대표는 "교회 내 성폭력은 목회자와 신도 간의 절대적 위계관계 속에서 일어나기 쉽다"며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절대적 위계관계 속에서 목회자의 성폭력 행위를 이상하게 느끼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한다. 가해 목사는 자신을 '영적 아버지' 혹은 '하나님의 대리자'로 인식하게 하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성경구절을 임의로 해석·적용해 '하나님 말씀이므로 거역하는 것은 불경스럽고 비신앙적'이라고 피해자를 매도한다"고 설명했다.

또 "교회 내 성폭력, 특히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은 개인 상담을 하거나 안수 기도 등의 명목으로 이뤄진다"며 "가해 목사는 자신의 행위를 '죄를 씻거나 마귀를 쫓는 등의 종교적 행위이며, 결코 성적인 것이 아니'라고 피해자를 세뇌하여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고 했다.

특히 '성경구절의 임의 해석 또는 오용의 예'로 △에덴동산은 벗고 있어도 수치를 몰랐다, 영적인 사람은 벌거벗고 있어도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아담에게 돕는 배필이 있었듯, 너는 나의 돕는 배필이다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듯, 가장 소중한 것을 주의 종에게 바치라 △야곱에게는 레아와 라헬 두 부인이 있었다, 너는 라헬처럼 목사를 섬기기 위해 부름받았다 △솔로몬이 2천 명의 궁녀를 거느렸듯, 나는 여인을 취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등을 열거했다.

'성폭력 사실이 드러났을 때의 성경 오용'에 대해서도 △다윗을 책망한 미갈은 불임의 저주를 받았고, 미리암도 동생을 비난하다 문둥병에 걸렸다. 주의 종의 말을 안 듣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면 하나님의 징계를 받는다 △피해자는 음란마귀가 씌어 목회자를 모함하고 있다 △여성들이 문제다, 그래서 성경에도 여성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말한다 △다윗이 밧세바를 범했어도 하나님께 용서를 빌었을 때 하나님이 용서해서 그대로 왕이 됐다. 회개하면 목사도 그대로 할 수 있다 등을 꼽았다.

 

기윤실 목회자 성폭력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기윤실 제공

 

한국염 대표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피해사실이 드러나면 대개 피해자가 교회 내 분파에 휘말려 이용당하기만 하고, 결국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교회를 쫓겨나게 된다는 점"이라며 "교단에서 해결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형사법에 고소하는 경우 오히려 피해자 측이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되기도 하고 실제로 패소해 실형을 살고 나온 사례도 있었다"고 보고했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후유증에 대해서는 "일반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순결 이데올로기에 의한 상처 등 일반적 강간 후유증 말고도 신앙적 혼란까지 겪게 돼, 영적으로도 그 결과가 심각하다"며 "피해자는 하나님을 대표하는 사람에 의해 배신당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과 교회에게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배신당하고 피해자가 되고 혼란스럽고 당황하며 두렵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큰 혼란과 죄책감 속에서 심리적 위기가 신앙의 위기로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목회자에 의한 여성 성폭력은 '근친강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데, 피해자들 대부분이 처음에 '하나님이 나를 특별히 사랑해서 그런 관계를 맺게 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 내 성폭력은 사실상 아버지가 자기 몸을 만지면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다고 착각하는 아이들과 마찬가지의 양태를 띠고 있다. 또 성경을 인용하지 폭력이나 위협을 동반하여 강제로 강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고 했다.

해결 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는 △교단 내에 성폭력 문제를 전담해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없고, 교회법 내에 성폭력 사건 처리를 위한 구체적 조항도 없다 △교단이 없는 교회의 경우는 처리할 방도가 없고, 대형교회의 경우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성도들의 목사 숭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교회 내 성폭력은 추방되지 않는다 △노회에 사건을 상정할 경우 범죄자 자신이 사건을 처리하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 △교회가 지지체계가 될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기에, 피해자들이 적극 대처하려 하지 않는다 등을 꼬집었다.

신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 여성들이 갖는 죄책감과 수치심, 절망감의 문제 △분노의 감정 △용서에 대한 문제 △가해자들이 오용하는 성경구절들에 대한 명백한 신학적 응답 등을 들었다. 특히 용서에 대해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 주변에서는 피해자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가해자인 목회자 편에 서서 '원수 갚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라고 했다', '기름 부은 주의 종인데', '용서하고 화해하라' 는 등의 협박과 설득을 한다"며 "그러나 진정한 회개 없는 '값싼 용서'는 성폭력당한 이들을 또 한 번 좌절시킨다. 용서와 화해에 대한 신학적 조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윤실 목회자 성폭력
▲발표·토론자들. 왼쪽부터 조성돈 교수, 한국염 대표, 최혜민 사무관, 신희영 검사, 김병규 변호사. ⓒ기윤실 제공

 

마지막으로 한국염 대표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대안으로 '교회 내 성폭력 예방과 추방을 위한 제도 마련과 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성폭력 관련 제 문제를 성직자와 신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등 두 가지가 필요하다"며 "가해자 징계에 있어서도 여론의 눈치를 봐 가며 불확실하게 하기보다, 징계 내용을 확실하게 법으로 정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말할 때는 성폭력뿐 아니라 종교의 성차별과 평등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성폭력 방지를 위한 여성신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한 대표는 "종교 내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종교폭력의 산물로, 가부장적·남성중심적 신학과 교리, 제도를 평등적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종교 내 성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며 "성차별적 종교를 평등 종교로 개혁하는 '신학의 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할 뿐 아니라, 성경 말씀이라면 무조건 어떤 형식이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도들의 맹종적 신앙자세와, 피해자이면서도 '정조를 잃었다'는 죄의식을 갖는 유교적 여성관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한국염 대표는 "성폭력이란 근본적으로 '힘의 남용'에서 비롯되고,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종교인들의 성폭력 문제는 지도자의 일탈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 일탈을 가능케 한 성차별과 타락, 부패를 문제 삼고 반성해야 근절될 것이므로, 성폭력 추방 문제는 종교 여성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신학과 종교개혁에 직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는 김병규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회)가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에 대한 검토'를 발표했으며,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사회로 발표자들과 신희영 검사, 최혜민 사무관(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기윤실은 이번 세미나를 남인순·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 기독법률가회와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