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여행을 마치며 저희 가족은 마지막으로 양화진을 들렸습니다. 이곳은 지난 120년 동안 한반도 땅에서 복음을 전하다 그 땅에 묻힌 외국선교사님들의 공원묘지입니다. 그곳에 묻혀 있는 선교사님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저희들 가슴이 얼마나 뭉클해졌는지 모릅니다.

이곳은 의료 선교사로 역병 환자들을 돌보다 34살의 아직 다 피지 않은 나이로 한반도에 최초로 묻힌 헤론(Heron) 선교사님, 4대를 거쳐 한국을 섬기다 그 중 7명이 한 자리에 누워있는 언더우드(Underwood) 선교사님 가문의 묘지가 있습니다.

또 한 때 가장 멸시천대 받았던 백성들을 복음으로 사랑하며 섬긴 무어(Moore) 선교사님의 초라한 비석. 그의 비석은 6.25 전쟁 때 폭격을 맞아 손상된 까닭에 그가 살아 계실 때 사역하셨던 모습처럼 더 초라하게 보입니다.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기보다 조선 땅에 묻히길 원하노라"는 유언이 담겨 있는 헐버트(Hulbert) 선교사님의 비석과 성서번역과 교육에 앞장서서 한국을 섬기셨고, 마지막엔 자신의 통역관 조한규를 구하기 위해 침몰하는 배의 선실로 뛰어들었다가 익사한 아펜젤러(Appenzeller) 선교사님의 묘가 있습니다.

이분들이 묻혀 있는 그곳은 거룩한 땅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교회 역사를 희생과 순교로 가능케 한 그 분들의 복음열정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었습니다. 저희 자녀들에게 이러한 곳을 소개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그 어느 곳 보다도 양화진에서 얻은 감명과 교훈은 가장 갚진 보화로 우리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 아프간에서 순교 당한 한국의 형제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탈레반 손에 붙잡혀 있는 청년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라고 말한 교부 터툴리안의 고백처럼 그 청년들의 피는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믿어졌습니다. 아프간에도 반드시 세워져야 할 하나님 교회의 터 닦는 작업을 지금 주님께서 하고 계심을 믿음의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100년 전 구한말의 조선은 세상이 외면하는 곳이었습니다. 외국 땅에서 성공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실 아무런 관심을 일으킬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불을 가진 사람들에겐 달랐습니다. 그들에겐 한반도가 예수님께서 피 값으로 이미 사신 곳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청춘을 이곳에서 불태우며, 나중엔 미련 없이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언젠가는 아프간과 다른 이슬람 국가에도 그들 버전의 양화진이 세워질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곳 성도들이 자신들의 양화진을 방문하게 될 때 오래 전 그 자리에서 무참하게 순교 당한 한국의 성도들을 기억하며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믿음의 마음으로 소망해 봅니다.

"여호와께서는 그 모든 일에 의로우시며 그 모든 행사에 은혜로우시도다. 내 입이 여호와의 영예를 말하며 모든 육체가 그의 성호를 영영히 송축할지로다." (시편 145)

순교의 씨앗 통해 언젠가 푸르른 의의 나무로 옷 입게 될 땅, 아프간을 꿈꾸며...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김승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