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개입' 사태 초기, 각각 입장을 밝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이하 한교연)이 다시 한 번, 보다 구체화된 시국 관련 성명을 내놨다.
앞서 일각에서는 "보수 기독교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앞장서 지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비판하기도 했었다.
먼저 한기총은 이영훈 대표회장과 증경대표회장, 명예회장, 실행위원 일동 명의의 '우리의 결의' 라는 글에서 다음의 네 가지 내용을 촉구했다.
1. 특검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라.
2. 대통령의 남은 기간 국가 안정을 위해 조속한 인적쇄신과 함께 책임 총리제를 실시하고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여 공백 없는 국정수행이 이뤄지길 제안한다.
3. 권력 집중구조로 인해 비리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뜻을 모아 국회 주도 하에 헌법을 개정하여 온 국민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라.
4. 한기총은 위의 모든 결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1,200만 한국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교연도 "민주적 통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몫"이라며 "따라서 박 대통령은 연일 계속되는 시국선언과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국민들의 피맺힌 가슴에서 나오고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치권자로서의 책임은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평생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둥지인 친박도 자진 해산하고, 자청해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행동과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두 연합기관의 성명 전문.
우리의 결의
현재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큰 혼란 속에 빠져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고, 경제침체로 국민 불안이 증대되어 가고 있는 이 때, 더 이상 국론분열과 혼란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 지도자들과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이 중지를 모아 조속히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발전된 미래를 향해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현재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특검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라.
2. 대통령의 남은 기간 국가 안정을 위해 조속한 인적쇄신과 함께 책임 총리제를 실시하고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여 공백 없는 국정수행이 이뤄지길 제안한다.
3. 권력 집중구조로 인해 비리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뜻을 모아 국회 주도 하에 헌법을 개정하여 온 국민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라.
4. 한기총은 위의 모든 결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1,200만 한국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증경대표회장, 명예회장, 실행위원 일동
시국 현안에 대한 성명서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자신을 믿고 투표한 지지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을 버리고 최순실을 선택했다. 최 씨가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측근이 아닌 자신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적 통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몫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연일 계속되는 시국선언과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국민들의 피맺힌 가슴에서 나오고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먼저 대통령이 나서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고,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통치권자로서의 책임은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평생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둥지인 친박도 자진 해산하고, 자청해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행동과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
여당은 청와대, 정부와 함께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당권 싸움을 벌이는 집권당의 모습을 언제까지 국민들이 봐야 하는 것인가. 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하다 여당이 이를 수용하자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어 다른 요구를 하는 자세로는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믿음을 주기 어렵다. 여야가 공히 모든 화살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대선과 당권 경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분노는 또 다른 방향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커다란 위기 앞에 봉착했다. 대통령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위기다. 통치전반이 흔들리면서 외교·안보‧경제 등 국정 전반의 차질과 공백이 나타날 경우 우리나라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언제까지 대통령 탓만 하고 최순실 의혹에 매몰돼 국력을 소모할 것인가.
각계 원로들과 언론들도 이제는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한마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여야가 각자의 정치적 손익계산 때문에 거국중립내각 문제를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그렇다고 작금의 현실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서리와 후임 내각이 어떻게 침몰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 낼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들끓는 민심을 헤아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야가 합의를 도출한 국정수습 방안에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단결하고 결집하여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승화시켜 온 슬기로운 국민이다. 오늘의 대혼란이 대한민국을 추락시키느냐 새로운 도약을 이루느냐는 통치자와 정치인의 손에 달려있지 않고 국민 모두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
한국교회는 이 같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회개와 결단으로 사회 앞에 바로서서 빛과 소금의 본분을 다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오며 독재정권에 야합해 기생한 몇몇 기독교지도자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손가락질 하기는 쉬워도 철저한 통회와 갱신으로 불의와 단절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모든 기독교공동체의 책임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 범죄한 모든 불의를 재를 뒤집어쓰는 심정으로 통회자복하고 민족과 사회를 선도하는 '사도적 교회'로서 다시 민족과 사회 앞에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16. 11. 2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