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병원에서 너무 오래 기다린다는 것이다. 3시간을 기다리고 5분 진료를 했다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대학병원에서는 5~7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종종 의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감당하지도 못할 많은 환자를 예약해 놓았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예약을 해 놓고 그 시간에 진료하지 못할거면 뭐하러 예약을 받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늘은 왜 자신은 5분 진료밖에 받지 못했는데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됐는지에 대해 그 진실을 언급하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 이유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들이 오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프게 된 사람들은 예약을 하고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픈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며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주, 필자를 찾은 환자 중에서도 오래 기다렸다고 로비에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난동을 부리다가, 진료를 받으러 필자와 대면하게 되었을 때, 진료보다 먼저 “이거 너무하는거 아녜요? 2시간이 뭡니까, 두 시간이. 인간적으로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닙니까!”라고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낸 후 진료를 받은 환자가 있었다.
필자는 하루에 길어야 5시간 자고(사실 이런 날은 거의 행운에 가까움), 새벽 5시부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진료를 시작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필자도 사람인지라 이러한 누적된 피로를 풀 여유조차 없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 있다 보면 지치게 마련이다.
이렇듯 지쳐 있는데 그날 환자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니 너무나도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그 환자는 지난 한달동안 외래에 4번이나 온 환자였다. 그런데 예약은 그날 처음으로 하고 온 날이었다. 지난 한달 동안 수차례 불쑥불쓱 병원에 나타나 다 죽겠다며 봐달라고 한 환자이다.
심부전에 신부전이 있기에 숨이 쉽게 차고 부종이 잦은 환자였다. 그 환자를 먼저 바로 봐 주었고, 진료를 하고 응급 조치를 하며 앰블란스를 불러 병원에 입원까지 시켰었다. 필자는 외래진료를 마친 후 그 환자를 저녁 8시에도 봤고, 다음 날 새벽 6시에도 봐 주었던 환자이다. 필자가 예약없이 나타난 그 환자가 위독하여 먼저 봐주었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온 다른 환자들은 1시간 이상 진료시간이 지연되었다.
그렇게 한달에도 수 차례 자신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1시간 이상을 더 기다리게 된 사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는 자신의 몸이 회복되어 편하게 예약을 잡고 오고 나서는, 그렇게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다. 건강이 점차 회복되었거나 만성질환으로 온 환자들은 5분만에도 진료가 끝날 수도 있으나 갑자기 아파 내원한 환자는 30~60분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현실이다.
물론 예약시간에 정확하게 맞춰 진료하는 미국인 의사들도 있다. 아무 문제가 없는 환자들은 예약된 시간에 가서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아프게 되어 진료를 받을라치면 그 병원측은 예약잡고 오라고 한다. 보통 3주~8주 후에나 예약이 가능한 경우가 다반사다. 못기다리겠으면 응급실로 가라고 할 뿐이다.
자신이 갑자기 아플 때 자신을 바로 봐줄 의사를 원한다면, 그렇게 갑자기 아픈 사람들이 있기에 종종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그렇게 아픈 사람들을 배려해주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내게 불편한 한 두 시간의 기다림이 때로는 한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고 손해보는 것 같지만, 서로 배려하는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