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의 도시를 의미하는 소돔과 고모라
붉은 띠의 '불과 유황의 심판'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
◈에일랏에서 사해까지
에일랏(Eilat)에서 아라바(Arava) 광야를 쭉 타고 90번 도로로 올라오다 보면 40킬로 지점의 팀나(Timna)와 요바타(Yotvata) 키브츠를 지나 101 휴게소에 이른다. 잠깐 이곳에서 쉬었다가 계속 북상하게 되면 파란(Paran)과 에인 야하브(Ein Yahav)를 거쳐 하제바(Hazeva)를 지난다. 기나긴 아랍 광야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르면 약간 높은 골짜기들이 나타나며 브엘세바(25번 도로)와 사해(90번 도로)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게 된다. 버스 기준으로 거의 2시간 30분 정도를 진행한 셈이다.
이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돌면 광야 내부로 들어가며 해발지역으로 오르게 된다. 사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라바 광야의 일정 부분에서부터 우리는 이미 해저지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계곡을 타고 오르면 아라드를 지나서 브엘세바로 나가게 된다. 우측으로 돌면 계속 90번 도로를 타고 사해공장 지대에 이르게 된다.
◈죄악의 도시 대명사 소돔과 고모라
사해공장이 보이기 바로 직전의 지역이 창세기 13장에 나오는 성경의 무대인 소돔과 고모라 지역이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요단 평야를 선택하였고 점점 남진하여 소돔과 고모라까지 이동하였고 이곳에서 살던 중 도시의 죄악 때문에 도시가 멸망하게 될 때 의인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모습과 마지막 의인 10명을 찾아 헤메이는 아브라함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무렴 도시 전체에 의인 10인이 없었을까 싶지만, 그만큼 그 당시의 도시는 패역했고 결국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여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고 말았다.(창19장)
소돔과 고모라 하면 죄악의 도시를 의미하는 대명사이다. 이사야는 1장 9절에서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해 생존자를 남겨두시지 않으셨으면 소돔 같고 고모라 같았으리라 한다. 그만큼 소돔과 고모라의 철저한 파괴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10절에는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보여주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1장에서 회개하지 않아 심판받는 도시들을 언급하면서 두로와 시돈과 더불어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 날에 견디기 어려운 도시로 말씀하시면서 고을들의 회개를 촉구하셨다.
아무리 이 지역을 둘러보아도 그 옛날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 하는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왕이 정치할 정도의 상당한 도시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을 터인데 도무지 도시의 잔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이 그 옛날에 롯이 선택하였던 비옥한 땅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황폐하고 건조한 땅이다. 사람들은 증거와 표적을 좋아한다. 무언가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고고학적 발굴을 시도해 보려고도 한다.
◈소돔과 고모라 도시의 유일한 증거
혹자는 소돔과 고모라의 잔해가 사해 밑에 감추어져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도시들이 멸망할 때 사건으로 한번 되돌아 가보자. 천사가 아브라함을 방문하여 도시의 멸망을 예고하였고 의인 10명이 없어(창18장) 불과 유황으로 멸망을 당하였다.(창19장) 롯과 부인 그리고 두 딸은 소알이라고 하는 곳으로 피난 가다가, 롯의 처는 뒤를 돌아 본고로 소금기둥이 되었고 그 후 그의 두 딸과의 관계에 의하여 모압과 암몬 자손이 출현하게 된다.
사해 서남단 약 8km에 이르는 소금 산(암염)은 염해였던 사해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연적으로 생긴 소금 바위산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롯의 부인이라는 소금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어찌 보면 소돔과 고모라의 유일한 증거자료가 아닐까 싶다.
◈오늘날의 소돔산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남쪽 사해공장 지대를 지나면(이 공장은 밤에 불을 밝히고 있는데 너무 멋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비료, 의약품, 화장품 등 소금을 원료로 하는 제품들을 생산하여 전 세계에 수출한다) 좌측으로 낮은 산들이 나타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의 색깔이 약간 검다. 이것이 바로 바위 소금의 색깔들이다. 그리고 붉은 띠 같은 모습도 볼 수 있는데 불과 유황의 심판을 상징하듯이 유황성분을 지닌 붉은 띠인 것이다. 롯의 처라고 쓰여 있는 팻말 앞에서 멈추어 남쪽을 올려다보면 마치 사람이 뒤를 돌아보는 모습 같은 소금 기둥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롯의 처가 소금기둥이 되어 후인들에게 말없는 교훈을 주고 있다는 그 기둥이다.
롯의 부인은 오늘도 소금 기둥을 찾는 순례객들에게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의인 10인이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냔 말이냐.” “나는 별 미련이 없었는데 습관적으로 돌아본 것뿐이야” 롯의 부인이야 할 말이 많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소돔산 소금바위에 가면 순례객들은 끊임없는 욕심을 부리면서 소금을 캐가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왜냐하면 소금을 가져가는 것은 돈을 안 받기 때문이다. 공짜라는 말과 10년을 두어도 썩지 않는다는 말에 너도나도 욕심을 부려 산중턱까지 올라가서 소금을 캐 가지고 온다. 위의 사진이 증명해 주고 있다.
아! 진정 의인이 되기가 어렵단 말인가? 깊은 영성은 비움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누가 했던가. 롯의 부인을 보고 깊은 반성을 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소금에 현혹되어 버리는 인생들이여! 의인은 누구나 될 수도 없고 쉽게 될 수도 없는 것 같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깊은 영성을 소유한 사람이 의인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교훈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신다고 하셨고(시34:15) 의인은 보호함을 받을 것이라 하셨다.(시37:25) 또한 종려나무 같이 번성할 것이라고도 말씀하신다.(시92:12)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예수께서 우리의 의(생명)을 위하여 죽었다가 살아나셨다.(롬4:25) 그러므로 소돔과 고모라 지역과 롯의 부인을 보면서 우리가 기억할 것은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었으니 그리스도와 더불어 즐거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소돔과 고모라 지역을 바라보며 무언가 흔적을 찾으려 하는 사람은 오직 말씀은 살아 있고 오늘도 역사하고 계시다는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엔 보케(Ein Bokek)에 있는 많은 호텔들
엔(ein)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왔다. Ein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곳은 ‘샘’이라는 뜻이다. 일종의 천연 샘인 것이다. 사실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을 들자면 ‘물’이다. 2016년 하정우 주연의 ‘터널’이라는 영화는 주인공이 무너지는 터널에 갇혀서 250밀리리터밖에 되지 않는 생수 두 병을 나눠 마시면서 35일을 버터 결국 구출되는 내용이었다. 물론 인간의 여러 의지를 나타내며 또한 인간이 만든 부실 공사의 추악한 면을 고발하는 내용도 담고 있지만 역시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감동의 영화인 것 같다. 물의 중요성을 다시 보았다.
이스라엘에서 '엔'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여러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사해 중간 서편 마온 황무지, 십 광야에 있는 ’엔 게디’가 있고, 예루살렘 서쪽에 세례요한이 탄생하고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던 '에인 케렘'이 있다.
지명이 말해주듯 엔 보케는 광야에서 물이 샘솟는 곳이다. 환경으로 보면 도저히 물이 없을 것 같은 곳이다. 동편은 사해(염해), 서쪽은 광야로 참 척박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은 별천지다. 물론 이스라엘이 사해 관광지로 개발해서 그렇지만 굉장히 많은 호텔들이 이곳에 있고, 호텔 안에서 사해 물에 둥둥 떠다니는 수영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가 되어 지금도 순례객들을 지나가면서, 내국인들은 휴양과 치료로 찾아오는 이스라엘 3대 관광지이다.
악명 높은 불의의 대명사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던 지역에 생겨난 사해 휴양지에서 찬란했던 소돔과 고모라 도시 문화를 엿볼 수 있을까? 인생은 부질없고 하나님의 역사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