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성령신학연구원(원장 김동수)이 16일 오후 1시 서울 효제동 한경직기념관 1층 세미나실에서 '성령운동과 신사도운동, 무엇이 다른가?'를 주제로 월례 목요강좌를 개최했다. 김동수 원장이 사회를 맡은 이날 강좌는 황덕형(서울신대)·배덕만(느헤미야연구원) 박사의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좌에 앞서 김동수 원장(평택대)은 "모든 성령운동을 신사도운동으로 몰고가려는 은사중지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신사도운동에 대해 주로 보수 개혁주의 진영에서는 비판을 하고, 전통적 오순절 교단과 웨슬리안은 특별히 관심이 없고, 은사주의자들은 거의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은사주의 복음주의자와 비은사주의 복음주의자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한국교회 발전과 성장을 꾀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교계에서는 신사도운동에 대해 은사중지론 등의 신학적 이유를 들어, 혹은 그들의 신비주의적 행태 등을 들어 비판한다. 이에 대해 배 박사는 "신사도운동을 비판만 할 것만 아니라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해, 보다 건전하고 균형 잡힌 대안적 성령운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황 박사는 "신사도운동이 새로운 변화의 한 표지일 수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복음주의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했다.
먼저 배덕만 박사는 신사도운동에 대해 "교회성장학의 권위자 피터 와그너(C.Peter Wagner)가 최근에 급성장하는 일군의 교회들을 신사도개혁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기원했다"며 "그는 교회의 핵심적 직분인 '사도와 예언자'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와그너가 말하는 신사도운동에 대해 ▲교단의 목사 안수 대신 지역교회가 자율적으로 지도자를 선택 ▲일반 신학교에 가는 대신 교회 자체 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음 ▲CCM 중심의 열린예배를 지향하며 열정적 기도 시간이 예배의 많은 부분을 차지 ▲신유, 축귀, 영적 전쟁, 예언, 성령에 의한 쓰러짐, 중보기도 같은 사역들을 활발히 행함 ▲교리적 측면에서는 성경무오설을 신봉하고 성경에 대한 문자적 해석을 강조 ▲지배신학의 영향하에 8개 영역(예술, 예능, 사업, 가족, 정부, 미디어, 종교, 교육)에서 하나님나라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 등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터 와그너가 신사도개혁운동을 선포한 배경은 세계적 차원에서 복음의 확산이 주춤하고, 교회 내에서 수많은 문제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고 평판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보다 확실한 영적 체험과 신앙적 확신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소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배 박사는 신사도운동의 빠른 세력 확장과 더불어 비판과 의혹도 증가하고 있지만, 교단들이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사지속론보다 은사중지론을 신봉하는 개혁주의의 관점에서 신사도운동은 매우 위험한 주관주의·신비주의·열광주의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 방언과 중보기도 등은 이미 보편적 체험으로 실천되고 있기에, 단지 신사도운동에서 행하는 관행이나 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귀신 현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사도운동의 출현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 오순절 교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이 운동 관련 단체들이 속한 교단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선뜻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결교회와 오순절교회의 신학자들은 신사도운동에 대한 논쟁에 참여해, 한국교회의 성령운동이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밀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개혁교회 진영과 웨슬리안 진영, 은사중지론자들과 성령운동가들 간의 진지한 학문적·목회적 논쟁을 유도하고, 한국교회의 성령운동이 보다 균형 잡힌 모습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황덕형 박사는 "한국에서 신사도운동에 대한 평가는 커다란 논란거리고, 일부 지나친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모든 성령운동가들을 이 운동과 결부시켜 마녀사냥식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전통 신학적 입장(은사중지론)에서 모든 성령의 기적과 기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편견이 없잖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일부 온건한 보수 정통주의자들은 거꾸로 은사중지론을 신학적으로 재검토·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한국에서의 고유한 성령운동을 외부의 다른 이단과 연관시키고, 유사성을 조금이라도 찾으면 마구 비판을 일삼는 것은 하나님의 영의 활동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신사도운동이 비판받는 이유들에 대해 ▲일부 신사도운동 지도자의 도덕적 타락 ▲예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건을 위조한 사이비 신비주의 ▲사도성에 대한 신학적 주장 ▲신사도와 연관된 다양한 단체들의 신비주의적 형태 속에 포함된 이단적 요소들 ▲성서를 자의적으로 경험에 근거해 해석하는 점 ▲예언이 지금도 존재한다고 믿고 그것을 직통계시처럼 여긴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하지만 황 박사는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이 '교회의 관리 방식(governance)' 즉 '새로운 교회 형성 프로그램'이지,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성경의 계시'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와그너는 이신칭의나 만인제사장직과 같은 교리의 변화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운영되고 사역이 이뤄지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며 "지난 세기 쇠퇴하고 있는 일련의 정통 기독교 모습과 달리, 번영하는 새로운 은사주의의 교회 형태에 맞춰 교회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바로 사도적 갱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와그너가 주장하는 것은 사도적 권위를 가진 새로운 형태의 교회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핵교회인 지역교회의 관심에서 확대 교회인 문화 속의 교회에서 전투하는 교회의 본질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하나님의 선교로의 변화 현장에서 사도성을 가진 새로운 구조가 요청된다는 것"이라며 "사도적 네트워크 중심의 교단을 형성해, 사도가 영적 권위를 가지고 목사를 지도하여 삶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독립교회를 돕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신사도운동이 사이비적 요소가 있을 수 있고 사도성이란 주장 자체가 임의적일 순 있으나,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새로운 변화의 한 표지일 수 있다"며 "교파 시대가 더욱 발전하여 새로운 형태의 복음주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새로운 성령의 선교에 복음적인 한국적 신학이 나타나도록 한국에서의 다양한 성령운동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들을 지도해 한국교회가 명실공히 세계의 지도적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