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 무슨 개념 말하는 것인가
기본적 가족 형태 인정하는 것과
그 외 가족 형태 차별, 별개 사안
과거 차별금지법 발언과도 모순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 가족' 관련 용어 변경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전통적 가족 개념이 많이 남아 있다"며 "용어를 바꾸자. 그 외 유형도 많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녀가 결혼식과 혼인 신고를 하고 사는 것을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는데, 그 외의 가족은 비정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면 안 되고 전통적이냐, 전통적이지 않은 새로운 유형이냐, 이렇게 하자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를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용인하고 받아들일 것이냐"라며 "이야기를 더 하면 심각한 논란이 벌어질 것 같아서 멈추겠지만, 그런 이야기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수단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극복한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미혼모라고 하면 좀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 사회적 분위기 문제도 정면으로 맞닥뜨려서 길을 열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돌봄 지원과 관련해선 "국민 일자리 사업을 해보려고 기획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소득 보장처럼 일부 생산적 영역 일자리를 공공이 책임져주는 것, 1년 내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원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상 가족? '기본적 가족' 형태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 가족'이라는 용어를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문제는 이 용어가 현재 우리나라 법·제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건강가정기본법'은 제3조에서 가족에 대해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한다. '가족, 가정, 건강가정' 등의 용어는 규정돼 있으나, '정상 가족'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좀처럼 듣기 힘들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책이나 웹툰 제목 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 이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정상 가족'은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한 남녀 부부만 해당하므로, 그 외 가족은 '비정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해당 발언 뒤 '한부모 가족 지원 확대' 사례를 소개한 것으로도 유추 가능하다.
법률상 사용되지 않는 용어라 해도, 사회적 통념이나 정책 등에서 관행적에서 사용되고 있으니 바꾸자는 제안은 가능하다. 특정 가족 형태만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고 다른 가족 형태를 차별하고 있다면, 개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혼인한 남녀가 이루는 가족을 사회의 기본적 가족 형태로 인정하는 것과, 다른 형태의 가족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전자를 인정한다 해서, 반드시 후자가 전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정상 가족'이라고 언급한 '남녀 혼인 부부 가족'은 그 외 다른 가족 형태를 부정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이날도 그가 언급한 '기본 소득' 같은 '기본적 개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라며 "그 전 단계로 해야 할 게 일자리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 말처럼 공감대 확산이 우선돼야지, 있지도 않은 용어를 변경하라는 일방적 지시부터 내려선 곤란하다.
이에 특히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은 그가 '정상 가족'이라 부른 형태의 가족에 대한 가치와 개념을 부정하고 뒤집어 엎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한부모 가족이나 입양 가족 등을 넘어, 동성결혼을 인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가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를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용인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발언 뒤에 "이야기를 더 하면 심각한 논란이 벌어질 것 같아서 멈추겠지만, 그런 이야기도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기 때문에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상 가족'이라는 표현 사용 자체를 문제 삼을 경우, 이 기본적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일마저 다른 가족을 차별하는 행위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양한 가족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기존 가족의 의미를 부정하는 논리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간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인정받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진영은 이러한 논리를 펼쳐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2025년 대선 후보 시절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해 "방향은 맞지만, 지금은 복잡한 현안이 많아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번 발언만으로 대통령이 동성혼 법제화를 추진하려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향후 방향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