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한미간의 이견이 갈수록 충돌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전작권 조기 전환 목표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나 미국 측이 전환을 위한 '조건' 미충족을 들어 시기 조율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협의 과정의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조건' 충족을 전제로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전환하되, 반드시 이재명 정부 임기 내 환수를 마치겠다는 생각다. 2026년을 전환 원년으로 삼고 적어도 2028년 안에 환수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조건'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 검증에 차질이 발생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사령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의 변화를 언급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같은 안보 환경을 거론하며 조건 변화에 따른 '계획 변경'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도발이 전작권 전환 조건 미충족의 결정적인 사유임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두 나라는 박근혜 정부 때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해 명시적 합의를 했다.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 안정적인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다. 이 3가지가 충족되면 한미 군사 당국의 건의를 바탕으로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환 시기를 정해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데 미국 측이 완전운용능력 검증 단계에서 조건 미충족을 주장할 경우 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 측이 제기한 변화의 사유는 북한의 잦은 미사일 도발과 핵 능력 고도화에 있다. 이로 인한 한반도 안보 환경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지금은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잦은 도발을 막아낼 핵심 역량에 집중할 때라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전작권 전환은 양국 군 통수권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정치적 정책적 결심 사항'이다. 하지만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의지만으로 시기를 정할 수는 없다. 이 문제는 단순한 지휘권의 귀속 을 넘어,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계획하고 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국방비 지출 수준과 무기체계·전력 규모를 바탕으로 한반도 방위를 우리 힘으로 지킬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상대는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자존심과 의지의 문제로 풀려 할 게 아니라 확실한 방위 능력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