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연구원 리포르만다 제5차 학술토론회 '칭의론 대화'가 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리포르만다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대표)와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 리포르만다 대표)가 각각 본지에 연재했던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 유감', '성화 없는 칭의는 죄인의 칭의 아닌 죄의 칭의'를 토대로 발제 및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방한해 "칭의의 온전한 수확은 종말에 유보돼 있다", "칭의는 성화와 병행어이자 윤리와 통합체" 등 논쟁적 주장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발표한 최덕성 박사는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은 교회 안에 의의 열매가 많지 않다는 현실에서 출발해 구원받은 자의 탈락 가능성을 전제하고, 예수 믿는 기독인이라도 윤리와 순종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며 "이러한 유보적 칭의론 구도에는 성령의 역사 곧 성도의 견인 진리가 들어설 곳이 없고, 죽을 때까지 기독인이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거나 헛된 확신 또는 로마가톨릭주의 구원론에 빠질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전통적 구원론·칭의론에 따르면 사람이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그 시점에 죄 용서를 받고, 하나님과 화해가 이뤄지고, 그리스도와 연합된다. 죄를 용서받음과 더불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게 된다"며 "그리고 칭의와 성화는 불가분의 관계로, 칭의를 받은 자 곧 하나님나라의 시민은 자기가 속한 나라의 법을 준행하고 천국 백성의 열매를 맺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행함이 부족한 현실은 개탄스럽지만,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과 칭의를 인간 행위의 대가로 전락시키는 김세윤의 주장은 아이를 목욕시킨 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오늘날 교회의 윤리적 결함은 칭의 교리가 옳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구원 진리와 전통적 칭의론을 확실하게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 박사는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은 기독인으로 하여금 구원의 확신도, 그로 인한 생기와 기쁨도 없이 살아가게 할 위험성을 지니고, 복음전도자의 열정을 앗아갈 우려가 있다"며 "'평생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구원이 결정된다'고 말한다면, 현장에서 전도가 가능하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김영한 박사는 "김세윤은 '바울신학의 새 관점'이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라는 큰 틀을 새로운 칭의론 구축에 제공했다고 본다"며 "김세윤은 톰 라이트의 '전가 교리 거부'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칭의를 현재적 칭의와 최종 심판에서 주어지는 칭의로 나누는 라이트의 칭의 견해를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김세윤은 새 관점 학파가 선교적 교회론에 집착하다 법정적 의미를 무시하고, 전통적 칭의론이 지나치게 법정적 의미만을 강조하는 단점들을 통합하려 시도한다"며 "김세윤은 법정적 의미와 관계적 개념을 바울의 칭의론에 적용하고, 두 관점을 통합하는 길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 한 번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여 죄 사함으로 얻는 하나님의 법정적 행위인 칭의는 반복이 아니라 단회적 사건으로 질(質)적이고, 성화는 성령 안에서 신자들이 칭의의 선한 열매를 맺는 과정으로서 전 생애에 걸쳐 반복되는 것으로 양(量)적이라 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김세윤처럼 성화를 칭의의 현재적 단계로 본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회적 성격의 칭의가 현재에서 반복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구원받은 자 곧 의롭다고 칭함 받은 자는 의의 열매를 맺기 마련이고, 열매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하나님의 법정적·선언적 판결이 취소되거나 번복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칭의는 김세윤이 피력하듯 '종말론적 유보'라기보다, '종말론적 완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 현재의 칭의가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성령을 통하여 주어진 것처럼, 미래의 칭의도 그리스도의 공로로 이뤄진다"고 정리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이후에는 토론이 펼쳐졌다. 주로 최덕성 박사가 질문하고 김영한 박사가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박사는 "'종말론적 완성'이 박사님 칭의론의 메인 아이디어로 보이는데, 이 개념을 통해 심판대에 설 때까지 두렵고 떨림으로 긴박감을 갖고 살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자칫 '칭의가 불완전하다'는 뜻도 될 수 있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영한 박사는 "이 '종말론적 완성'이라는 말은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개혁주의자들이 했던 표현"이라며 "개혁주의 칭의론은 '역설적'이다. 로마가톨릭이나 아르미니우스주의처럼 하나님이 70-80% 하시고 우리가 나머지를 채우는 '신인협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100% 부르신 것이 맞지만 내 편에서는 100% 내가 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모든 사항을 '정통 교리'라는 잣대로 다 커버하려 해선 안 된다. 교의학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성경에 있는 그대로, 말씀이 명하는 대로 '불완전한 완결'이어야 한다"며 "정통주의자들은 '내가 전파한 후에 도리어 버림이 될까 두렵다'고 했던 바울의 말까지 교리에 끼워 맞추려 하는데, 신학적 관점을 갖고 모든 것을 판단하다 보면 현상 자체를 왜곡시킬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최 박사는 "'유보적 칭의론'이나 윤리 강조, '종말론적 완성' 등을 통해 두렵고 떨림으로 성화의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진짜 칭의를 받은 자가 어떠한지,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적으로 베푸시는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열심히 가르치면 오히려 두렵고 떨림으로 종말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우리가 '이미 구원받았다'는 칭의론에 안주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성경적 칭의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의 윤리가 약해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한 박사는 "맞다. 우리의 선행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하나님 보시기에 구원의 조건이 되겠느냐"며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낫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고 경고하셨으니, 정통 교회는 항상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예정론을 가르치는 건 교의학 교수이지만, '누가 예정됐는가'를 말하는 순간 점쟁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만이 아신다"며 "우리의 좁은 생각으로 하나님의 무한하신 섭리를 다 깨달아 알려는 것은 '개신교 스콜라주의'일 수 있다. 오늘 하루라도 말씀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 '칭의의 탈락 가능성'까지 논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최덕성 박사는 "김세윤 박사님이 시대의 문제에 나름대로 응답했다는 것 자체는 십분 인정한다. 그것이 정답인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이라며 "그러나 기독교 윤리실천보다는 '복음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것이 '열매 있는 삶'을 사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더함 목사(아리엘교회, 개혁신학포럼)의 기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