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사도는 유명한 '사랑론'을 제시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친절합니다. 시기하지 않습니다. 자랑하지 않습니다. 교만하지 않습니다.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습니다. 쉽게 성내지 않습니다.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소망하고 모든 것을 견뎌냅니다. 그래서 사랑은 영원합니다(고전 13:4-8)". 명품 정의이다.
사랑 애(愛) 자는 마음(心)을 받아주는 것(受)의 합자(合字)로 되어 있다. 덕(德)을 풀어쓰면 마음(心)을 얻는 것(得)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채근담에는 "심무물욕 즉시추공제해 좌유금서 편성석실단구(心無物欲 卽是秋空霽海 坐有琴書 便成石室丹丘),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것이 바로 가을 하늘이나 잔잔한 바다요, 옆에 거문고와 읽을 책이 있으면 이곳이 바로 신선이 사는 곳이라" 하고 일러 주고 있다.
다음 한 토막 이야기를 읽어 보자. 한 여인이 집 밖으로 나왔다, 그 집의 정원 앞에 앉아 있는 희고 긴 수염을 가진 세 명의 노인을 보았다. 여자는 그 노인들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여자가 말했다. "나는 당신들을 잘 몰라요. 그렇지만 당신들은 매우 배고파 보여요. 우리 집에 들어오셔서 무엇이든 좀 드시지요." "집 안에 남자가 있습니까?" "아니오. 외출 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녁이 되고 남편이 집에 돌아왔다. 그 여자는 낮에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남편은 그들에게 가서 내가 들어왔다고 알리고 안으로 모시라고 했다. 부인이 밖으로 나갔고, 그 노인들은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했다. "우리는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왜죠?"라고 물었다. 노인 중 한 사람이 설명하였다. "내 이름은 부(富)입니다. 저 친구의 이름은 성공(成功)이고 또 다른 친구 이름은 사랑(愛)입니다. 자, 이제 집에 들어가 남편과 상의하세요."
남편이 말했다. "굉장하네요. 우리, 부를 초대합시다. 그를 안으로 들게 해 우리 집을 돈으로 가득 채웁시다." 부인은 동의하지 않았다. "여보, 왜 성공을 초대하지 않으세요?" 그때 며느리가 이런 말들을 듣고 있다가 제안했다. "사랑을 초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리 집이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되잖아요?" 남편이 부인에게 말했다. "우리, 며느리의 제안을 받아들입시다. 밖에 나가 사랑을 우리의 손님으로 받아들입시다."
부인이 밖에 나가 세 노인에게 물었다. "어느 분이 사랑이세요? 저희 집으로 드시지요." 사랑이 일어나 집 안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두 사람, 즉 부와 성공도 일어나 따라오기 시작했다.
놀란 부인이 부와 성공에게 물었다. "저는 단지 사랑만을 초대했는데요. 두 분은 왜 따라오시는 거죠?" 두 노인이 같이 대답했다. "만일 당신이 부나 성공을 초대했다면 우리 중 다른 두 사람은 밖에 그냥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은 사랑을 초대했고, 사랑이 가는 곳엔 어디든지 우리 부와 성공도 따라가지요. 우리 셋 중에 누가 당신의 집에 영원히 거하기를 원하는지 남편과 상의한 후 알려 주세요." 그 여자의 남편은 이를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한등무염 폐구무온 총시파농광경 신여고목 심사사회 불면타재완공(寒燈無焰 敝裘無溫 總是播弄光景 身如槁木 心似死灰 不免墮在頑空)". 금방 꺼져가는 등잔불에 불꽃이 없고 해진 옷에 온기가 없듯이, 사람의 정(사랑)이 메마르면 이 모두 삭막한 풍경이요 몸이 고목과 같고, 마음이 식은 재와 같다면 곧 적막 속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옛날 동양에서는 성숙한 인간이 갖출 덕목으로 仁·義·禮·智·信을 강조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거할 장소를 찾아 확보해야 한다. 할 일을 안 하면 안 할 일을 하게 돼 있고, 있어야 될 곳에 없으면 있지 말아야 될 곳에서 방황하게 된다.
한남대학교 교육 표어 중에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마 6:33)" 라는 말이 있다. 선택의 우선순위, 구할 것과 피할 것, 먼저 구할 것과 뒤에 구할 것을 아는 것이 지혜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