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 오면 오래 전 둘째가 재밌게 보던 만화책이 생각납니다.

'사랑의 학교'라는 제목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한 것입니다.
베를린 교외의 한 가정에 미군들이 추위를 피해 몰려들어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음식을 내놓기가 무섭게 문을 두드리는 다른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독일군 패잔병들이 전장을 피해 다니다가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찾아 온 것입니다. 한 집에서 원수들이 만났습니다. 
미군은 방 한쪽으로 피했지만, 집으로 들어 온 독일군이 이를 눈치채 
서로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오늘이 싸우는 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 무기를 내게 주십시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병사들은 
결국 무기를 내려놓고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눴습니다. 
따뜻한 음식과 함께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아 내렸습니다. 
함께 캐럴을 부르고, 서로의 가족과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침이 되어 독일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미군들은 친절히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양측의 병사들은 폭력과 증오를 내려놓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오래 전 읽었던 내용이지만 이렇게 마음속 깊이 기억에 남는 것은, 
화해와 평화의 기적이 잔잔한 충격과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갈등으로 
전쟁터와 다름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 사회의 모든 아픔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나누는 손길에, 화해의 미소에, 위로의 목소리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홍정길/남서울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