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이민 왔을 때에 온 가족이 청소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나와 누나는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다른 일을 하게 되셔서 아버지 혼자 빌딩 청소를 하셨다. 그러던 중 하루는 아버지가 오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시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날 아버지는 서쪽으로 오셔야 했는데 길을 잃고 동쪽으로 가셔서 한참을 돌아 집에 오셨다고 한다. 길눈이 밝은 분이셨는데 아마도 많이 피곤하셨던 것 같았다.
그 후부터 나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저녁 아버지 오실 시간이 되면 집 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이다. 보통 정시에 오셨는데 혹시 늦어지면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아버지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버지 자동차가 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뻤고, 기다리던 나에게 웃음을 보이시며 차고로 들어가시는 것을 뛰어 따라가 같이 짐을 내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많아 잔잔한 대화를 여러 번 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 때 아버지 나이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는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12월을 맞아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강절을 맞으며 "과연 나는 어릴 때 집 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가?" 생각해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동이 더 깊어져야 하는데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여기저기의 어두운 소식들로 인하여 오히려 마음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예루살렘의 시므온이라는 할아버지가 오랜 기다림 후 예수님을 만났을 때에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 하니”(누가복음 2장 30-32절)라고 말한다. 얼마나 예수님을 기다렸으면 짧은 몇 마디 안에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그 할아버지께서 예수님을 진심으로 기다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나님은 심판 중이라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말씀을 순종하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라고 스바냐 3장에서도 말씀하셨다.
이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때가 가까웠음을 알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마음에 아픔과 고통이 심할 때에도 그 언덕을 넘으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는 것이다.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고 일하심을 믿고 하나님께서 열매 맺게 하실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성도의 삶은 그 전체가 기다림이라고 해도 잘못된 말이 아닐 것이다. 그 기다림 안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 순종과 겸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무엇을 기다려야 할까? 필요한 선물? 사람에게 인정받는 그 어떤 일? 내가 생각한 만족?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부흥의 역사가 나의 마음, 나의 가정, 나의 교회, 그리고 이 나라에 임하기를 크게 기대하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놀라운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가운데 일하시기 때문이다.
올해 대강절에는 우리 모두 땅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일들에 마음을 몽땅 빼앗기지 말고, 머리를 들어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사랑과 주신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