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수강과목에 번호가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100 단위로 시작되는 과목은 기초과목입니다. 당연히 제일 기초과목은 101이 붙여집니다. 좀 더 고급반이 되면 200 단위로 올라갑니다. 학년에 따라서 전공과목은 300, 400 단위로 뜁니다. 제가 다녔던 대학은 기독교 대학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101이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기독교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는 교양 필수과목이었습니다. 가장 기초적이라는 말은 쉬운 초등 수준이라는 뜻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쉬울 수도 있겠지만, 쉽다고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할, 아니 우리에게 생명과 같은 내용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의 101을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우리 교회가 샌디에고로 나들이를 다녀 왔을 때, 저희의 첫 도착지는 캘리포니아가 시작되었다는 포인트 로마(Point Loma)였습니다. 유럽에서 새 땅을 향한 긴 여행 끝에 처음으로 도착한 이곳에서 캘리포니아가 시작되고 거기서부터 북쪽으로 개척하며 길을 놓기 시작하는데, 그 길 이름이 공교롭게도 101입니다. 엘카미노 레알(El Camino Real) 101이라고 부르는 이 길은 북쪽으로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길로 ‘왕의 길’ 소위 ‘하나님의 길’이라고 불립니다.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땅을 밟은 수도승 디에고의 이름을 딴 도시 샌디에고에서부터 시작해서 수도승 프란시스코 이름을 딴 샌프란시스코까지 그리고 여자 수녀들의 이름을 딴 산타모니카, 산타바바라 등 선교원 공동체 미션을 위한 예배당들이 21개 세워졌습니다. 전도하며 다녔던 101길을 따라, 도시들이 세워졌던 캘리포니아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였습니다. 스페인에는 산티아고의 순례길이 있고, 아시아에는 이스라엘 왕의 대로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가 있고, 우리에게는 전도하며 세워진 미션을 이어주는 왕의 길 101이 있습니다.
주의 길을 예비하던 새 시대의 선구자 세례요한처럼 우리도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을 열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역사적인 엘카미노 레알 101을 늘 운전하며 다니는 저희의 마음 속에 왜 이 길을 무엇을 위해 다녀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복음의 길, 주님의 전하는 길, 힘들어도 가야 하는 좁은 길, 소망을 안고 물 건너 강 건너 골짜기 넘어가야 하는 우리의 길이 가장 중요한 101입니다. 가끔 101길에 세워져 있는 종들이 보입니다. ‘엘카미노 레알 종(선교원 벨, mission bell)’이라 부르는데, 2마일마다 총 450개 가량의 종이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쩌다 하나씩 보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깨우쳐야 할 진리가 있음을 세상에 알리는 종인 듯합니다.
갑자기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듯합니다. 다 같이 우리 신앙의 삶을 깨우는 예수 101로 수강하러 가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