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중독의 심리적 요인
인터넷이 생활에 필수적인 매체로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모두 중독상태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중독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보지만, 특히 학자들은 특히 심리적 요인에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해 왔다. 물론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다양한 심리적 특성이 제시되어 그에 대한 일치점을 이루지 못하고 그 인과관계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인정되는 편이기에 여기서 대표적인 심리적 특성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1. 취약조건으로서의 충동성
2010년 2월 8일, 대구의 한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던 이모(28)씨가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월 5일 오후 9시부터 무려 50시간 가까이 잠도 자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했으며, 게임으로 결근이 잦아 직장에서도 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인터넷중독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알리는 것으로, 초·중·고교생은 물론 성인도 게임중독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이 사건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일어난 것이기에 이 한 가지로 도식화하거나 단순화시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1) 인터넷중독을 유발하는 충동성과 통제
여기서 충동성과 자기통제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문제의 당사자는 인터넷에 빠져 자신의 의지로 사용시간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자기 통제력은 자신의 인지나 정서, 행동을 스스로 중재하는 능력이기에 자기 통제력이 낮은 사람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거나 가상공간에서 해결하려는 특징이 있다. 이는 학자들이 인터넷중독과 관련된 심리적 특성의 두 번째 요인으로 충동성을 드는 이유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자기통제를 방해하는 충동성은 무엇인가? 충동성(impulsivity)은 사려성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하거나 생각 없이 일을 시작하는 성격특질로 정의된다. 이들에게는 반응시간이 빠르고, 미래 행동에 대한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하는 계획능력 결여 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충동성은 모든 중독증에서 빠질 수 없는 특성으로 인터넷중독도 행동중독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충동성은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일종의 충동조절의 장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Young)은 인터넷중독군이 자신의 인터넷 사용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며, 그로 인해 직업, 금전상 어려움이 야기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충동조절 장애라고 주장했다.
그린필드(P. Greenfield)도 탈억제(disinhibition)가 인터넷중독군의 중요한 특성의 하나라고 보고하였다. 이런 특성은 충동적인 개인이 인터넷 사용에 큰 매력을 느끼기 쉬우며, 일단 인터넷에 몰입되면 사용량을 조절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므로 인터넷에 중독되기 쉬운 점을 의미한다. 이는 충동성이 인터넷중독을 유지시키는 특성으로 작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2) 반드시 조절되어야 하는 충동성
충동성은 인터넷중독의 척도를 개발할 때 '병적 도박'이라는 충동조절장애 진단척도를 활용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는 인터넷중독을 충동조절 장애의 일부로 간주했다는 의미라는 점에서다.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장애통계편람(DSM)에 포함된 충동조절 장애로는 자기 파괴적으로 도박에 매달리는 병적도박,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도둑질을 일삼는 병적 도벽, 불필요한 곳에 불을 질러대는 방화벽, 끊임없이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털을 뽑는 발모광증 등이 있다. 이는 모두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아야 한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충동조절장애는 대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머리카락 있는 사람이 모두 자기 머리털을 뽑고 싶은 충동에 몸부림치는 발모광증 환자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불을 지르는 방법을 알지만, 방화벽 환자들처럼 아무 때나 불을 지르고픈 충동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대형마트가 주변에 널려있지만, 우리는 도벽환자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원리는 심지어 도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박이 완전히 합법화된 호주에서조차 도박중독자는 전체 인구의 5%-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도박이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수중의 돈을 크게 잃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달려드는 충동조절 장애자들인 것이다.
3) 충동조절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청소년
충동조절의 시각에 기대어 보면 인터넷중독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중국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조사대상인 인터넷중독 유병율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 수 있다. 인터넷중독증상은 인터넷을 갓 시작한 6개월 이내의 사용자들은 최대 25%로 많이 나타나고, 학생이나 청소년들은 5-17% 정도로 높은 경향이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3-7% 사이로 나타난다.
이는 전반적인 충동조절 장애의 유병율과 거의 같다. 이들은 인터넷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했어도 중독증상을 보였을 사람들인 것이다. 분명히 인터넷은 우리가 가진 어떤 본능적인 충동을 자극하고 튀어나오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하면서 전혀 그런 충동을 경험하지 않거나 적절히 제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충동성은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특별히 두드러지는 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는 충동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시기다. '피가 끓는 청춘'이라는 말은 바로 충동성을 의미하지 않는가 말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자신의 충동성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수많은 위험한 행동들을 저지른다. 그 중에는 폭력이나 약물과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도 있다. 인터넷이나 온라인 게임이 가장 유혹적인 시기 역시 청소년기인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인터넷이나 온라인 게임은 더 위험한 충동적인 행동을 대체하는 역할도 한다.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의 본드와 부탄가스 중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부탄가스와 본드를 미성년자 구매금지 품목으로 정하고 심지어 부탄가스에는 구토제를 첨가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일선 청소년기관에서 가스나 본드 중독문제는 거의 완전히 잊혀졌다. 모두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으로 대체된 것이기에 의학적으로는 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본드나 가스보다는 인터넷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2. 유혹의 요인으로서 즉각적 만족
인터넷에 빠져드는 요인에는 즉각적 만족을 빼놓을 수 없다. 즉각적 만족(Instant Gratification)은 심리학에서는 곧바로 얻어지는 마음의 충족감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이 행동한 것에 대하여 기다리지 않고 즉시로 그에 대한 결과를 알려는 심리적 특성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즉각성은 다음의 문제를 유발한다고 보아야 한다.
1) 즉각성을 요구하는 현대인
자신이 실행한 것에 대하여 바로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은 스피드(speed)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 요구하는 특징일 것이다. 최근 복권 열풍에 있는 현실에서 즉석복권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인터넷은 이런 즉각성 요구에 가장 빠르게 응답하는 수단이다. 인터넷이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고, 사이버공간에 대해 자신감을 주고, 그리고 사이버공간을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연결되어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감정적 애착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채팅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채팅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쉽게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대화가 단절되기 쉬운 현대에서 인터넷은 그 대체적인 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상세계는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기에 현실에서 개인에게 충족되지 못한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효과를 경험하게 만든다.
2) 즉각적 만족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 이용자에게 즉각적 만족은 인터넷의 속성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은 호기심을 자극하여 즉각적으로 오락과 유희를 제공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한 편리성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즉각성으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모이고, 쉽게 헤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현실세계에서 의사소통의 비효율성과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보상수단이 될 수 있다.
이메일, 채팅, 게시판 글 올리기와 같은 인터넷 사용은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지만, 이런 현상도 알고 보면 즉각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대인관계 교류의 특징은 익명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파급 효과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반응에 대해 며칠을 기다려서 아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알 수 있는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 기저에 즉각성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즉각성은 실제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어느 정도 억압 해제효과(Disinhibition effect)와 정서적 투사효과(Emotional laden projection effect)를 가져다주는 측면이 있다. TV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서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이용자들간의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고, 뉴스그룹, 게시판, 블로그 등을 통하여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하여 자신의 감정을 실어서 마음대로 표현하는 등 즉각 반응할 수 있다.
3) 즉각성의 폐해
앞에서 우리는 즉각성을 현대인이 요구하는 특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즉각성이 그에 따른 폐해도 만만치 않기에 반드시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어린아이의 성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린아이가 성장하고 발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전은 충족과 좌절이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는 욕구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시기에는 즉각적인 욕구의 충족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 아기의 어머니는 전심전력으로 아기를 살펴 가급적이면 가장 빨리 아기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이 즉각적인 만족은 아기가 자라남에 따라 조금씩 지연되어야 하는 것이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불안정한 어머니는 아기가 많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먼저 불안하여 지나치게 즉각적 충족에만 매달리려 한다. 이때 아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부터 욕구를 자꾸만 좌절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즉각적으로만 대응할 때 아기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인내력이 약화된다. 이는 아기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좌절시키는 것 사이에 균형이 필요한 것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나중에는 문제로 드러나게 되는 점이다.
즉각성을 말할 때 더 나은 이해를 위하여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연계하여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존재하는 알코올의 의존성은 조급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알콜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는 행동 특성 중 하나는 조급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조급증은 술에 취했을 때 보다 단주를 시작하고 나서 술기운이 떨어졌을 때 더 두드러진다. 이런 조급증은 너무 빨리 일에 착수하여 너무 빨리 성과를 내려고 무리를 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의 원인이다. 조급증의 뿌리는 충족을 연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 성장기 동안 충족 연기를 적절하게 훈련받지 못하고 과잉충족에만 길들여졌거나, 지나치게 좌절만 경험하여 욕구충족에 대한 갈망이 압도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알콜 의존성이 조급함을 유발하여 삶의 문제를 유발한다면 즉각성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즉각성이 문제로 드러난 것이기에 중독자들은 참고 기다리다 보면 저절로 해결될 수도 있다는 삶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는 즉각성 또는 즉시성을 중독의 특성으로 들고 있는 이유의 대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세상의 모든 중독성 물질은 그 효과가 즉각적인 것을 특징으로 한다. 담배를 피우면 불과 몇 초 사이에, 음주는 불과 몇 분 안에 즉각적인 효과를 느낀다. 만약 술을 마시고 나서 하루쯤 지난 다음날에야 기분 좋아졌다고 느낀다면 아무도 알코올에 중독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하여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다 보면 그런 중독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즉각적인 만족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인터넷으로 끌어당기는 소통의 단절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져드는 원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소통의 단절을 꼽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단절은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로움은 인터넷중독과 관련된 또 다른 심리적 원인으로서 간주되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1) 외로움
현실 인간관계에서 외로움은 더욱 인터넷으로 끌어들이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상현실의 참여를 통해 이를 대체하고자 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로움은 사전적 정의에서는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었을 때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인간은 낯선 환경에서 혼자서 적응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였을 때 등 혼자가 되었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외로움의 어원은 하나를 뜻하는 '외'와 '그러함' 또는 '그럴 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롭다'를 붙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내성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즐긴다. 그 때문에 주위에 사람들이 많기에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의 비슷한 말로는 '고독'이 있으며 외로움을 오랫동안 겪다보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수도 있다.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고 주변사람들로부터 격리되었다고 느낄 때, 실제로 뇌의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따돌림'도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심리적, 사회적으로 소외시켜 외롭게 만듦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2) 외로움을 극복하는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중독이 심리적 원인으로서의 외로움이라면, 이는 소통의 특성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언어적 존재이기에 소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누군가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신(神)과 아무리 잘 통하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외로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이때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아무런 간격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나이를 넘어선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친구는 그만큼 자신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친구가 있다 해도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성'(異性)의 사람인 것이다. 인간이 본래 하나였다가 서로 갈라져서일까? 인간에게는 그렇게 자신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이성, 남자에게는 여자, 여자에게는 남자가 반드시 필요한 현실이다.
이런 점은 대개 자살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이성(異性)의 사람이 없다는 점이 특징으로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죽음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진정으로 자신을 가까이할 수 없는 이성이 없어서라고 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필자는 '사랑의 끈'이 끊어져버린 경우로 표현한다. 그에게 정신적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이성이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이를 반대로 하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자살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 된다.
2) 외로움에 대한 이해
우리는 외로움에 대해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외로움에는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이 있다. 절대적인 외로움이란 존재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아무리 금슬(琴瑟)이 좋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외로움의 상대적인 것이란 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 내 곁에 없거나 멀어져 갔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둘을 곧잘 혼동한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외로운 절대적인 것을 중요한 사람이 내 곁에 없기 때문에 외롭다는 형태의 관계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것이 옳다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달라야 할 것이다. 절대적인 외로움에서는 신앙의 문제로만 극복이 가능하고, 상대적인 관계의 외로움은 사람을 더 사귀거나 만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인터넷중독자들이 외로움을 달래거나 극복하기 위해서 인터넷에 몰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실제로 몇몇 연구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익명의 타인들과의 대인관계 몰입은 오히려 현실 사회로부터 멀어져 더욱 고립상태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크라우트(R. Kraut,) 등은 2년간에 걸친 종단연구에서 사회적 고립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인터넷이 현실적인 제약으로 접촉이 어려운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강화시킨다는 입장도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사회적 참여를 비교한 결과, 인터넷이 친구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터넷의 단점이나 폐해만을 말하지 말아야 할지 모른다.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현실공간의 인간관계가 가져다주는 정서적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익명성에 기초한 불완전한 관계로 인하여 오히려 외로움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만나 실제적으로 좋은 관계나 결혼을 이룬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문제는 아마도 인터넷의 그 사용자의 활용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언제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은 확연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쉬운 인간관계 형성과 그 역설적 폐해
인터넷이 부정적 영향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전술했다. 인터넷은 방대한 정보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거리를 초월하여 쉽게 연결되는 소통의 한 문화,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그 이면에는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리로 하여금 다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1) 쉬운 인간관계의 형성
앞에서 우리는 인터넷중독의 심리적 요인으로서 외로움에 대하여 기술했다. 이 외로움의 반작용은 그 대응으로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인간관계의 형성은 어느 정도 외로움에 대한 반응이나 대응적 결과로 해결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인터넷은 개인이 접촉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시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인터넷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전자메일, 뉴스그룹, 채팅 룸, 게시판 등 수많은 대인관계의 장(場)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전화나 편지와는 달리 이전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접촉을 쉽게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의 비언어적인 반응이 보이지 않기에 새로운 사람과 접촉하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접촉할 수 있는 사회망(Social Network)의 범위를 확장 시켜주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특성이 있다. 후자인 가상세계의 잠복성은 채팅방이나 이메일 그룹을 통하여 타인의 활발한 상호작용, 감정, 생각들을 아무런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도록 하게 만든다.
2) 정보 공유를 통한 문제해결의 통로
인터넷에서는 서로가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관계에서 개인이 전하는 정보는 상대방에게 중요한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또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미리 정리하여 올려놓음으로써 도움을 준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지식과 기술, 경험 등을 나누어 가지고 도와주는 순간에 공유하고 교환하는 기쁨을 느낀다. 이때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어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줌으로써 선배가 되기도 하고 선생이 되기도 하는 기쁨을 경험한다.
이러한 활동의 최대 보상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이들은 매번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특정 공동체를 선택하며, 자신이 원하는 게시물을 읽거나 답문을 달면서 때로는 적이 되고 때로는 동료가 되면서 편-가르기를 하며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논쟁과 토론은 적대적 대립이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을 펼쳐보는 실험적 과정이다. 때로는 숨바꼭질을 하듯이 자신의 ID를 숨기기도 하고, 남들이 밝혀주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가면놀이의 가면을 벗었을 때처럼, 오프라인 모임에서 얼굴을 보며 놀라워하기도 한다. 재생산과 생산의 경제적 메타포를 떠나 '그냥 해보는' 놀이를 통한 정신적 교류가 존재하는 것이다.
3) 중독으로의 이행
앞에서 우리는 인터넷이 갖는 장점에 대해서 기술했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의 장점이 점차로 중독으로 이행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터넷이 갖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역설의 폐해로 보아야 하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기와 타인의 관계가 이전보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 이를 추구함으로써 인터넷중독이 생긴다. 쉽게 접속하여 쉽게 사람을 사귀게 되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여 점차로 인터넷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터넷 사용자들은 전화나 편지와는 달리 자신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과의 접촉을 쉽게 할 수 있고, 자신의 비언어적인 반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병리적인 측면에서는 의사소통장애의 증상임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장애가 현실에서보다는 오로지 가상세계에서만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는 쪽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현실에서의 사람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이는 대인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이 현실에서보다는 더 많이 인터넷에서의 대화를 즐기는 쪽으로 빠져드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