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서 성도님들을 생각하며 목회서신을 쓰고 있습니다. 모국은 가을이 점점 깊어 가고 있습니다. 단풍이 물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하룻밤을 더 자면 성도님들 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모국에서 살아온 날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아온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저의 두 번째 고향이 된 것입니다. 모국은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살기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갑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유혹이 많습니다. 심지어 “원하는 대로 해 드립니다.”라는 사업체가 생겼습니다. 무엇이든 원하면 대신 해 주는 것입니다. 줄도 대신 서 줍니다. 빨래도 대신 해 줍니다.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대신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모국에는 슬픈 현실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편리해지긴 했는데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의 욕구불만이 많아졌습니다. 상대적 빈곤감 속에 살고 있습니다. 불평이 많고 원망도 많습니다. 무엇엔가 눌려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어두운 기운이 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더욱 기도해야 합니다.
이번 모국 방문기간 중에도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있습니다. 사람은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삽니다. 같은 시간도 공간의 이동이 많으면 더 길게 느껴집니다. 이번 모국집회는 어느 때보다 공간의 이동이 많았습니다. 서울, 대전, 부산, 포항, 용인을 이동해가면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2주가 조금 더 지났음에도 많은 세월이 흘러간 느낌입니다. 모국 방문기간 동안에 좋은 언어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저는 언어의 능력을 믿고 삽니다. 언어가 주는 치유와 언어가 주는 감동을 압니다. 그래서 좋은 언어를 만나면 그 언어를 붙잡고 깊이 묵상합니다. 제가 이번 모국에 와서 가장 먼저 말씀을 전했던 교회가 목동지구촌교회입니다. 목동지구촌교회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에 좋은 글들이 적혀 있습니다. 오래 전에 엘리베이터에 “물을 구하지 말고 샘을 구하라”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은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입니다. 생수의 근원이신 하나님께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계단에 쓰인 글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혜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 올 수 있어도 성실은 빌려 올 수 없다.” 성실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글이었습니다. 이 짧은 글이 제가 모국에서 말씀을 전하는 동안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일찍부터 성실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성실은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꾸준한 마음입니다. 끈기 있는 마음입니다. 성실은 같은 일을 불평 없이 조용히 반복하는 성품입니다. 성실은 하나님의 성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실은 항상심입니다. 저는 어릴 적에 무척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저는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실을 선택했습니다. 성실을 통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길은 성실과 진실임을 깨달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성실을 선택했지만 성실이 그토록 중요한 성품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성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더욱 깨닫게 됩니다.
성실은 중요한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반복하는 것입니다. 끈기 있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머무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어떤 보상을 받지 못할 때에도 머무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서울 여대 장경철 교수님은 “성실이란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하고 있는 일의 횟수를 더해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일의 횟수를 더해 가는 것은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횟수를 반복하는 중에 우리는 발전하게 됩니다.
발전이란 어제 보다 오늘 조금 더 잘할 때 경험하는 진보입니다. 그냥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조적으로 반복하면서 횟수를 더해 갈 때 어느 순간에 임계점에 이르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놀라운 도약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 분야에 탁월함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한 분야를 선택해서 일만 시간 또는 10년 동안을 집중해서 반복하게 될 때 탁월함에 이르게 됩니다.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성실한 삶은 처음에는 미약해도 나중에 창대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두에게 성공하라고 말씀하신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성실하길 원하십니다. 작은 일에 충성된 사람이 되길 원하십니다. 지혜는 남에게 빌려 올 수 있지만 성실은 빌려 올 수 없습니다. 우리 함께 성실한 성품으로 우리 삶을 물들이도록 합시다. 성실이란 색깔로 우리 영혼을 물들이도록 합시다. 모국 집회기간 동안에 기도로 응원해 주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