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0회기 총회장 취임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총대 여러분,
오늘 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0회기 총회장에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100년의 은혜에 감사하며, 100년의 대계를 품어야 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더불어 이 벅찬 소명을 1,500총대와 281만 성도 여러분들과 함께 이루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참석하여 주신 증경총회장님 여러분, 각 교단 대표자님들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취임식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12년 9월 1일에 자랑스러운 조선예수교 장로회 총회가 조직되어 103년이 되었습니다. 회기로는 100회기입니다. 우리 총회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와 숨결이 함께하는 '하나님의 총회'입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드리며, 새 시대 100년의 행복한 총회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섬길 것을 다짐합니다.
사랑하는 총대 여러분,
우리의 역사는 도전과 극복의 역사였습니다. 맥수지탄(麥秀之歎)으로 가득한 이 나라에 희망의 불씨를 피웠습니다. 열강의 틈에서 민족의 주권 뿐 아니라 믿음의 정신을 지켜냈습니다. 해방 후에는 분단과 전쟁과 가난으로 인한 가도벽립(家徒壁立)의 상황을 딛고 일어서서 오늘을 이루어냈습니다.
우리는 100년의 은혜 가운데 놀라운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회가 부흥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복음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교회의 무용론(無用論)마저도 대두되는 오늘입니다. 각종 지표들을 살펴볼 때, 앞으로 선포되는 복음은 외면받을 것이며, 선교활동에 어려움이 초래될 것입니다. 성도 수는 감소하고 문을 닫는 교회가 속출할 것입니다. 또한 목회자가 더 이상 강단에 설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냉정하게 뒤돌아 봐야 합니다. 교회 안에 세속적 이해와 욕심이 우선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성장지상주와 물질만능주의 가운데 경쟁적으로 치닫지 않았다면 이러한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두 번 십자가에 못 박고 있는 오늘의 현실 앞에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위기 앞에 비통함과 통탄함을 갖고 뼈아픈 회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총대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 상황이 불안합니다. 세계의 화약고로 통하는 휴전선에는 갈수록 갈등이 고조되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에도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많은 문제점들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 공동체를 비롯하여 지역과 세대간 등 각 계층에 반목과 갈등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갈등비용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의 번영이 무색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립과 갈등은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시대적 요구는 반목과 대립과 갈등을 거두어내고, 화해를 정착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사명은 여러분의 기도와 협력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또한 총대 여러분과 성도님들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총대 여러분,
1907년 평양대부흥은 독노회 조직으로 열매를 맺었습니다. 또한 성총회를 조직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회개가 화해를 이루어 부흥으로 꽃을 피운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다시 새 역사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새 시대 100년의 행복한 총회는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닻이 올랐습니다.
망망대해에서 바른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100년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 정책 추진은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화해의 시대를 위한 정책을 위해 다음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 주인이 되는 총회와 교회를 위한 총회가 되게 하겠습니다.
둘째, 사이버상에 제2총회를 만들어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교단 모든 교회와 선교사들에게 현실공간의 총회 혜택(자료제공, 세미나, 회의, 친교 등)을 누리게 하겠습니다.
셋째, 훈련을 통해 목사·장로님들의 지도력 강화에 힘쓰고 다음세대 사역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넷째, 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총회의 각종 현안을 전문가 및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해결하여 총회의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다섯째,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장로교회의 일치 및 초교파적 협력을 얻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총대 여러분, 그리고 성도 여러분,
진정한 화해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요구됩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만을 따르겠다는 용기입니다.
저는 불치의 병으로 4번이나 사경을 헤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 주님은 내 곁에 오셔서 저를 붙들어 일으켜 주셨고, 그 예수님이 심히 미천한 저를 이 자리까지 이르게 하셨습니다.
저의 저 된 것은 오직 예수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찬송가 94장 '주 예수님 보다 귀한 것은 없네'는 지금 저의 찬송이며, 고백이요, 다짐입니다.
오직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위기의 해결책이십니다. 복음은 절망을 넘어 밝은 빛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저와 저희 교회와 성도가 받은 은혜가 그 증거입니다.
저는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목숨을 내건 결단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어서는 안 됩니다. 화해를 위해서는 인내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흥의 동력은 '회개'이며, 화해는 복음의 근거입니다. 이러한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한 구조와 제도의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복음의 능력 회복과 건강한 교회를 위한 자성과 대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반복음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총대 여러분, 그리고 성도 여러분,
총회는 '화해와 미래를 위한 비전 선언문'에 담긴 정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새 시대 100년 행복한 총회'의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100년의 은혜와 100년의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또한 기회로 만들었던 믿음의 지혜도 있습니다. 지혜와 저력으로 오늘 우리 앞에 마주한 위기를 극복합시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자긍심을 갖고 자랑스러워할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도록 합시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귀한 사명 앞에 제가 선두에 서서 순교자의 마음으로 헌신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함께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복음의 능력으로 그리스도의 영광을 높입시다. 감사합니다.
2015년 9월 14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0회기 총회장 채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