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전문적인 연구들이 교회의 건강을 위한 목회자의 자세와 역량의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자명하게 드러난 점은 건강한 정체성을 지닌 목회자가 건강한 교회를 만든다는 다분히 상식적인 그러면서도 매우 중요한 결론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건강한 정체성이 우선적으로 소명의식, 사명감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죠지 바나 연구소는 지난 20년 간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소명과 관련한 임상 조사에 따라 다음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즉, “건강한 목회자는 자신이 목회자의 역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택하시고 준비시키신다는 것을 확신하며, 그런 교회 목회자에게는 특별한 역량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은사와 재능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 교회 공동체를 끌어가는 목회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건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임이 분명하다. 소명에 대한 확신은 자연스럽게 사명감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사명을 이루기 위한 헌신의 과정에서 은사가 더욱 계발되고 발현된다. 이렇듯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교회 목회자는 맡은 사역의 자리에서 최선의 역량을 집중한다. 영혼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헌신은 소명의식과 사명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소명의식과 사명감에서 비롯된 정체성은 건전한 동기유발을 가능케 한다. 종교마저도 사유화되기 쉬운 시대에 신앙공동체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위치에 있는 목회자의 역할은 특별히 중요시 된다. 종교를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종교적 영향력이 정신건강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상반된 결론에 이르고 있다. 부정적인 주장(S. Freud))은, 종교가 그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미성숙한 단계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불건전한 목회자의 강박적이고 집착적 이데올로기로 인해 그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런 종교 행태 안에서는 결코 건강한 교회가 나올 수 없기 마련이다. 반면에 긍정적인 주장(Carl G. Jung)을 하는 이들에 따르면, 종교적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은 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목회자들의 역할은 분명해 진다. 목회자의 바른 정체성에서 비롯된 건전한 동기부여는 교회 멤버들의 삶에 영적인 의미, 선한 가치와 덕스러운 자세를 유도하고 진작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목회자의 건강한 정체성이 한 공동체의 정신과 영성에 건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교회의 건강성 회복의 문제는 목회자의 정체성 회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담을 향해 “네가 어디 있느냐?” 물으시는 야훼 하나님은 지금도 동일하게 네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물으신다. 훼손되고 상처 난 목회자의 정체성은 많은 경우, 이 시대의 혼란스런 가치관과 거짓된 가르침에 기인한다. 진리인 듯, 진리 아닌, 진리 같은 거짓들이 버젓이 상좌에서 성공사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결코 성경에 근거를 두지 않은 기업형 목회의 성공 신화들이 한 명의 영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의 내면을 뒤흔들어 놓는다. 성경에는 단 한 번도 긍정하지 않은 권력화된 왕정 종교지도자들이 영권을 휘두르며 평생 한 길을 가고 있는 정직한 목회자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광야시대의 황금 송아지가 교회 사역의 중심을 차지하여 두 주인을 섬기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성결한 영을 지닌 목회자들 조차도 스스로 무능한 존재라 한탄케 한다.
이런 혼란기에 우리는 다시 소명의 자리로 돌아가 다윗의 입술로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견고한 정체성)을 새롭게 하소서(시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