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일) 신두팔촉 빵그레딸 가비스와 320가구 중 가장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100가구에 텐트 35개, 모포 100장, 모기장 100개, 검정 스펀지 매트리스 50m 4개 롤을 전달하고 카트만두로 출발합니다. 이 마을은 320가구 중 전체가 붕괴하거나 거처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진 집들이 보기 흉하게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신두팔촉 골체가비셔, 114개 가정 중 112개 완파, 사망 11명, 중상 3명. 쌀 114포대와 천막 50개 지원하였습니다."
"전 어제(8일) 럴리푸르 타이버 지역에서 100여 명에게 점심 한 끼를 제공하고 쌀 25kg 28포대, 라면 25박스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뚝꾸차 마좌탄에 잘 다녀 왔습니다. 담요 50장, 텐트 50개에서 아직 텐트는 두 개밖에 없어서 못 갖다 주었고요. 여성용 키트 100개는 인기 '짱'이었습니다."
전문 구호대원,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보고가 아니다. 지난달 25일 대지진 발생 당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네팔 주민들과 똑같이 지진을 경험하고 피해를 입은 현지 한인 선교사들의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이들은 식량과 긴급구호물품을 트럭에 싣고 네팔의 험한 지형과 비포장 도로 위를 달렸다. 13시간 동안 트럭을 타고 도로와 낭떠러지 길을 통과해 고지대 마을을 찾는가 하면, 산사태, 낙석의 위험에도 산속 마을에 꼭 필요한 식량과 텐트를 전달했다. 물론 선교사들도 위험한 길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두려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이들은 "지진 발생 후 2주 정도 지나자 구호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접근 가능한 지역에는 어느 정도 구호물품이 전달됐지만, 네팔 지형상 접근이 어려운 많은 지역에서는 아직 구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오지 마을 피해 주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해도 구호활동에서 소외된 주민들은 구호물품을 싣고 도착한 선교사들을 반기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 선교사는 "정부나 외부의 도움이 없어서 텐트도 없이 산 속에서 생활하고, 열흘 넘게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구호가 시급했던 지역을 돕고 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구호사역 외에도 지진으로 교회 건물이 파괴되고 성도들이 사망한 네팔교회들을 방문해 함께 예배하고 격려하는 사역도 했다.
이처럼 대지진 직후 피해 주민과 현지 교회 및 성도들을 위해 신속한 초기 구호활동을 펼친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 재난대책본부가 10일 해산하고, 향후 각 교단 및 선교기관, NGO 등을 통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구호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12일 또다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추후 대처방안이 달라질 수도 있으나, 큰 방향은 이같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는 지난달 25일 대지진 발생 3일만인 27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국위기관리재단(KCMS)과 함께 3자 협의를 통해 네팔 한인 선교사 12명으로 구성된 재난대책본부를 발족했다. 대책본부는 14일 동안 총 16만 1,759달러(약 1억 7,700여 만 원)를 모금하고 총 14개 도, 108개 마을의 피해 주민에게 식량, 구호물품 등을 전달했다. 이들은 3천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신두팔촉을 비롯하여 카트만두, 누와곳, 다딩, 러수와 등 14개 도에 쌀 20,259포대, 라면 1,034박스, 천막 6,012개, 4인용 담요 2,284장, 현금 등을 긴급 지원했다. 추가로 천막 3천 개는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 중이다.
대책본부장으로 섬긴 어준경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 회장은 11일 페이스북(Pray for Nepal, 네팔을 위해 기도해주세요)에서 '긴급구호 국면에서 중장기적 복구사역의 국면으로 전환하는 협력선교의 방향에 대하여'란 글을 통해 "NGO, UN, 외국 원조에 따른 네팔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급박하게 구성해 활동한 대책본부는 5월 10일 자로 일단 해산하게 됐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밝혔다.
어 본부장은 "지진 발생 이후 선교사회는 긴급하게 재난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여 초기 구호활동을 펼쳤고, 모든 선교사님의 목숨의 위험을 무릅쓴 헌신적이고 신속한 구호활동으로 많은 네팔 사람이 절박한 재난상황 속에서 시의 적절한 도움을 받았을 수 있었다"며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모든 선교사에게 힘과 지혜를 허락하신 주님께 온전히 영광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선교사회가 복구사역을 장기적 전망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 단계에서는 교단별, 선교기관별, 선교사별 사역이 활발해질 것이며, 선교사회는 개별적 사역이 최대한 서로 협력하여 불필요한 중복과 낭비를 줄이고 경쟁적·소모적 활동을 최소화하도록 조정·중재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선교사회 소속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 안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한편, 어 본부장은 "연합 사역의 한 모델로, 지역별 연합사역을 추진하여 교단이나 선교기관들이 협력하여 해당 지역 네팔교회연합과 공동으로 사역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며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 되게 하심을 복구사역 속에서 이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어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어려움에 처한 네팔의 회복을 위해 섬기며 도와야 하는 상황은 저희 선교사회에 큰 도전일 뿐 아니라 성숙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책임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연합, 협력하여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 높이고 하나님 나라만 구하는 종의 모습으로 섬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는 지역별 연합사역의 한 모델로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후원창구(신한은행 140-009-149015 사단법인 한국위기관리재단)를 당분간 계속 운영한다. 후원금은 특정 교단, 단체, 개인이 아닌 선교사회가 공동 추진하는 복구 및 재건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모든 재정은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구호 사역에 동참한 한 네팔 선교사는 "네팔 한인 선교들의 헌신과 동역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자랑스럽다"며 "한국교회 역시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동역한다면 더 큰 일들을 하고, 세상으로부터 오는 지탄의 늪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NGO 사역자는 "이번에 선교사회에서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다른 단체들보다 빨리 초동대처를 해주어서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 재난대책본부의 국내 창구 역할을 맡은 한국위기관리재단(KCMS)도 현장과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구체적인 사역 계획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현재 두 단체는 대지진 참사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 Stress Disorder, PTSD)를 예방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후속조치 등에 협력하고 있다.
KCMS 사무총장 김진대 목사는 "재난 발생 직후 당장 도움이 필요한 피해 주민들을 위해 현지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선교사회가 신속하게 전략을 세우고, 한국에서는 선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의 구호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KCMS는 지난 2주 동안 네팔로 들어가는 구호팀, 봉사팀과 현장의 필요 등을 조율하고, 성금과 위기관리 지침서 전달, 한국교회에 현장 정보 전달 등의 역할을 했다. 김진대 목사는 "이번 네팔 구호사역은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 재난 취약 국가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시스템을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