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축구 선수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을 기념하는 명예도로 조성 추진에 나섰다가 불교계가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에 나서면서 백지화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박지성을 기념하는 '박지성로'가 이미 조성된 가운데, '차범근로' 조성에 불교계가 반발했다는 소식에 기독교계는 물론 축구계와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교신문(ibulgyo.com)와 경기일보,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화성시는 기안동 67-1 지점에서 안녕동 6-10 지점까지의 왕복 6차선 화성서부로 5.2km 구간에 대해 지난 4월 초 시의 고시를 거쳐 같은 달 22일 화성시도로명주소위원회를 통해 '차범근로'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하기로 확정공고했으며, 주민공람을 진행한 뒤 지난달 17일 이를 최종확정했다.
위원회는 화성시 화산동 출신으로 대한민국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차범근 선수의 공을 기리기 위해 차범근 명예도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역 불교계와 용주사 신도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 주민들(차범근로 비대위)이 도로 명칭에 대해 반대하고 나선 것.
이 도로는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와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을 가로지르고 있어 용주사로나 융건릉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역 불교계의 주장이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용주사 법진 기획국장은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문화유산보다 차범근 선수의 가치가 더 크다는 말이냐"며 "사찰과 문화유산을 가로지르는 도로 개설 자체가 문제인데, 한 술 더 떠 '축구와 교회만 안다'는 차범근 집사의 이름을 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차범근의 이름이 들어가는 도로 명칭을 불교 사찰이 있는 이곳에 사용할 수는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차범근로 비대위에서도 세계문화유산의 '이정표'나 다름없는 도로명을 결정하는 일임에도 지역문화나 역사, 정체성과 상관없이 도로명을 결정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처럼 불교계를 중심으로 해 차범근로 조성에 대해 반발이 일자 화성시는 차범근로 명칭 부여를 백지화시켰다.
화성시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도로명 부여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해당 구간의 '차범근로'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도로명을 재확정 할 경우 주민의견과 지역 정체성을 고려해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지하철 9호선의 한 역의 명칭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코엑스역'이 아닌 '봉은사역'으로 정해진 일과, 수원시에 불교 신자인 박지성의 이름을 딴 '박지성로'가 조성된 일 등이 거론되며 또 다시 종교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 봉은사역 명칭 변경과 백지성로 취소 등을 놓고 여론전이 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