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교회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 제1여선교회의 헌신예배가 있었다. 사회와 기도, 특별찬양과 구호외침 등으로 나름 세련된(?) 모든 순서에 은혜가 되었다. 나이는 들어도 마음은 젊었고, 우렁찬 목소리와 패기도 돋보였다. 그러나 더 큰 은혜는 역시 먹는 시간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동탄 메트로타운에 갔다. 평소에 젊은이들도 가기 쉽지 않은 고급 아웃백이었다. 하긴 나도 그런 곳에 갈 기회가 별로 없고 비싸다는 생각에 내 돈으로 가기가 좀 어려운 곳이었지만, 모처럼 어르신들을 모시고 함께 갔다. 기회를 놓칠세라 뒤따라 젊은 여선교회원들도 왔다. 또 몇몇 청년들도 합세를 했고, 30명 가까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들 세상이 되었다. 무척 좋았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르지도 못하는 촌사람(?)들이었지만, 그런 것이 더 매력이었다. 우리의 형편을 잘 알고, 아웃백 사장께서 친히 나와서 적절하게 미리 준비를 하고 도와줬다. 사장이 주문하여 나오는, 더 나은 다양한 음식들은 무한 리필로 실컷 먹을 수 있었고, 모두가 배부름의 은혜를 만끽했다.
한 마디씩들 한다. "목사님 덕분에 이런 좋은 곳에 와 봤다" "이런 비싼 고기를 한없이 먹어봤다" "아들 딸보다 우리 교회가 더 좋다"고 이구동성이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옆에 누가 있건 없건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들은 어린아이처럼 또 웃음 많은 소녀들처럼 모처럼 마냥 웃고 떠들었다. 어느새 7, 80 고령이 아니라, 아주 즐거운 분위기에 흠뻑 젖어서 어리광을 피우듯 젊은이들 틈에 끼어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노인(?)도 모처럼 포즈를 취하며 아주 예쁘게 스마트폰으로 쉼없이 찍어댔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어린아이가 될 수 있었다. 분위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좋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었다. 우리는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다음에 또 누군가 쏘기로 하고 몇 번씩이나 인사를 하면서 헤어졌다.
다음 주일에도 또 먹을 일이 있다. 서울 압구정 한강공원을 끼고 유람선 위에서의 저녁 만찬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도 우리 교회 모든 식구들이 함께 가게 된다. 제목이 "김헌수 목사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밤"이다. 이날은 먹을 것만이 아니라,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기에 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교인들은 벌써부터 찬양과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행복을 주는 사람'도 불러주겠다고 한다. 하모니카도 등장하고 이런저런 재주들을 동원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아주 좋은 사람들과의 먹거리가 기다려지기에, 또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
우리 주님도 언제나 먹을 것을 주셨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기쁨을 주시고 행복을 나누셨던 것이다. 특별히 부활하셨음에도, 예수님은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153마리의 아주 큰 물고기를 그물이 찢어지도록 잡게 하셨다. 그리고 육지에 올라 생선을 숯불에 구웠다. 떡과 조반을 와서 함께 먹도록 하신 것이다(요 21:8-14).
우리 교회도 누구든지 와서, 또 무엇이든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역시 먹을 때에 기쁨이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감사하다면서, 믿음의 진한 사랑을 느끼며 신앙생활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 마치 초대교회처럼 아름다운 가족애를 느끼며 은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목사는 언제나 먹을 것을 잘 공급해야 한다. 육적·영적 양식을 부족함 없도록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말씀의 양식이 부실하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고 건강한 자녀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성령의 음성을 듣고 또 사모하고 있다. 먼저 나에게 주시는 말씀, 그리고 사랑하는 믿음의 식구들에게 주실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