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벗어나 구원파 본산 금수원 갔을 가능성도 나와
구원파 신도들 조직적 검거 방해 나선 듯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쫓고있는 검경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순천 별장에서 체액과 지문 등의 증거를 확보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지리산으로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도주로 차단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검경은 순천 송치재 인근 '숲속의 추억' 별장을 급습했으나 유 전 회장의 행방을 놓쳤다. 대신 현장에서 유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30대 구원파 여신도 신모씨를 체포했다.
열성적인 구원파 신도이기도 한 신씨는 유 전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대표로 있는 미국 뉴욕의 아해프레스에 소속돼 있다. 미국시민권자인 신씨는 검찰이 유 전회장의 전남 순천 별장을 급습했을 때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것처럼 영어로 말하면서 유 전회장이 별장을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당시 신씨는 도청방지 장치와 여러 개의 대포폰, 현금 800만원을 소지하고 있어 도피 전 철저한 준비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신씨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어로만 진술하면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검찰은 신씨가 어떤 이유로 유 전회장의 도피 길에 따라나섰는지, 도피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맡았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순천이 아닌 구례 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추적중이다. 지리산 자락의 '빨치산 루트'를 활용해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는 첩보가 나와 인근 수색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경수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순천 일대에 빨치산 토굴이 많이 있어 이곳을 염두해 두고 수색중이다."고 밝혔다.
유 전회장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빨치산 루트'는 6·25 당시 남부군 대장이던 이현상이 순천에서 반란군과 합류해 이동했던 이동로다. 유 전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의 별장에서 송치재를 지나 지리산을 타고 구례 방향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순천 주요 길목이 검경의 검문검색으로 도주로가 차단되 있어 산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순천을 빠져나와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검찰은 경찰에 금수원 인근 검문·검색 및 순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편 검찰은 구원파 신도들을 중심으로 유 전회장에 대한 범인 은닉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도피 총책'역을 맡은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엄단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구원파 신도들은 조직적으로 유 전 회장을 쫓는 수사팀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난동을 부렸고, 일부는 체포과정에서 성추행과 적법절차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사전에 조직적인 유 전 회장 도피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