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북미에서 처음 제시된 '선교적 교회' 개념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북미 기독공동체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소개돼 5~6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필요성과 당위성, 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말하는 선교, 교회 등의 용어에 대한 인식 전환과 개념 정립부터 요청된다. 선교신문은 한국교회의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의 개념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와 하나님 나라 선교'에 대한 기획을 연재한다.(편집자)

선교지 교회의 자립, 지도력 문제 발생

20년 이상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선교한 장완익 선교사는 "선교 현장에 있으면서 전통적이고 제도 중심적인 크리스텐덤 교회론으로는 지상명령 수행에 심각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교현장에서 바라보는 선교적 교회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선교타임즈 최신호에서 크리스텐덤(기독교 왕국, 4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서유럽을 지배했던 종교적 문화)이 해외 선교 현장에 가져온 문제점으로 자립과 지도력 개발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사도행전이나 서신서 등 성경에 나오는 교회들은 교회 자립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지도력 역시 사도와 교인들이 가졌고, 이방지역 선교사는 일정기간 지역교회 지도력을 개발하고 훈련한 후에는 간섭하지 않는 등 자립과 지도력 개발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텐덤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상의 많은 교회, 특별히 선교사에 의해 설립됐거나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교회들이 끊임없이 자립을 부르짖고,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립이 요원하다"며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교회가 자립하지 못한 채 '선교사 교회(missionary church)'로 남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교사는 전도하고 교인을 훈련하다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특히 경제적 자립 여건이 구비되면 선교사가 갖던 지도력을 지역교회에 이양해야 한다"며 "이 때 자주 사용되는 원리가 해롤드 풀러 박사의 4P이론"이라고 말했다. 선교단체나 선교사가 현지교회와의 관계를 개척자(Pioneer)-부모(Parent)-협력자(Partner)-참여자(Participant)의 단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장 선교사는 "그러나 선교사는 교회의 지도력을 지역교회에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지도력을 개발하고, 이를 강화시키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텐덤 구조 속 전통적 교회론의 한계

장 선교사는 크리스텐덤이 낳은 전통적 교회론의 또 다른 한계에 대해 교회 안의 성직계급주의, 건물 중심의 교회 이해, 제도와 재산을 배경으로 운영되는 교회, 대학이 아닌 신학교 설립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건물 중심의 교회에 대한 인식에 대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의 모임이며, 이들이 예배 드리는 장소나 건물이 예배당, 교회당"이라며 "언제부터인지 교회와 교회당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교회당을 성전이라 부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모여 예배 드리는 건물, 장소는 성전이 아니라 교회당이며, 진정한 성전은 우리들의 몸(고전3:16)"이라며 "크리스텐덤 이전의 초대교회는 건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예배와 교제를 했으나 지금의 교회는 건물, 장소가 교회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며 교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청했다.

그는 또 "크리스텐덤 시대에 접어들자 교회는 국가로부터 각종 제도와 조직적인 혜택을 받고 엄청난 재산과 부를 축적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쌓은 권력, 재산, 부는 초대교회의 전통과 순수성을 앗아갔고, 성령에 의해 운영되기 보다 권력과 재산을 가진 사람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조직을 배경으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은 교회가 세상에 거리를 두며 믿는 자들만의 공동체가 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신교가 세운 옥스퍼드대(1096년), 케임브리지대(1209년), 하버드대(1636년), 예일대(1640년) 등은 모두 기독교 대학"이라며 "이 대학들은 믿는 자들만이 아닌 믿지 않는 자들에게 믿음을 나누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영향력을 세상에 나타낼 기독인 지도자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19세기 들면서 유수의 기독교 대학들이 세속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고, 교구의 직업적 기술에 역점을 둔 사제와 성직자 양성 제도인 신학교 제도를 도입한 것이 이런 한계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랄프 윈터 박사도 서구 교회가 범한 12가지 지적 중 첫 번째로 '대학이 아니라 신학교부터 시작한 것"을 잘못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선교적 교회론, 어떻게 확산시키나

레슬리 뉴비긴은 인도 선교사를 은퇴한 후 영국에 돌아와 유럽을 새로운 선교 현장으로 삼고, 근대 문화에 대항해 복음의 능력과 생명을 증언했다.
레슬리 뉴비긴은 인도 선교사를 은퇴한 후 영국에 돌아와 유럽을 새로운 선교 현장으로 삼고, 근대 문화에 대항해 복음의 능력과 생명을 증언했다.

전통적 교회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경적 교회의 원형을 회복하려는 개념이 '선교적 교회론'이라고 말한 그는 "오랜 교회 역사를 갖고 있거나 교회 구조가 변하기 어려울 만큼 굳어진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은 교회 역사를 갖고 있거나 교회 구조를 세워가는 선교현장에서 적용이 수월할 것"이라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장 선교사는 먼저 선교현장의 사역자, 교회 목회자, 신학교수 등을 막론하고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바른 인식과 관심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진 이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성경에 근거한 선교적 교회론의 개념을 전하고, 포럼,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열어 구체적인 개념과 필요성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그는 선교현장을 배경으로 하는 선교지향적 연구단체와 지도자 양성단체, 연맹 등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교적 교회론에 대해 해외선교단체 및 외국선교사들과도 학문적, 학술적 배경에서 연대하고 논의하며, 국내 신학자와 중견 목회자들과도 신학적으로 검토하는 등 네트워크를 구성해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선교사는 세 번째로, 선교적 교회론을 선교신학적, 사역적 개념으로 받아들인 선교사, 신학자, 목회자를 중심으로 선교연구소나 훈련원, 선교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선교적 교회론이 단순한 이론이나 단회적 주장을 넘어 선교신학의 주요 범주에 포함되도록 하며, 더 많은 선교 현장에서 선교사들이 선교적 교회론을 갖고 사역하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교적 교회론에 입각한 신학과 교회, 선교 간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을 제안했다. "전통적 교회론 개념으로는 신학과 교회가 분리되어 있고, 선교 역시 이 둘 사이에 존재할 뿐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선교적 교회론으로는 신학과 교회의 중심에 선교가 자리하고,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미쳐 신학과 교회가 선교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이 35년 간 인도 선교 후 영국으로 돌아와 주창한 선교적 교회론은 선교지가 되어버린 서구 사회의 현실에 도전을 주고, 세계 교회의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장 선교사는 "한국교회 역시 영향력이 날로 감소하고 대형교회들은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교회론에 대한 반성과 변화 없이 사역 효과도, 선교적 기대도 갖기 힘든 상황에서 성경적 교회의 지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교적 교회론은 바른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