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V. 로고스와 레마 간에 의미나 뉘앙스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앞에서 지적한대로 어떤 목사님들이 “레마”와 “로고스”를 구별해서 “레마”는 특별히 “능력 있는 말씀”의 뜻으로 사용된다고 말하는데 반하여 “레마” 뿐만 아니라 “로고스” 역시도 “능력 있는 말씀”을 뜻하는 경우에 쓰이고 있다. “로고스”가 “능력 있는 말씀”의 뜻으로 쓰인 경우들과 “레마”도 “능력 있는 말씀”의 뜻으로 쓰인 경우들은 다음과 같다:
1. 로고스가 능력 있는 말씀을 의미하는 경우
마8:16; 13:23; 24:35; 눅4:36; 요4:50; 5:24; 15:3; 17:19; 행6:7; 12:24; 13:26,49; 20:32; 롬3:4; 9:9,28; 빌2:16; 6:17; 딤전2:5; 딤후2:9; 약1:18,21; 히2:2; 4:12; 벧전3:5; 벧후3:5,7;요일1:1.
2. 레마가 능력 있는 말씀을 의미하는 경우
마4:4; 눅2:29; 요6:63,68; 15:7; 행5:20; 11:15; 엡5:26; 히1:3; 11:3; 벧전1:25.
이상의 예들로 미루어 “로고스”는 일반적인 말씀의 뜻으로 사용된 반면 “레마”가 능력 있는 말씀의 뜻으로 사용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마”와 마찬가지로 “로고스” 역시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마”와 “로고스” 간에 어떤 미묘한 의미나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을 하기위해서는 “레마”와 “로고스”가 같은 곳에서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이런 경우에 이들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로고스”와 “레마”가 같은 의미로 함께 사용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3. 구별 없이 함께 쓰이는 곳
마12:36; 요12:47-8; 15:3-7; 17:6-8; 행10:36-37,44; 13:44-49; 히12:19.
마12:36에서 “레마”와 “로고스”가 무익한 “말”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요12:47-48과 15:3-7에서는 둘 다 예수님의 “말씀”의 뜻으로 사용되었고, 요17:6-8과 행10:36-37; 13:44-49; 히12:19에서는 둘 다 하나님의 “말씀”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행10:44에서는 “레마”와 “로고스”가 베드로가 한 말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로고스”가 말씀이 아닌 특별한 뜻으로 사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고스”와 “레마”가 둘 다 동일하게 “말” 또는 “말씀”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이 둘 사이에 어떤 의미나 뉘앙스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키텔(Kittel)이 편집한 신약신학사전에는 “레마”가 “명확한 진술”(statement)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으나(축약판 505면),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레마” 보다는 오히려 “로고스”가 “명확한 진술”의 뜻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예가 롬14:12에 나온다. 우리말 성경에는 “이러므로 우리 각인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라고 되어 있는데, 이 구절에 해당하는 희랍어원문을 직역하자면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에 관하여 하나님께 진술하게 될 것이다”이다. 여기서 “진술하다”에 해당하는 희랍어는 “로곤 두나이” (lovgon dounai)이다. 그런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로곤 두나이”(lovgon dounai)는 “어떤 견해에 대한 정당함을 입증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로고스”의 이러한 용법은 비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만 해당하는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영어의 논리 그리고 논리학(logic)이라는 말은 희랍어의 로기케(logikhv)에서 나왔는데, 이 로기케는 “로고스”에서 나온 사실과 학문의 명칭을 나타내는 데도 “로고스”가 사용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신학을 뜻하는 영어의 “theology”는 라틴어 “theologia”에서 나왔는데, 라틴어의 “theologia”는 희랍어 “qeologiva”에서 나왔다. 그리고 여기서 logia(logiva)는 logos(lovgo")에서 나왔다.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로고스”는 “학문적인 연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우에 “로고스” 대신에 “레마”가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편의 글이나 저술도 “로고스”라고 하지 “레마”라고는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히브리서의 저자가 13:22에서 자기가 쓴 글을 “로고스 파라클레세오스”(lovgo" th" paraklhvsew")이라고 부르는 데, 그 뜻은 “격려의 글”이다. 이때에 “레마”를 사용하지 않고 “로고스”를 사용한 것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누가가 행1:1에서 자기가 먼저 저술한 책 즉 누가복음을 “처음 글” 즉 “프로토스 로고스”(prwto" lovgo")라 한 것도 이와 유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요즈음 학자들 중에서도 로마서를 “권면하는 글”이라는 의미로 “로고스 프로트렙티코스”라고 부르는 학자가 있는데, 이것도 고대의 관습을 따른 것이다. 실제로 고대에서 “로고스 프로트렙티코스”(lovgo" protreptikov")는 하나의 문학적 장르(genre)였다. 이것은 수신자로 하여금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권면하고 독려하는 글이다. 이것은 원래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서 플라톤의 영향 하에서 철학을 권장하는 책에 붙인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예를 찾자면 “권농가”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고대에서 “로고스”는 단순히 “말”이나 “말씀”이라는 뜻 외에도 여러 가지 뜻으로 그리고 자주 사용되었으나 “레마”는 “말” 또는 “말씀” 이외의 다른 뜻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흔하게 쓰이는 말도 아니었다. “레마”가 복수로 쓰이면 그것은 “표현” 또는 “어구”(phrase)를 의미하나 이것도 “말”이라는 그 기본적인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고대희랍어 사전인 Liddel-Scott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사전은 각 면이 두 개의 난(column)으로 되어 있는데, “로고스”에 대해서는 두 면 반이 할애되어 있지만 “레마”에 대해서는 불과 몇 줄만이 할당되어 있다. 그런데도 성경에서는 “레마”가 상당히 자주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성경에서도 “로고스”가 “레마”보다 훨씬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신약뿐만 아니라 희랍어로 된 구약성경 즉 70인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그 사용되는 빈도수와는 상관없이 “로고스”와 “레마”가 “말”을 뜻할 때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무런 차이 없이 둘 다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로고스”와 “레마”를 구별하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다.
V. 구약의 경우
이러한 사실은 비단 신약성경뿐만 아니라 70인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로고스”와 “레마”가 “하나님의 말씀”과 “사람의 말”을 지칭하는데 구별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사랑을 뜻하는 “아가페”와 “필리아”가 아무런 구별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과 마찬 가지이다. 창세기에서는 “로고스”가 세 번 등장한다.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은 창4:23인데 여기서 “로고스”는 라멕의 “말”을 뜻한다. 그 다음은 29:13에서는 “로고스”가 야곱이 부모 곁을 떠나 어떻게 라반의 집에 이르게 된 “경위”를 뜻하고 마지막인 34:18에서는 “로고스”가 야곱과 그 아들들의 말을 뜻한다. 그러나 “로고스”가 인간의 말을 뜻하는 데만 사용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를 들면 출4:28에서는 “로고스”는 여호와의 “말씀”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로고스”가 그 다음에 나오는 출5:9에서는 “쓸데없는 말”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한편 “레마”가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은 창15:1인데 여기서 “레마”는 여호와의 “말씀”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창24장에서는 “레마”라는 단어가 여섯 번 나오는데 (9,28, 30,33,52,66), 이 모든 경우에 “레마”는 사람의 말 아브라함의 늙은 종의 말을 뜻한다.
그리고 신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사야서의 경우를 살펴보면 사1:10; 2:3; 28:14; 66:5에 “여호와의 말씀”이란 말이 나오는데, 1:10; 2:3; 28:14에서는 “로고스”가 사용된 반면에 66:5에서는 “레마”가 사용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이 능력이 있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는 사55:11 “내입에서 나오는 말도 헛되이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뜻을 이루며 나의 명하여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에서 “말”에 “레마”가 사용되었지만, 그에 앞서 사45:23 “내가 나를 두고 맹세하기를 나의 입에서 의로운 말이 나갔은즉 돌아오지 아니하나니 내게 모든 무릎이 꿇겠고 모든 혀가 맹약하리라”에서는 “말”에 “로고스”가 사용되었다. 그런가 하면 사28:11에서는 “레마”와 “로고스”가 둘 다 인봉된 책의 “말씀”의 뜻으로, 사37:4-7에서 “레마”와 “로고스”가 둘 다 하나님의 “말씀”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사야서에서도 “로고스”와 “레마”가 사람의 말을 지칭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VI. 나가는 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경에서 “로고스”와는 달리 “레마”가 능력 있는 말씀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어느 목사님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능력 있는 말씀과 그렇지 않은 말씀으로 구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인위적으로 능력 있는 말씀과 그렇지 않은 말씀으로 구분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을 맨 처음 한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아무런 비판 없이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는 목회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교계의 지도자로 인정받는 목사님들 중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잘못된 주장이 여러 사람에 의해서 되풀이 되어도 이것을 시정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교계가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