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원이 '혐오 행위' 처벌과 관련된 종교적 보호 조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종교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캐나다 하원은 최근 '혐오 대응법(Combatting Hate Act)'으로 불리는 법안(C-09)을 찬성 186표, 반대 137표로 가결했다. 이번 표결은 정당별 입장이 뚜렷이 갈린 가운데, 자유당과 블록퀘벡당이 찬성한 반면 보수당, 신민주당, 녹색당은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은 인종, 민족·국적, 언어, 피부색, 종교, 성별, 연령, 장애,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혐오 동기' 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종교시설, 교육기관, 노인 거주 시설, 묘지 등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기 위해 공포를 조성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해당 법안은 '혐오'를 "비난과 증오와 명백히 연관된 강렬하고 극단적인 감정"으로 정의하고, 이에 기반한 범죄를 기소 가능한 중범죄 또는 약식 기소 대상 범죄로 규정한다.

다만 법안에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교육적·종교적·정치적·과학적 발언이 고의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지 않는 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예외 조항도 포함됐다. 또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축소·정당화하는 반유대주의적 발언은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기존 형법에 포함돼 있던 '선의(good faith)'에 따른 종교적 표현 보호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해당 조항은 개인이 종교적 주제나 경전에 기반한 신념을 성실하게 표현하거나 논증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해 왔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가톨릭 주교회의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주교회의 의장인 피에르 구드로 신부는 지난해 말 마크 카니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조항 삭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의에 기반한 종교적 표현 보호 조항의 폐지는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며 "이 조항은 오랜 기간 캐나다인들이 악의 없이 진지하게 신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보호해온 핵심 장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조항이 삭제될 경우, 전통적인 도덕적·교리적 가르침을 표현하는 행위가 혐오 발언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최대 2년의 징역형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종교 지도자와 교육자, 신앙 공동체 전반에 위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 대중이 이해하는 혐오 발언의 범위는 실제 형법보다 훨씬 넓은 경우가 많다"며 "명확한 보호 장치가 사라질 경우 실제 기소 가능성과 관계없이 종교적 표현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법안은 최종 발효를 위해 상원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후 총리의 서명을 통해 법률로 확정된다. 캐나다 상원은 오는 4월 14일 회기를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