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한복협) 2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14일 오전 7시 서울영동교회(담임 정현구 목사)에서 개최됐다.
김영한 교수 “맹목적 재난은 없다… 하나님의 음성 들어야”
신학위원장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장, 숭실기독대학원 설립원장)는 신학적 관점의 첫 강연에서 “개혁주의 유신론적 세계관은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한다. 선과 복과 생명과 번영만이 하나님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악과 재앙과 죽음과 질병도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재앙에 대하여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논해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적 입장에서 이 세상은 선신과 악신의 이원론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 지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역사와 자연을 그의 주권적 섭리에 따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다. 역사적 재난과 자연적 재난은 모두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 아래서 일어나고 그 분의 뜻을 이룬다”며 “20세기 한국의 한일합방, 해방과 분단, 6.25 전쟁, 2001년 미국의 9.11 테러는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재난은 민족들이 행한 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 현실 또한 아직도 조상의 죄업을 치러야 할 민족의 정화 과정이다. 역사적 재앙에는 그 뒤에 숨어 계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재난에 대한 십자가 신앙으로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인식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의 명상을 통해서 이뤄진다. 루터는 ‘참된 하나님의 임재는 눈에 보이는 번영과 성공이 재난과 고통과 절망 속에 있다’고 했다. 십자가 신앙의 하나님은 기복이나 번영의 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의 고난과 재난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에게 참 삶의 길을 알게 하시고 복과 은혜의 길을 알려주시는 하나님이다. 재난과 그것이 수반하는 무자비함과 냉혹성과 그것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오로지 십자가 상에서 우리와 연대하신 그리스도를 바라봄으로써만 우리는 재난과 재앙 가운데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숨어 있는 사랑을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자연 자체가 가진 맹목적 의지에 의해 우리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재난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재난은) 맹목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 재앙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신학은 열린 유신론(open theism)을 비판한다. 열린 유신론에 의하면 하나님의 작정은 열려 있어, 사건의 종말을 하나님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기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그 종국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야는 고레스 왕의 일어남이 태초부터 작정하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으며, 하나님은 태초부터 종말까지 만대를 정해 놓으신 분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고 했다.
또 <사 54:8>과 <벧후 3:9>을 근거로, “이 (재난) 가운데서도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하심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는 재앙이 아니라 복 주심과 우리의 구속과 복락”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독일의 루터교 복음주의 신학자 틸리케는 자연의 재난과 세계의 사건을 맹목적으로 읽지 않고, 심판과 은총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직관했다. 따라서 역사적 재앙과 자연적 재앙이 우리에게 다가올 때 ‘왜 이런 고통이 왔느냐’고 질문하는 것은 신앙인의 태도가 아니다. 진정한 신앙인의 태도는 ‘무엇을 위하여’,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재앙이 우리에게 주어지는가를 기도하면서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윤희 교수 “재난은 심판 아니다… 실천적 과제 살펴봐야”
중앙위원인 김윤희 교수(CCC 상근이사)는 성서적 관점의 강연에서 “재난이 닥칠 때마다 목사님들의 설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면서 ‘심판론’ 또는 ‘재난 저주론’이 고개를 든다. 심판과 죄의 인과관계의 무거운 설교로 재난 당한 자들에게 대한 심판과 우리의 회개까지 이끌며 설교를 마친다. 하지만 현대에 일어나는 재난과 하나님의 심판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현대의 우리는 율법 하에 살고 있지 않으며 시내산 언약의 조건을 하나님과 체결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앙에 대해서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직접적 심판’의 잣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는 재난 또는 재앙을 도구로 사용하실 경우 그러한 의도를 분명히 밝히신다. 즉 애매하게 알기 힘들게 놓아두시지 않고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님의 역사이심을 확실히 한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를 통해서든 꿈으로 현몽해서든 그 분의 의도를 분명히 밝히시는 특징이 있다”며 “현대에 와서는 그러한 것을 구별하기가 힘들다. 잘못하면 자연 재앙을 각자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오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정정치와 언약관계에서 하나님께서 하시던 것을 현대에 적용하는 것은 그만큼 오류의 위험이 큼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누가복음 13장에 중요한 관점을 예수님께서 가르치신다. 열여덟명의 사람들이 실로암에 무심코 서 있다가 망대가 무너져 치여 죽은 사건에 대해 ‘그들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고 하셨다. 이 말씀의 요점은 어떤 사람들의 죽음의 여부를 보고 그 사람의 의로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재난 심판론’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거기에 대한 관점을 고쳐주신 것이다. 이는 그들이 죄가 많아 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재난에 대한 우리의 자세로 ▲산 사람에게 초점을 맞출 것 ▲피해자와 하나님의 관계에 맡길 것 ▲무조건 사랑할 것 ▲‘다스리라’는 책임을 다할 것 ▲종말론적 관점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제시했다. 그는 “진정한 심판을 면하려면 회개와 열매 맺는 삶이 있어야 함을 경계한다. 즉 재난으로 죽은 사람에 대해 신학적 심판론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숙연히 보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으로 삼으라는 경고의 말씀”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성경은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은 재난의 시작이니라’(마 24:7~8)고 마지막 때의 증상을 기록하고 있다. 피조물의 이러한 현상은 로마서 8장에서처럼 그들도 함께 신음하며 고통에서 해방의 때를 살피며 복음을 전하라는,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것이 재난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손봉호 교수 “인간의 책임 크다… ‘세계내적 금욕’ 실천해야”
이어 사회위원장 손봉호 교수(고신대석좌교수, 서울대명예교수)는 윤리적 책임의 관점에서 “자연 재난은 악한 자와 선한 자, 심지어 전혀 범죄할 가능성조차 없는 어린이들에게조차 큰 고통을 가하기 때문에 신상필벌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우주를 지배하시는 하나님이 정의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욥기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하나님께 요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자연 재난에 대해서 하나님의 책임을 논의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잘못이다. 동시에 자연 재난이 피해자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 그런 재난의 의미는 인간의 인지능력 바깥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 재난의 피해는 인간의 악에 의한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최근에 역사에서 가장 큰 자연 재난으로 알려진 1931년의 중국 홍수에 희생된 사람이 400만 명이었고, 2004년 인도양에서 일어난 쓰나미는 23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15만 명에게 부상을 입혔으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일어난 쓰나미는 1만8천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에 비해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만 수천만 명이 전사했고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당했다. 한국 전쟁에서도 군인과 민간인 약 3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 재난에 대해서 하나님의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그 피해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큰 해악을 가져오는 인간의 책임을 묻는 것이 온당하다 하겠다”고 했다.
이어 “화산과 지진을 제외한 다른 자연 재난은 인간의 잘못 때문에 그 피해가 크게 가중된다. 이미 18세기 리스본 지진과 관계해서 스위스 정치학자 루소는 리스본에 사람들이 건물을 5층으로 높이 지었기 때문에 피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구의 온난화로 태풍의 강도가 높아지고 홍수와 가뭄이 극심해지며 투발루와 몰디브가 곧 물에 잠김 것이고 상해도 위협을 받고 있다. 자연 재난처럼 보이는 것 가운데도 실제로는 인재인 것들이 적지 않다. 후쿠시마 지역과 일본도 장기적으로는 쓰나미보다 원전의 방사능으로부터 더 큰 손실과 고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려 하나, 인류 전체를 위해서는 소비를 줄임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한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한 ‘세계내적 금욕’을 실천함으로 가능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소비를 줄여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 오늘날 모든 소비는 도덕적 함의를 가지고 있고 과소비는 매우 비도덕적”이라고 했다.
박종화 목사 “핵문제, 결단 필요… 교회는 하나님 나라 증표”
중앙위원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목회적 관점에서 “후쿠시마의 교훈은 심각하며 절실한 경고이다.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는 그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는 치유에 장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경우는 그 피해가 거의 영속적이며 치유불능을 배태하고 있다. 핵과 관련한 문제는 필연적으로 재해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모든 현실 앞에서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전쟁과 테러는 하나님이 주신 샬롬의 세계를 만드는 도구가 아님은 이미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세상이 말하는 정의가 권력과 재물에 의해 정의되고 실천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평화가 힘 있고 부한 국가들의 질서 있는 평정으로, 달리 말해서 팍스로마나의 모습으로 오도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강단은 축복복음으로 포장된 세속은 넘쳐나는데, 하늘나라의 신앙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는 주일의 신앙생활 공동체로만 존재하고, 주간 중에는 전혀 생활신앙 공동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기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함몰되어 십자가 없는 부활 승리를 말하는 이기주의 집단으로까지 매도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롭게 나야 한다. 우리들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 자체가 될 수는 없으나 그 나라의 증표로서 역할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1부 기도회는 부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자문위원 김상복 목사는 <마 24:3~14, 21/ 막 13:3~14>을 본문으로 설교를 전했다.
김 목사는 재난에 대한 태도로 “주의 날이 가까워 옴을 인식하고 날마다 재림을 기다리며 경건하고 신실하게 섬겨야 한다. 주님이 재림하시든지 우리가 먼저 주님께 가든지 간에, 주님의 오심은 더 가까워지고 있다. 어려운 재난을 당한 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베풀고 위로하며 복음을 전해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전해 주어야 한다. 인생은 언제나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재난이 반드시 직접적인 죄의 결과는 아니다. 사고나 자연 재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축복도 고난도 믿음으로 대처해야 한다. 예루살렘의 탑이 무너져 많은 사람이 죽었을 때 주님이 하신 말씀을 경고의 기회로 삼고 늘 하나님 앞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