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분당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에게 붙는 수식어가 몇 가지 된다. 젊음, 소통, 설교…. 그 중에서도 ‘파격’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도전과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 목회자로 유명하다. 그 스스로도 ‘현대예배’라는 말을 자신이 처음 썼을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그래서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만나교회는 소위 ‘별들의 전쟁’이 벌어진다는 분당에서 요즘 제대로 반짝인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를 따라해선 안 된다. 전통적 예배의 형식을 깨고, 강단을 감각적으로 꾸미며, 각종 시청각 자료를 사용하는 이면에는 부단한 노력과 잠을 설치게 한 번민, 성경을 파고든 치열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그런 과정 속에서 내린 예배와 목회에 대한 그 나름의 ‘정의’(definition)가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11일 서울 상계교회에서 열린 제9회 ‘리메이크 교회부흥세미나’를 통해 이를 풀어냈다.
“꼭 묵상기도로 예배를 시작해야 할까?”
“예배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삶에서 역동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익숙함을 고집하다가 성령의 역사를 방해하는 교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죠. 성령님을 경험하도록 성도들의 마음과 귀, 눈을 열기 위해 여러 가지 형식의 변화를 시도해요. 그리고 이러한 것이 영이신 하나님을 만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는 16년 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만나교회에서 처음 청년부 예배 설교를 맡았단다. 부푼 기대를 안고 강단에 섰지만, 바로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야 말았다고. 주일 오전 내내 교회 이곳저곳에 투입돼 예배를 섬긴 청년들은 정작 오후 자신들의 예배 시간이 되자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었고, 예배의 첫 ‘절차’인 묵상기도는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그가 예배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
“꼭 묵상기도로 예배를 시작하고 반드시 축도로 마칠 필요가 있을까? 장로님이 대표기도를 하지 않고, 성가대가 찬양을 부르지 않으면 그 예배는 하나님께 드릴 수 없는 것이 되고 마는가? 스스로 고민하게 된 거죠. 그게 정말 성경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해오던 것이니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 뿐인지를. 예수님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전통을 깨는 분으로 비쳤고 실제 그러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죠. 고민의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전통을 따를 것인가, 성경을 따를 것인가. 더 물을 것도 없었어요. 그러면서 성경을 뒤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배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을 찾으려고. 요한복음 4장에 있더군요.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는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에 영성이 살아 있으면 형식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
그래서 “반이 졸았다”는 만나교회 청년부 예배는 어떻게 됐을까. 김 목사는 과감히 묵상기도를 뺐고, 그 대신 모두 일어나 함께 찬양을 부르는 것으로 예배를 시작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적어도 졸지만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지금은 청년들이 예배 시작서부터 눈물을 흘린다는 게 김 목사의 증언. 그는 “예배에 눈물이 회복돼야 한다. ‘예배가 감정이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감성이 열리지 않으면 말씀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결국 모든 시도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행동이 비록 한국교회에 많은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으나,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그의 고집스런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준비하지 않은 채 성령의 은혜만 말하지 말라!”
이렇게 형식을 ‘걷어낸’ 자리에 영성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김 목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자면 또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쏟은 목회자였다면 그가 지금처럼 만나교회를 부흥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이날 전국에서 모여든 1천여명의 목회자들에게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개신교 예배에선 어쩔 수 없이 설교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목회 역량의 70% 이상을 설교에 투입하는데, 만나교회는 좀 독특해서 따로 큐티집을 구입하지 않고, 설교를 토대로 그것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씁니다. 그러자면 최소 3개월치의 설교 원고가 미리 나와야 해요. 이렇게 하는 건 우리 교회가 일정 기간 동안 붙들고 가는 주제를 교인들 전체가 함께 묵상하기 위함이죠. 몇 개월치의 설교 원고를 미리 작성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때마다 주시는 성령의 은혜가 있는데 어떻게 원고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느냐’고 하세요. 맞는 말이죠. 저도 항상 그걸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지 않고 성령의 은혜만을 말하는 건, 자칫 변명이 될 수도 있기에.”
약 1시간 30분 동안 김병삼 목사는, 그가 만나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지금까지 왜 항상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바른 길에 대한 질문을 거듭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것은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하나님께 드리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정말 “제대로 된 크리스천들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런 치열함은 요즘도 마찬가지여서 그는 “복음의 길은 좁아 사람들이 가기 꺼리는데, 만나교회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걸 보면, 과연 이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며 “그런데도 새로 등록한 교인들 소식에 또한 기뻐한다. 이율배반적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