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겐 정크 푸드로 통하는 스팸이 한국에서 설 명절의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1면에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서울발기사로 "설날이 다가오면서 한국의 부유층에 인기있는 식품선물세트는 갈비말고도 스팸이 있다. 푸른색과 노란색 캔에 들은 젤라틴의 햄고기는 미국에서 집안의 식품저장고에 보관되는 질 낮은 식품이지만 한국에선 귀하신 몸"으로 취급 받는 것이 흥미롭다고 소개했다.
타임스는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스팸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라며 "미네소타의 스팸이 서울의 중심부까지 와서 식탁에 오르는 여정은 한국전쟁의 궁핍했던 시절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김모(79) 씨는 "그 당시 미군 PX는 고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스팸은 부자나 연줄이 있는 사람들만 구할 수 있는 비싼 식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엔 아이들이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져 스팸이나 소시지, 반쯤 먹다 버린 햄버거 고기와 베이컨 등 먹을 만한 것들을 모아서 식당에 팔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타임스는 "부대찌개는 이렇게 탄생한 것으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상품 등을 이용해 김치를 섞어 대중화됐다. 일명 '존슨찌개'라고도 하는데 이는 1966년 방한해 미국의 경제원조를 약속한 린든 존슨 대통령을 기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락 반찬에 스팸 반찬을 싸오면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 TV 광고에서도 여자친구를 로맨틱한 저녁테이블에 초대해 "오늘 쌀밥에 스팸 어때?"라는 내용도 있다.
물론 모두가 스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신선한 고기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유기농식품 열풍이 불었을 때 부유층은 통조림 상품을 기피했다.
그러나 PX 상품에 대한 한국의 사랑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축소되고 대학생들의 반미시위가 확산되도 스팸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퍼시픽 대학의 사회학자 조지 루이스는 2000년 파퓰러 컬처 저널에서 '한국서 스팸은 코카콜라와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을 능가하는 최고의 위치에 있을뿐 아니라 특별한 명예와 존경으로 지불하길 원하는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일대 맥밀란센터 한국학과 구세웅 교수는 "스팸은 한국시장에서 신화적인 아우라를 유지하고 있다. 스팸이 초창기 미군부대를 통해 들어오면서 부와 영양과 관련있는 것으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스팸과 김치를 섞어 만든 부대찌개 전문식당이 확산되고 엄마들은 아침에 스팸과 계란프라이를 한다. 스팸과 신김치가 들어간 볶음밥은 한국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 먹고싶어 하는 음식이다.
지난 10년사이에 스팸의 선물용 매출은 4배나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2억3500만 달러로 거의 2만톤 분량이다. CJ 제일제당은 설 대목을 겨냥해 160만개의 박스를 출하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김 씨는 아내와 함께 서울서 유명한 부대찌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이용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인 액자가 식당 벽에 걸려 있다.
이곳에서 만난 성모(35) 씨는 "왜 미국인들은 핫도그에 열광하면서 스팸은 우습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객 서모(40) 씨는 "한번은 미국인 형부가 내가 스팸을 사는 걸 보고 그건 홈리스들이나 먹는 정크 푸드라고 놀라더라. 하지만 내게 스팸은 엄마가 우리를 위해 맛있고 간편하게 만들어준 반찬이다. 스팸은 김치와 쌀밥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