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문선연)이 '2014년도 문화선교 트렌드'를 전망했다. 문선연은 "마치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토질을 연구하고 기후를 읽어내듯, 하나님 나라를 더욱 깊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유행도 알아야 하며 시대정신도 읽어내야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교계 분야>
1. 도시 영성 공동체의 출현과 교회의 자정 운동 지속화 전망
교계는 급변하는 사회 문화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 트랜드의 변화의 핵심은 현실 결국 가치의 탐구와 실현에 모이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염증이 깊어질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와, 기성의 가치에 저항하는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할 것이다. 대형 교회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동시에 작지만 더 본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교회공동체를 선호하는 움직임들은 더욱 활발해질 것인데, '작은교회운동'이 대표적으로 그런 움직임이 될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의 출현은 기성 교회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노동과 기도, 공동체라는 요소들을 겸비한 도시 안에서 영성공동체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드러날 것이다. 아울러 교회의 외연 확장보다는 봉사와 섬김을 통해 교회됨을 실천해나가려는 더욱 실천지향적 교회공동체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신뢰도 추락을 겪었던 개신교계는 통합, 합동, 기장의 통합측의 세습방지법 통과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교회 자정과 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통한 신뢰 모색은 2014년 교회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인데, 교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같은 다양한 기독시민운동과 연대하면서 대사회적 책임을 모색하고, 또한 남북문제와 같은 이슈에 있어서 더욱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가속화되는 경제적 양극화속에서 나눔과 섬김을 통해 응답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2. 작고 특색 있는 교회를 주목하라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주목했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술과 브랜드를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앞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회사를 소개했다. 그는 하나의 대기업보다 열 개의 중견기업(Mittelstand)이 더 건강한 경제사회를 구성한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계의 탈성장시대에 있어서 일부 교회의 대형화는 다른 중소형교회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경제구조를 그대로 교회에 접목할 수 없지만 전혀 무관하다고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형 교회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교회가 다 건강하다고 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성장위주의 교회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서 교회적 가치를 발견했으면 한다.
특별히 '작은 교회'가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창조적인 특색을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신학교에서 있었던 '작은 교회 박람회'는 변화하는 교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작은 교회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사람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헤르만 지몬도 중견기업의 특징으로 지속적인 직업 훈련과 평생학습 체계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해답이다. 신학교에서 모든 교육이 끝나 버린 목회적 현실을 감안할 때 총회와 노회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농어촌, 다문화, 예술, 학교, 기업 등 다양한 사회현장에서 특색 있는 작은 교회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3. 공동체의 본질을 재발견하라
교회의 본질에 대한 재발견이 한 층 더 요구된다. 한국교회는 여전히 침체기에 놓여 있고, 동시에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도전들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종교 공동체의 경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사적으로 볼 때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 교회나 세계 기독교가 겪는 위기국면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들이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교회를 교회답게 하라', '복음으로 돌아가자' 등 기독교 본래의 가치와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기존의 공동체보다 더 강력한 영성을 요구하는 운동이라 볼 수 있다. 그 증거로, 최근 한국교회에서 아나뱁티스트 운동이나 그 신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요더나 하우어와스와 같은 재세례파 계열의 보수적이면서도 급진적인 신학자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 교회의 대안이 개인주의적 영성에 매몰되지 않고 공적이며 책임적인 차원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단적으로 새로운 갱신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두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젊은이들과 다음 세대에 대한 준비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도덕적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젊은이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지만, 청년 중심의 교회들이 탈제도권, 탈신학의 흐름을 따라 새롭게 등장할 것이고 한국교회의 거대한 재편국면이 점차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며 새로운 운동들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분야>
1. 종편의 영향력 확대와 힐링의 재발견
2014년 역시 사회는 급변할 것이다. 경제는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욱 화두로 급부상할 것이고 지방선거와 안철수 신당 출범으로 정치적 이슈도 증가할 것이기에 박근혜 정부 2년차도 만만치 않은 한 해일 것이다. 특별히 미디어 생태계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종편으로 인해 정치적 이슈는 더욱더 확대되고 생산되어 소비됨으로서 일상에서 정치적인 쟁점의 과잉 현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대중문화적의 측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향수 코드가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인문학을 비롯한 영화, 광고,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부트(reboot), 리타이밍(ReTiming) 개념을 중심으로 복고열풍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열풍은 현실에 대한 '희망 없음'에서 비롯된 점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3년 <응답하라 1994>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과거에 대한 관심들이 지속될 것이다.
또 한 가지 2014년 주목해야 할 사회문화적 현상들은 힐링에 대한 관심이 육체의 재발견을 통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방송계를 중심으로 한 힐링 개념이 정신적인 차원의 소극적인 것이었다면 이제 소극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만지고 움직이며 땀 흘리는 적극적 차원의 힐링 문화가 전망된다. 이러한 힐링 열풍 증대는 캠핑 시장의 확대, 마라톤 인구의 증가 등 여가활동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화이트 컬러의 전문성과 블루 컬러의 노동력을 겸비한 '브라운 컬러'층들은 무한 경쟁과 노동소외의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힐링의 몸부림을 계속할 것이다.
2. 마을 공동체의 재구성
마을의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 축제나 문화행사, 아카데미를 비롯한 교육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기업, 마을카페, 마을학교, 공동육아, 전통시장 활성화, 마을길 사업 등 동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적 가치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간단체를 넘어서 공공기관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마을 공동체의 재구성을 통하여 소외와 단절로 고립된 현대인의 삶에 새로운 대안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동안 자본주의와 성장 위주의 경제 사회의 거대한 틀과 논리에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각자의 삶의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사회가 가지고 있던 마을의 두레와 품앗이의 다른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이웃들과 관계 맺음을 통한 공동의 생활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소속감과 정체성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이라 볼 수 있다.
마을 공동체의 새로운 움직임에 있어서 교회는 관계의 중심에 설 필요가 있다. 사람과 정보를 이어주는 허브의 역할을 통하여 변화와 소통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교회가 사회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끌어안고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웃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때로는 인력과 물질을 지원함으로 새로운 행사와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복음의 사역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3. 삶의 가치와 패턴을 공유하다
소통이 시대적 가치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정치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화적 소통의 욕구는 쉐어링과 함께하기, 공유 경제와 공유적 삶으로 흘러가고 있다. 처음은 자동차, 집, 주차장, 가전제품, 도서, 공구 등으로 시작하지만 최근에는 네트워크를 통하여 오픈소스의 지식 공유, 문화적 공유를 위한 예술 활동, 소셜 펀딩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필요에 따른 물적 차원의 공유를 넘어서 공공의 가치를 가지는 예술과 사업까지 그 영역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의 삶의 영역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빠 어디 가', ' 수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가수들의 특정한 고유 영역이 '히든싱어'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보이고 있고, 나이가 많은 실버 세대들이 젊은이와 여행하며 소통과 함께함을 보여주는 '꽃보다 누나' 등도 인기를 지속적으로 끌 것으로 보인다. 솔로의 삶을 보여주던 '나 혼자 산다' 등도 외로움 속에 소통과 쉐어링을 원하는 반증이다. 삶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통 욕구는 공유 문화로 확산되고 있으며 세대와 이념, 지역, 그리고 정치 영역을 넘어서 지속적인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문화 분야>
1. 이미지의 영향력과 오디션 열풍의 확대
한국사회에서 문화 영역은 단지 예술적 의미만 수행하지 않는다. 한국의 독특한 정치적 지형이 문화 영역에도 그대로 반영되고는 한다. 그것은 한국의 대중문화산업과 문화비평 작업에 등장한 신흥 세력이 주로 과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이들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새로운 가치를 투영하여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현대문화의 소비주의가 문화상업주의를 강력히 부추긴다.
이러한 양면성을 지닌 대중문화와 신학이 대화를 시도한 역사는 이미 꽤 오래 전이다. 영화와 신학의 대화는 계속적으로 발전이 예상되는데, 영화를 통해 신학적 반성을 추동하고 또 신학을 통해 영화의 영성을 추구하기도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대중문화에 대한 보수적 반응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이미지 문화의 대표주자인 영화와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회들도 영화를 통해 신앙의 상상력을 고양하고 표현하는 일은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음악의 경우 대중음악은 여전히 댄스와 후크 송 위주의 상업주의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10대 위주의 음악과 오디션 열풍이 잇따르고 있다. 오디션 열품은 한류 대중음악의 확산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재들의 발견과 함께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의 유도를 통하여 그 영향력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뿐 아니라 한류문화가 확산된 해외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증대될 것이다. 오디션은 가요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시장을 비롯해서 전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교회의 음악문화는 별다른 발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열악한 제작여건과 이렇다 할 만한 유통구조나 재생산구조가 전무한 상황이다. 오디션 열풍으로 읽어낼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참여형 문화는 교회의 조직과 문화에도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 디지털 세대, 문화 프로슈머로 부상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네트워크의 확산에 따라 문화의 소비자였던 개인들이 문화의 생산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프로슈머(Prosumer)들은 기업의 시장조사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머물렀다. 가전제품이나 화장품, 자동차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생산자에 의견을 반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디지털세대는 제품에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을 시도한다. 특히 영상과 음악, 예술의 영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하여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직접 올려놓는다. 유통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기존의 시장질서와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상에서 문화의 기획과 생산, 유통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는 기업와 자본 위주의 기존의 문화 영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세대는 전문가 그룹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보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발적인 공유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특정문화를 소비하던 기존의 계층과는 다르게 일상의 삶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놀이로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인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나누고 확산시키므로 앞으로 기존 틀과 질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기대된다.
3. 진화되는 창조, 콜라보레이션!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미션이 있다. 바로 콜라보레이션 배틀! 참가자들의 개성과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색다른 조합을 만드는 데 콜라보레이션 미션만큼 적합한 게 없기 때문이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란 공동 출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하나의 작품을 개성 있는 두 기획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데, '1+1=2'가 아니라 '1+1=귀요미'처럼 하나의 혁신적인 콘텐츠를 창조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과 개인의 협업을 넘어서 음악, 미술, 건축, 무용 등 예술 전반의 경계를 허물고 마케팅 영역으로까지 시도되고 있다.
2013년에는 특히 음악 부문에서 장르 간, 세대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대세였다. 브랜드의 영역에서는 유명 예술작품으로 소비자의 감성심리를 자극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 브랜드가 협업하는 '명품 콜라보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지난 11월 패션 브랜드 H&M 압구정점 앞에서 H&M과 이자벨 마랑의 콜라보레이션 콜렉션 한정판을 구입하려는 이들의 대기 행렬이 밤새 이어졌다. 사실 이러한 추세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나날이 커져만 가는 대중의 니즈, 보다 색다른 것, 보다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그들의 욕구에 발맞추어 콜라보레이션 열기는 2014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이 말한 '창조적 진화'가 오늘날 문화예술의 영역에서도 적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자본주의 시장의 편승하는 현시대의 문화소비적 경향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이를 놓치지 않고 상생과 진화라는 이름 하에 자본의 거래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쟁과 성장의 한계에 가로막혀 지루하고 궁색해진 자신을 감추려는 전략적 거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