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크리스마스 촛불이 올해 이라크에서도 켜질 수 있을까. 전세계 기독교인들의 축제일인 크리스마스를 3주 앞둔 가운데 오픈도어선교회(이하 오픈도어)는 작년에 핍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개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지 못한 이라크 기독교인들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지 소개했다. 이 내용은 현지인 사역자들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12월 선교회 소식지에서 전했다.
이라크는 최근 들어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 시아파 간 폭력의 증가와 아랍인, 쿠르드인 사이의 갈등의 증가로 인해 종교자유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또 이슬람 외 소수 종교에 대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종교자유침해가 이뤄져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지난 4월 '연례국제종교자유보고서'(2012.1~2013.1)에서 이라크를 종교자유침해가 가장 심각한 '특별관심국가'로 선정했다.
매년 12월 25일과 이듬해 1월 6일, 두 차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은 원래 이 날 대부분 교회 예배에 참석해 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문에 학생들이 결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중부와 남부 지역 학생들은 크리스마스로 결석하면 심각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오픈도어는 전했다.
과거 크리스마스 행사로 인한 박해가 일어났던 이라크에서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는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종교적 충돌로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크리스마스가 이슬람 종교행사와 같은 시기에 있어 교회에서는 공식 행사를 열 수 없었다.
바그다드의 한 작은 교회 목사인 타리크 목사(40)와 현장 사역자인 후만(50)은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최근에는 바그다드의 상황이 좋지 않아 거의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 말했다.
타리크 목사는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준비하여 집안을 장식하고 바자(Baja), 양고기, 콜라자(Kolaja)라는 쿠키 등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며 "새 옷도 사 입고 이웃과 친구의 집을 방문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악화돼 이런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크리스마스 당일 교회에 가다가 테러를 당할까 봐 집에만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후만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은 크리스마스 첫째 날 아침에 교회에 가며, 이후 가족들을 방문하여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번째 날에는 이웃과 친구를 방문하는데 만약 가족 중 누군가 최근에 죽었다면 함께 무덤에 찾아가고, 예배 후 비탄에 빠진 가정을 찾아가 위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란, 이라크 전쟁이 있기 전에는 가족들이 함께 축제를 즐기기 위해 클럽에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집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 타리크 목사는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의 사랑과 약속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기념하기 원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이를 기념하는 것이 점차 어렵게 됐다"며 "어떤 사람들은 교회 행사를 참석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날"이라며 작년처럼 크리스마스를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후만은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시간일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녀들에게 옷이나 선물을 줄 수 없는 가정들도 힘든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과 함께하시는 것을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대답했다. 타리크 목사는 "우리가 어려움을 통과하는 동안 하나님의 손이 함께하심을 볼 수 있고 날마다 그의 사랑과 보호하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고 후만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그의 백성들을 사랑한다고 믿는다"며 "전 날 폭탄이 터지더라도 그 다음날 그들은 여전히 일하고 어제의 슬픔을 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