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호
(Photo : 기독일보) 노규호 목사.

을씨년스런 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오늘 아침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니 창밖의 나무가지에 마지막 몇 잎 밖에 남지 않은 단풍잎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입가에 감사 찬송이 맴돌았습니다.

"향기론 봄날에 감사, 외론 가을 날 감사, 장미 꽃 가시 감사, 사라진 눈물도 감사, 나의 영혼 평안해"

문득 저 잎새들 마저 다~ 떨어지면 저 나무는 어떻게 이 추위를 견디며, 자기 삶의 노정에서 무엇을 헤아려 감사하고 다음을 맞이할 준비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찰스 스펄존은 병상에 누워서도 "반대편으로 돌아 누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감사"했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16세 어린 소녀 Tina(이효정)도 병상에서 잠시 일어나 "화장실에 혼자 다녀올 수 있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그렇지요. 병중에 누워 있는 것은 고사하고 한번 자리에 누워서 옴싹달싹 움직이지도 못하여 등창이 생기고, 헌데에 고자리가 생겨날 정도로 한 발짝도 침상에서 내려 디디지 못할 형편이라면, 과연 얼마나 괴롭고 불쌍하고 안타깝고...

가정이 깨어진 어린 자녀들이 자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부모를 잃어버리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거래처를 잃어버리고,
위험이 도처에 산재하고,
일감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며,
이름모를 질병들로 인해서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이 아픔과 고통을 겪고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에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 단풍나무 철에,

그러나,
건강 주시고, 지혜 주시고, 재능 주시고, 재물 주시고,
모든 위험 가운데서 지켜 주시고,
좋은 직장, 많은 일거리 허락해 주시고,
여러 동역자, 친한 벗들 붙여주시고,
보배로운 자녀들, 의지하고 사랑할 수 있는 부모형제, 행복한 가정 주시고,
건강한 교회,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된 성도들 허락해 주시고,
평안 속에 헌신하며 기쁨과 감격에 파묻혀 하나님을 예배하며 살게 해 주시고...
헤아려보니 감사할 것이 너무 많이 있네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부활 생명의 주님을 값없이 선물로 받은 자들이요, 모든 고통과 근심, 걱정, 괴로움, 슬픔, 아픔, 번민, 고생, 죽음을 넉넉히 이긴 자들이지만,
아직도 우리 가운데 남아있는 죄된 성품의 찌꺼기와 고집, 불순종의 모습 때문에 우리를 순결하게 다듬으며 꺾으시려고 이 땅에서 살을 애는 듯한 쇠 바람, 고통의 삶을 겪게 하시니 이것이 감사할 수 있는 일이 되어야겠지요.

정말 성숙한 성도라면, 세상에서 너무 높은 것만 쳐다보지 않고 아래도 내려다 보면서 자신보다 연약하고 궁핍한 자들을 돌아보며 우리 자신에게 남아있는 여러가지 복을 헤아리고 세어보며 또~ 감사~ 감사.

무엇보다도 새 생명과 구속의 은혜로 값지고 복된 하늘나라 시민권을 보장해 주신 부활의 주님, 그 사랑과 자비와 긍휼하심과 구원의 은혜에 또~또~ 감사~ 감사.

모진 풍파와 쇠 바람 속에서도 잘 견디며 산마다 불이타는 고운 모습으로 오색찬란하게 물든 자태를 뽐내는 단풍의 계절에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며 또~또~또~ 감사~ 감사~ 감사.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