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1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고 있는 WCC 제10차 총회에 참석했다. 165개국 1억명 성공회 교인들의 영적 지도자인 캔터베리 대주교의 방한은 지난 1990년 당시 로버트 런시 대주교 이후 23년 만이다.
대주교는 이 날 오전 총회 아시아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며 교회 일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우정(friendship)"임을 역설했다.
그는 이번 총회 키워드인 '정의·평화·일치'와 관련해 "우정은 교회들이 함께 성장하고 번영해 나갈 길이 될 일치에 있어서 모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이 같은 우정은 그리스도 안의 믿음의 터 위에서 가능하다며,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하며, 우리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여정과 과제들에 대한 헌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그는 세계성공회가 교회 일치를 위한 WCC의 노력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하기 위한 길을 찾아 왔음을 밝히며, "선임 캔터베리 대주교들은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첫 WCC 총회 이래로 한번도 빠짐없이 총회에 참석해 왔다. 이는 성공회가 교회 일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도 밝혔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내가 WCC 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성별과 나이와 직위에 관계 없이 모든 대륙과 문화와 교파의 교인들이 모였다. 나는 하나님의 거대한 교회 안에서 나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다"고도 소감을 전했다.
한편, 웰비 대주교는 2일에는 한국 교회 대표들과 '임진각 평화순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일 연설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임진각 방문에 대해 '세계성공회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한국 방문도, 임진각을 찾는 것도 처음이고 아직 남북한 상황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세계 성공회가 한반도의 화해와 일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첫 방문인 만큼 먼저 듣는 자세로, 찾아가는 자세로 많은 사람의 지혜를 구하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총회 방문에 앞서는 31일 부산 대청동 소재의 대한성공회 성당을 찾았으며, 부산 교구 지도자들을 비롯해 교인들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웰비 대주교는 올해 3월 캔터베리 대주교에 취임했으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경 해석을 견지하면서도 사회 변화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세계 성공회 내 보수와 진보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동성결혼에는 반대하고 여성 주교 임명에는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