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지 무슬림들까지 기독교인 보호에 나섰다.
지난 달 22일 페샤와르의 한 성공회 교회 앞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는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오던 교인들 8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이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무분별하고 잔혹한 테러에 파키스탄 정계는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자들에게 행해지는 박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 테러는 무슬림이 지배적인 파키스탄 사회에도 기독교인 보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 테러가 일어난 지 2주째인 지난 6일 파키스탄 제2의 도시인 라호르의 한 교회 앞에서 기독교인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무슬림들의 집회가 열렸다.
200~300여 무슬림들이 벌인 이 집회는 파키스탄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 '파키스탄 포 올(Pakistan for All)'이 주최했다.
이 단체 행사 기획자인 모하마드 지브란 나시르는 "테러리스트들은 그들이 일요일에 무엇을 하는지 보여줬다. 우리가 일요일에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겠다. 우리는 연합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모함메드 파루크가 코란 구절 중 타 종교에 관한 관용을 촉구하는 구절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교회의 나시르 굴팜 신부가 그 옆에 나란히 섰고 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연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슬림들은 '한 나라, 한 민족(One Nation, One Blood)', '신앙은 달라도 신은 하나(Many Faiths, One God)' 등의 피켓을 들었고, 서로 손에 손을 잡고 교회를 둘러싸서 보호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파키스탄 포 올'은 정부측에도 기독교인들을 위한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파키스탄의 기독교 인구는 4%에 불과하며 테러와 폭력, 납치, 살해 등 강력한 핍박의 대상이 되어 왔다. 또한 이슬람 신성모독법으로 인해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종교자유가 제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