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가 새 성전 입주를 앞두고 12일 오전 '사랑의교회, 사회적 섬김의 길을 모색하다'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여한 기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전문가·실무자 20여명은, 사랑의교회와 한국교회의 사회적 섬김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포럼은 사랑의교회 이웃사랑선교부의 이재명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사회복지·미자립교회·기독NGO 전문가 각 1인이 발제한 후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사랑의교회가 지금껏 사회적 섬김에 있어 선도적·모범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인적·물적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형교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감당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비스 중복·과잉 피하고 전문성 강화하길"
첫 발제한 양혜원 교수(총신대·사회복지학과)는 "사랑의교회가 제자훈련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이웃 섬김에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날 사회는 교회, 특히 대형교회에 말씀사역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제자훈련과 이웃사랑이 강하게 통합돼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기독교사회복지는 궁극적으로 영혼 구원을 해야 하는 만큼, 물적 자원보다 인적 자원 투입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오늘날 사회복지제도가 과거에 비해 활성화된 상황에서 자칫 서비스 중복이나 과잉이 되지 않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고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형교회로서 작은교회들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도, 단순한 재정 지원만이 아니라 작은교회들이 주체적으로 복지사역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등을 제안했다.
"농어촌 선교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해 달라"
두번째로 이병철 목사(춘천주향교회)는 사랑의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들이 농어촌 선교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학부 시절 농어촌 단기봉사를 했던 결과가 지속적 열매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최선의 모델을 직접 만들기 위해 농촌 선교에 투신했다는 그는 "100~200 교회에 매달 10~20만원씩 지원하는 것만으로 농어촌 선교를 할 수 있겠는가. 사랑의교회가 모든 농어촌교회를 책임지고 도울 순 없겠지만, 하나의 모델에 집중해서 지역사회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변화시키는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땅, 지역, 환경, 먹거리 등의 문제에 얼마나 준비가 됐고 마인드를 갖고 있는가. 복음의 사회성을 얼마나 민초들에게 깊이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계속 일방적으로 '너희는 어려우니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은 농어촌교회와 그들의 사명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파트너가 되어 줘야 한다"고 했다.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매우 좋은 예로 도시와 농어촌 간의 직거래 운동을 들기도 했다.
"교회 헌신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굿피플 안익선 실장은 기독교 NGO와 교회와의 관계성 정립에 대해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굿피플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내의 선교회로 출발했다가, 10년째를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가를 영입해 작년부터는 '교회가 함께 가는' NGO가 됐다"며 "기독교 NGO는 (교회가 세상에) 안방을 내줘야 한다. 그렇다고 교회와 상관 없이 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함께 기독교의 미래를 고민할 NGO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실장은 그러나 "세상을 동역자로 만들기 위해 교회나 장로님들을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꾸준히 설득하고 이해시키면 결국 그분들이 다 내주시면서 더 열심히 도와 주신다"며 "교회의 헌신자들이 춤추며 일할 수 있도록, NGO의 전문가들이 분위기와 환경을 잘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월드휴먼브리지 임진기 사무국장은 분당 만나교회의 미자립교회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미자립교회들이 자신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사회 섬김 프로그램을 브리핑하면, 만나교회측에서 심사를 거쳐 1년에 10개 교회를 선정해 각 1천만원씩과 인적 자원까지도 지원하는 것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피지원 교회 뿐 아니라 만나교회 내에서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사무국장은 또 "모든 의사결정을 교회 중심적으로만 하면 성공하기 어렵고, '교회가 하면 순수하고 NGO가 하면 세상적이다'라는 논리도 제거해야 한다"며 "기독교 NGO는 세상의 자원을 끌어들여서 기독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형교회는 너무 사소한 영역까지 하려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밝혔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박승철 사무국장은 "대형교회가 국가의 사회복지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여 이를 개선하는 일을 해줬으면 한다"며 "이런 일은 많은 자원이 들어가지만 자체적인 결실을 얻기는 어렵기에, 대형교회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비기독교 계열 NGO인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이선아 국장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국장은 "사랑의교회가 교회를 넘어 사회복지에 있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반갑다"면서도 "다만 비종교적 단체에서도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사역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과도 연계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사회복지 발전과 사회적 통합 차원에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과거에 비해 기부문화가 많이 발달하는 등 외부 환경이 변화한 만큼, 대형교회의 역할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고민했으면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동일한 고민"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포럼에서는 "사회복지를 교회 차원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인들이 각자 크리스천으로서 하는 것들을 도왔으면 한다", "봉사하는 교인들도 전문성과 올바른 신앙적 자세를 갖추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슈를 따라가기보다는 관심받지 못하는 영역에 지속적으로 헌신했으면 한다"는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이날 포럼에는 해비타트, 여의도순복음교회, 일산다문화승리교회, 글로벌비전, 반포종합사회복지관, 기아대책, 씨드스쿨, 강남대 등에서도 참여했다.
사랑의교회측에서는 이번 모임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날 나온 의견들을 향후 사역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이 같은 실무 모임을 지속해 나가고 싶다며, 특별히 사랑의교회가 중점적으로 담당해 주길 바라는 사역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