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서 실종된 여성 이모(39)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군산경찰서 정모(40) 경사가 2일 오후 충남 논산에서 검거됐다. 정 경사는 지난달 24일 내연관계에 있던 이씨를 만난 뒤 함께 잠적, 이씨 실종과 관련된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 추척을 받아왔다.
검거 당시 정 경사는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색 바지, 바란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에 등산화를 신고,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14년 경찰 경력을 지닌 정 경사는 이씨 실종 다음날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미리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메시지를 지우는 등 수사 시선을 돌리기 위해 치밀함을 보였다. 이때 당시 그는 경찰에 대해 강압수사라고 반발하며 버텨 결국 6시간 만에 풀려났었다.
이후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도주 행각을 벌여왔고, 경찰은 지난 31일 실종된 이씨의 옷가지를 군산시 대야면의 한 농로 부근에서 발견했다.
정 경사는 논산에서 도주한 뒤 여인숙 등에서 지내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설치 안 된 곳으로 피해 다녔고, 단서가 될 만한 승용차 안 블랙박스 영상을 전부 삭제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실종 열흘 만인 2일 오후 6시 32분께 충남 논산시 취암동 모 PC방에서 검거된 정 경사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초반 4시간 가량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가족들과 지인들의 설득 끝에 결국 살해 사실과 시신 유기 장소 등을 자백하고 범행 일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경사는 "사귀던 이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살해한 뒤 인근 폐 양계장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자정 군산시 외곽 회현면 월하산 부근의 한 폐 양계장의 나무판 아래에서 이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숨진 이씨와 정 경사는 24일 밤 임신과 관련해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실종될 때까지 20여차례 이상 정 경사에게 "너와 나의 사이를 다른 사람이 알면 어떨까", "저번처럼 약속 어기지 말아라. 일 못 보게 하지 말고"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경사는 이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스팸처리하는 등 이씨와 만나길 거부해왔다. 이에 이씨는 정 경사의 사무실로 전화를 거는 등 자신을 피하는 정 경사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씨 가족들은 "이씨가 최근 임신했고 정 경사가 이씨와 만나길 피하면서 서로 다퉈왔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