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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폭력

 

로날드 사이더 | 전남식 역 | 대장간 | 144쪽 | 8,000원

올해 초 소개한「복음전도와 사회운동」을 비롯해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인의 양심선언(이상 IVP)」, 「복음주의 정치 스캔들(홍성사)」 등을 쓴 로날드 사이더(Ronald J. Sider)의 신간 「그리스도와 폭력(대장간)」이 출간됐다.

로날드 사이더는 예수께서 1세기 당시 다른 '거짓 메시아'들과 달리 '폭력적 검(violent sword)'이 아니라 '고난받는 종(suffering servanthood)'의 모습으로 자신의 메시아 왕국을 완성하기로 선택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칼의 사용을 거부했음을 상기시킨다. 당신의 나라는 이 세상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200년 이상 이방 정복자들의 압제에 폭력적 봉기로 맞섰던 백성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전대미문의 명령을 내리시면서, 당신의 왕국은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제한된 범주를 넘어서야 한다고 선언하신 것이다. 그 절정이 바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죽음 중 가장 비참했던, '십자가형'이었다.

저자는 이후 "이 시대의 비극은 그리스도의 대리적 십자가에 대한 성서적 이해를 수용하는 많은 사람이 전쟁과 폭력의 문제에 대해선 십자가의 직접적 함의(implication)를 간과한다는 데 있다"며 예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폭력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폭력적 세계에서 부활에 참여하는 삶'을 꿈꾸며, 그가 여러 저서에서 부르짖던 '구조적 불의'를 넘어 불의와 전쟁, 파괴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교회가 영광스럽고 소중한 미래를 위해 나아가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또다른 비극은 "평화주의와 비폭력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십자가를 그리스도의 대리적 속죄 안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폭력의 근거를 육신이 되신 말씀(그리스도)이 감당하신 대리적 십자가에 두지 않고, 다만 그 분을 진리와 평화를 위해 고귀하게 순교한 '비천한 나사렛 사람'이라는 나약한 감상주의에 두려는 시도는 속죄에 대한 아주 심각한 이단사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