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히스패닉 복음주의 교계가 공화당과 이민법을 둘러싼 갈등을 뛰어넘고 상호 협력으로 나아가기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4만여 교회가 가입되어 있는 미국 최대 히스패닉 복음주의 연합단체인 NHCLC(National Hispanic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 지도자들은 존 베이너 하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최고 의원들과 24일 워싱턴DC에서 회동했다.
양측은 이민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고, 서로의 공통된 가치관에 기반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그들의 정치적 기반인 보수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민법 개정에 찬성하는 미국 히스패닉은 자연히 많은 수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NHCLC 회장 새뮤얼 로드리게즈 목사는 이러한 흐름을 전환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 방문은 공화당 지도부에 히스패닉이 반드시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라는 것과, 오히려 민주당보다는 공화당과 더 많은 사안들에 있어서 동일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협력을 위해서, 그는 무엇보다 공화당 지도부가 새로운 접근법을 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공화당이 쉽사리 이민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없는 주요 원인이 대선에서 주요 지지층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임을 지목하고, 히스패닉의 지지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로드리게즈 목사는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히스패닉의 표는 역사적으로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신앙과 가족, 종교자유 등 문제에 헌신적인 히스패닉들은 공화당을 지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NHCLC과 공화당 지도부와의 만남에는 남침례교(SBC) 종교와자유위원회 의장인 러셀 무어 박사가 동석해 히스패닉 교계의 입장 전달과 의견 조율을 도왔다. 정치적·신학적으로 보수주의를 띠는 남침례교는 공화당의 주요 지지 세력인 동시에, 많은 NHCLC 소속 교회들이 가입되어 있는 교단이다.
히스패닉은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 집단으로, 2030년경에는 미국 복음주의 교인 대부분이 히스패닉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과 밋 롬니 전 대선 후보의 낙선에도 주요한 영향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