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사반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을 연출해 한때 스타PD로 명성을 떨쳤던 고(故) 김종학(62) PD의 빈소가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방송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고인의 빈소에는 비보를 접한 배우 조인성, 김희선, 이민호, 독고영재 등 톱스타들을 비롯한 적지 않은 방송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고인의 사망 소식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김 PD의 빈소는 성남 분당 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나, 공간이 협소하다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로 이송됐다.

김 PD는 23일 오전 10시 20분께 분당 야탑동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시텔 관리인 이모 씨(59)에 따르면, 김 PD는 고시텔 방안 침대에 누운 상태였으며 욕실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었다. 이 씨는 "방문을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어 열어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도 분당 경찰 관계자는 "김 PD 사망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을 접수한 뒤 현장으로 출동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자살로 추정된다. 사고 현장에는 불에 탄 번개탄과 가족에게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 등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적들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경찰 측은 "정확한 사인은 현재 조사 중에 있다. 현장 수사 종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종학 PD는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MBC 방송사에 입사한 이후 '수사반장(1981)'을 비롯 '여명의 눈동자(1991)' '모래시계(1995)' 등 내로라 하는 각종 유명 드라마 연출을 도맡으며, 한국 드라마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999년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을 세우고 드라마 '고스트(1999)' '대망(2002)'을 내놓았지만, 종전과 같은 화려한 성적에 미치지 못해 침체를 겪었다.

김 PD는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관련 배임 및 횡령, 사기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외주 제작사 한 관계자는 "김 PD가 '신의' 제작 과정에서 작품의 질 향상에 주력하다 40-5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이내믹한 그래픽을 비롯한 특수효과 명목으로 일반 미니시리즈 제작 비용의 약 2배 이상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