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험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이 잇따라 발간됐다. 지난해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주일간 행적을 꼼꼼히 짚은 <가장 길었던 한 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닉 페이지의 신간 <성경, 하나님의 위험한 책(이상 포이에마)>과 한국교회 기도의 패러다임을 어느 정도 변화시킨 <사귐의 기도> 저자 김영봉 목사의 신작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이상 IVP)>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성경 말씀'과 '주기도문'을 이 두 권의 책은 왜 '경고'하고 나섰을까.
◈ "성경은 움직이는 거야... 예상을 깨고, 위험하게"
이미 '바이블 맵'과 '성경 대특종'으로 성경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애정을 나타내 온 닉 페이지(Nick Page)가 성경의 4천년 역사를 되짚었다. <성경, 하나님의 위험한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세상에서 가장 과격한 책의 놀라운 역사(God's Dangerous Book)'를 박진감 넘치게 추적한다.
기독교의 역사는 성경의 역사였고, 이는 곧 '읽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의 투쟁기와 같았다. 막으려는 자는 주로 요즘 말하는 '갑(甲)', 정치나 종교 등 분야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막으려는 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하는 수 없이 성경을 손에 쥐어줄 때도, '자신의 통제' 안에서 '예측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는 나치도 성경을 이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성경은 길들여지지 않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읽히려는 자들'도 있었다.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마르틴 루터가 대표적이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언어로 성경을 읽히려는 번역가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알파벳 체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그 책의 사람들'은, 결국 지금 우리가 속한 '프로테스탄트'들을 만들어냈다.
닉 페이지는 성경이 쓰여지던 시절전부터 시작해 성경이 66권으로 확정되기까지, 그리고 라틴어·헬라어에서 벗어나 유럽 전역의 언어로 퍼져 나가면서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과정, 그리고 영어 성경의 역사까지 살핀다. 책을 보면 '선교 역사'도 '성경 전래의 역사'처럼 느껴질 정도. 성경 해석상의 차이로 생겨난 수많은 이단들과 아나뱁티스트 등 종파들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킹제임스 성경'으로 잘 알려져 있는 흠정역 성경에 대한 내용이다. 많은 이들이 '정경'처럼 여기고 있는 흠정역은, 사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갖가지 도움과 지침들이 특징이었던 당시 '제네바 성경'을 무력화시키려 왕명('킹 제임스')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이다. "이 책을 제네바 성경과 비교해 보면, 흠정역 뒤에 있는 권력은 사람들이 직접 성경 읽는 것을 원치 않음이 분명해진다. 그들은 성경을 사람들에게 읽어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 책의 언어는 지나치게 아름답다. 물론 웅장하고 정교하다. 너무 격조가 높아 "이 아름다움은 속임수다. 원작보다 훨씬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을 흠정역은 '자선(charity)'으로 표현하고 있다. 루터가 아무도 쓰지 않는 라틴어 불가타역으로부터 '시장의 언어'로 종교개혁을 이뤄냈다면, 이 책은 '대영제국'이라는 상징적인 가치와 함께 격조 높은 언어들로 비기독교인들도 '셰익스피어 전집 옆에 놓고 싶은' 고전과 같다. 그래서 '제네바 성경'을 들고 대서양을 건너간 청교도들의 후예인 '바이블 벨트'에서 흠정역을 고수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투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성경은 '위험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기만 하면, 자신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심지어는 오늘날의 미국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한 대제국이 통째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는 가죽 표지의 두꺼운 종이책 없이도 성경을 클릭 한 번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만큼 우리는 성경의 '위험성'을 잊은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너무 위험해서' 한 쪽에 모셔다 두고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경은 포용적이다. 역동적이다. 그것은 결코 정적이지 않다. 강요하고 고정적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 대상은 언제나 스스로를 개조, 쇄신하고 있다. ... 그것이 철장에 갇혔다고, 무덤에 묻혔다고 생각할 때, 북한이나 소비에트나 나치 등이 이를 완전하게 틀어막았다고 생각할 때, 성경은 튀어 올라온다. 알다시피, 예상을 깨고. 위험하게." 2년 전 나온 래리 스톤의 <성경 번역의 역사>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가장 위험한 기도, 그러나 가장 위대한 기도"
부제는 '가장 위험한 기도, 그러나 가장 위대한 기도'이다. 저자가 지난해 '주기도'에 대해 설교한 것을 다듬고 보완한 것이지만, 대표작 <사귐의 기도> 연장선상에서 보듯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한 문체로 독자들을 설득한다. 주기도문 관련 책들이 '주기도 내용'을 대부분 한 줄씩 강해하는 형태를 띠는데 비해, 김영봉 목사는 주기도의 원래 뜻을 들려주면서 기도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는 주기도문이 '가장 완전한 기도(토마스 아퀴나스)', '기독교의 모범 기도문(마르틴 루터)' 등으로 불리는 '예수님이 남겨주신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이지만, "자주 암송하면서도 그 정신을 묵상하고 실천하기를 힘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책을 썼다.
"기도 안에 그 사람이 담겨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기도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목표로 살며, 무엇을 귀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주기도에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는 또한 당신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에 담기기를 바라시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시려는 모든 말씀이 이 기도문 안에 수정처럼 농축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주기도를 생각 없이 '주문'처럼 암송하지 않고 그 의미를 더욱 살아있게 하기 위한 '창조적인 변화'들도 소개한다. 먼저 주기도 전체를 한꺼번에 암송하는 대신 한 구절씩 따로 기도드리고 묵상과 기도를 병행하거나, 한 구절의 기도를 말로 올린 다음 충분한 시간 동안 묵상하는 등의 방법이다.
"제대로 드리는 모든 기도는 위험합니다. 헨리 나우웬이 말했듯, 제대로 기도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편안하게 느끼던 것들을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기도를 제대로 드린다면, 우리 삶은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그 변화가 우리의 옛 사람에게는 크나큰 위험이고 위협입니다. 옛 사람이 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기도는 또한 가장 위대한 기도입니다. 우리 삶에 진정한 소망을 이끌어 오기 때문입니다.
김영봉 목사는 헬무트 틸리케의 <세계를 부둥켜 안은 기도(홍성사)>,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윌리엄 윌리몬이 함께 쓴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복있는사람)> 등과 자신의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