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갱신과 진정한 개혁은 '대위임'과 '대계명' 순종서부터

기독교의 본질과 정체성 회복 위해, 질문 던지고 답 구해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인식과 이에 기초한 영성 실천
성경적이고 균형잡히고 건강한 구원론·교회론·종말론 절실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주님께서 주신 사명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크게 두 가지를 들자면 하나는 세계선교의 완성에 공헌하라는 것, 즉 주님의 대위임(마 28:18-20)에 순종하는 것이며, 둘째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가정과 교회, 사회 공동체를 이뤄가는 것, 즉 주님의 대계명(마 22:36-40)에 순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의 위대하고 영구적인 사명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과 필수요건이 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이다. 한국교회의 참된 갱신과 진정한 개혁 없이는 위의 두 가지 거룩한 사명을 결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내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중한 병에 들어 있는 교회가 전하는 복음은 '완전한 복음'일 수 없고, 도리어 구멍나고 왜곡된 복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내적으로 심각하게 부패된 교회가 행하는 사랑이란 결국 위선과 자기과시, 일시적 흥행을 위한 이벤트에 불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 기독교권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시대적 도전 앞에 교회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지키려, 신실하게 선한 싸움을 수행하고 있는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군사들이 있다. 그 많은 분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각자의 삶과 사명의 현장에서 묵묵히 눈물로 거룩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중차대한 문제들을 노정하고 있다. 영적 무기력과 도덕적 타락, 교리적 혼란과 잘못된 관행들, 온갖 이단과 사이비의 도전 등 수많은 당면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 한국교회의 뼈를 깎는 자기 갱신과 개혁 없이,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정말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독교의 본질과 본연을 회복하는 것이다.

'기독교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구하는 거룩한 몸부림으로부터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은 시작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의 정체와 존재론에 대한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질문을 던지고, 기독교의 본질과 본연을 찾아나가는 거룩한 해명작업 없이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내에서 개혁과 갱신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 가운데 발견되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바로 이런 기독교의 정체와 존재론에 대한 급진적 질문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의 다양한 타락 현상에 대해서는 재빠르게 인식하고 있기도 하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건설적인 대안도 제시하지만, 더 심오하게, 더 치열하게, 더 급진적으로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고 그 물음에 진지하게 해명하려는 작업을 등한시하는 천박성이 소위 '개혁그룹' 내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또한 한국교회의 위기를 부채질한다. 결국 모두가 공멸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교회의 갱신은 성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신 거룩한 사명이다. 더 미룰 수도 없고, 더 미루어서도 안 되는 절체절명의 사명, 바로 그것은 조국 교회의 거룩한 정화이다. 이 거룩한 사명과 소명에 응답하는 거룩한 몸짓이 기독교의 본질과 본연, 정체와 존재론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에 있음을 깨닫고, 묵묵히 거룩한 해답찾기를 수행해가는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 한국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신학적 과제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인식의 회복이다. 한국 기독교는 한반도에 먼저 들어왔던 여러 종교들과의 교섭 과정을 통해 다양한 변용 과정을 경험했다. 이 변용 과정이 긍정적인 결과들을 산출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부정적인 열매를 더 많이 산출했다. 그 중에서도 전통적인 무속신앙·샤머니즘과 유교의 부정적인 영향력은 심대했다.

특히 유교가 강조했던 가부장주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세 위격 중 성자와 성령 하나님을 상대적으로 무시하면서 성부 하나님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균형을 잃은 권위주의적 기독교를 만들어냈다. 또 전통적인 무속신앙·샤머니즘의 정령숭배는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을 상대적으로 무시하면서, 성령 하나님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성령의 역사 중에서도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은사체험을 강조하는, 건강하지 못한 신비주의적 기독교를 산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건강하고 균형잡힌 인식의 회복은 기독교의 본질과 본연을 되찾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둘째,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인식 회복에 기초한 삼위일체 영성의 실천이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은 상호내주(페리코레시스, perichoresis)의 관계성 속에 영원한 연합적 친교, 사귐, 교제, 교통을 누리고 계신다. 이 연합적 친교(communion)는 서로를 사랑하시고, 서로를 영화롭게 하시며, 서로를 환영하시고, 서로를 섬기고, 서로에게 복종하시는 거룩한 코이노니아(koinonia)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러한 존재 방식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 내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연합적 친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로를 사랑하고, 영화롭게 하며, 환영하고, 섬기고, 복종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삶의 방식이 우리의 가정생활과 교회생활, 나아가 사회생활 가운데서 실천되고 구현될 때 한국 기독교의 바른 정체성이 회복될 수 있다. 삼위일체 영성이란 다름 아닌 모든 타인, 그 중에서도 약자에 대한 사랑과 존중과 환대와 섬김과 복종의 영성이기 때문이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영광에 대한 바른 인식의 회복이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이 기독교의 정체를 규정하는 근본 토대이자 기독교가 지향하는 궁극적 실재이시지만, 세 위격 중에서도 사람의 몸을 입고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기독교의 중심이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를 기독교 되게 하는 바로 그것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독생자요 구주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한국 기독교는 진정한 의미에서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존재적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되심이 재확인되어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이 적절하게 강조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된 교회와 목회, 예배와 설교의 회복이 절실하다. 교회의 주인이 목회자나 당회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심이 다시 고백되어야 하고, 목회자가 참 목회자요 목자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종자라는 사실이 다시 회복되어야 하고, 예배의 이유와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가 되어야 하고, 설교의 중심 주제가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그 분의 십자가와 부활이 되어야 한다.

넷째, 성경적이고 균형잡힌 구원론의 회복이다. 구원은 죄 사함이다. 하나님을 대항하여 지었던 반역죄와 신성모독의 죄를 사함받는다. 죄 사함은 죄에 대한 형벌로써의 지옥과 불못, 그리고 죄를 지으며 느끼는 쾌락과 우리 가운데 잔존하고 있는 죄의 권세와 죄의 실재로부터 해방을 포함하는 통전적 구원이다. 구원은 화해이다. 원수되었던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사건이다. 하나님과 화목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누리기 시작한다. 하나님과 화해된 그리스도인은 기쁨과 감사와 자발적인 결단으로 주님과 동행하기 시작한다.

주님과의 동행, 주님을 누림, 주님을 기뻐함, 바로 그것이 바로 영생을 이 땅에서 누려가는 것이며, 이 땅에서 시작된 영생의 누림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넓어지며, 우리가 이 땅을 떠나는 날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확대된다. 구원의 목적은 인격과 성품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선한 일에 열심하는 하나님의 친백성이 되는 것이다(엡 2:10, 딛 2:14). 선행이 구원을 낳는 것이 아니라, 구원이 선행을 낳는다. 선행은 개인적인 차원만이 아닌, 사회적·국가적·지구촌적 차원을 가진다.

다섯째, 건강하고 성경적인 교회론의 회복이다. 성경적인 교회론의 회복은 교회의 존재적 본질에 대한 바른 인식의 회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회는 물리적인 건물이 아니고, 사교단체가 아니며, 구제단체도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람들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님과 구주로 고백하는 예수 제자들의 공동체이다. 교회는 하나님을 아빠와 아버지라고 부르는 하나님의 가족이며, 신랑과 남편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요, 아내이며, 성령님께서 거하시고 내주하시는 성전이며,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그 분의 유기적인 몸이며, 거룩한 영적 전쟁을 수행하는 하나님의 군대이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며, 진리의 기둥과 터이며, 그리스도의 양무리이며, 성도들의 어머니이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권에서 교회의 본질은 정말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교회의 본질과 정체 회복은 이 시대에 반드시 이뤄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밝고 건강하고 균형잡힌 종말론의 회복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공격하고 어지럽히는 대부분의 이단들은 종말론의 왜곡으로부터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이단과 사이비 단체들이 주창하는 종말론은 두렵고, 어두우며, 세상을 무책임하게 도피하게 하는 암적 종말론이다. 하지만 성경의 종말론은 밝고, 희망차고, 긍정적이며, 건강하고, 균형잡힌 종말론이다.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종말론이다. 심지어는 고난과 핍박과 순교 중에서도 영광 중에 다시 오셔서 세상을 공의롭게 심판하시고, 새 하늘과 새 땅을 능력으로 이루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된 소망과 희망으로 가득찬 종말론이다.

위로와 승리가 약속된 진취적인 종말론이며, 세상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능력을 힘입어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변혁시키는 역동적인 종말론이다. 이렇게 밝고 건강한 종말론의 회복은 한국 기독교의 본연을 회복함에 있어 중차대한 의미가 있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바로 이 거룩한 회복을 위해 존재하며, 이 일에 헌신하도록 부름받았다. 이 회복의 과정을 통해서만, 기독교는 본질을 지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많은 형제 자매들이 이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동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성욱 교수(미국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큐리오스 인터내셔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