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5월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수는 137만명, 2012년 1-5월까지는 142만명이 이스라엘을 방문하였다. 이는 2년 전에 비하여 4%가 증가한 것이다. 2012년 5월 한 달에는 32만 1천명의 관광객이 이스라엘을 방문하였는데, 이 숫자 역시 2011년 5월에 비하여 4% 증가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정치적인 안정과 이스라엘 정부의 지속적인 관광 산업 투자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성경의 역사 지리적인 배경 (background of historical geography of the Bible)이 지금처럼 강조된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경에 기록된 많은 역사적인 사건에는 실재 그 사건들이 일어났던 장소들이 있다. 그러나 성경의 정확한 지역과 장소들은 팔레스틴의 오랜 격동의 시기인 로마, 비잔틴, 맘룩, 십자군, 무슬림, 터키, 영국의 지배는 받는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것이 19세기에 이르러 경건한 기독교 학자들의 관심에서 시작되어 성경의 중요한 장소들이 하나씩 그 위치가 확인되고 있다. 1960년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성경의 많은 중요한 장소들이 현대 고고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입증되었다. 1세기 실로암 연못, 다윗의 궁전, 사아라임 (수 15:35, 삼상 17:51, 대상 4:31), 갈릴리 막달라 마을에서 1세기 갈릴리 회당이 발견된 것은 가장 최근의 일이다. (이스라엘에 도착하면 유대 종교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벤구리온 공항에서 기도하는 유대인)

오늘날 우리는 성경의 많은 사건들을 실재 일어났던 바로 그 현장에서 성경을 읽을 수 있다. 다윗이 예루살렘 (여부스 성)을 점령하고 그 이름을 다윗 성이라 한 곳 (삼하 5), 다윗이 통일 이스라엘을 33년간 통치했던 다윗 궁전 (large stone structure), 솔로몬이 다윗을 이어 왕위를 계승했던 기혼샘 (왕상 1), 솔로몬의 성전 터 (왕상 6), 느헤미야가 도비야와 산발랏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2일 만에 건축한 예루살렘 성벽 (느 6:15), 주후 18년 곧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때, 갈릴리의 분봉왕이었던 헤롯 안티파스가 수도로 삼았던 디베랴, 사도들의 행적과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경에 기록된 수 많은 사건들의 실재 그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항공 산업이 발달되고 개인의 경제력이 풍족해진 결과 이제는 누구라도 쉽게 성경의 땅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전만 해도 성경의 땅은 주로 믿음의 열정을 가진 경건한 그리스도인만 방문하는 꿈의 땅 (Dream Land)이었다. 성경의 땅을 지금처럼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미국인 선교사들이 성경의 땅 (the Holy Land)을 처음 방문한 해는 1819년이다. 당시 미국 선교사들은 고국을 떠난 지 1개월 만에 배를 타고 욥바 항구를 거쳐 성경의 땅에 도착했다. 그러나 지금은 12시간이면 비행기를 타고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을 거쳐 성경의 땅을 밟을 수 있다.

2백년 전 선교사들은 텔아비브-욥바에서 예루살렘까지 꼬박 3일 걸려 여행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텔아비브 공항에서 가까운 욥바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다.

미국 선교사들이 성경의 땅에 첫 발을 디딘 지 반 세기 후인 1867년 미국의 극작가인 마크 트웨인 (Mark Twain) 역시 성경의 현장을 찾았다. 당시 온 이스라엘은 황폐했고 버려진 불모지 같았다. 마크 트웨인은 팔레스틴의 거친 길을 걸으면서 그 길을 “지옥으로 향하는 길” 또는 “황량하고 도무지 매력이 없는 길”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예루살렘은 거렁뱅이 마을이 되었고 예루살렘의 영광은 나뉘었다.”

19세기 선교사들의 이스라엘 방문 이후 성경 학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의 땅에 관심을 갖고 성지 순례에 나섰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성경의 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학자는 성경 지리학의 아버지 (Father of Biblical Geography)라 불리는 에드워드 로빈슨 (Edward Robinson)이다. 로빈슨은 1832년 (두 번째 방문은 1852년)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 엘리 스미스 (Eli smith)와 함께 성경의 땅을 처음 방문하였다. 앤드류 신학교 (Andrews Theological Seminary)의 구약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로빈슨은 성경의 많은 지명들이 당시 아랍인들의 마을 이름에 생생하게 남아 있음을 알았다. 예를 들면, 벧엘의 아랍 이름은 베이틴 (Beitin), 실로의 아랍 이름은 세일룬 (Seilun), 아낫의 아랍 이름은 아나돗 (Anathoth)인 것처럼 당시 불렸던 아랍 이름들에서 로빈슨은 성경의 현장들을 확인하였다.

로빈슨은 성경의 역사 지리학에 큰 업적을 남겼다. 특히 성전산의 남서쪽 성벽에 불쑥 튀어나온 아치 (arch)을 주의 깊게 살핀 로빈슨은 그 아치의 용도를 성전산의 서쪽 언덕과 성전산을 서로 연결했던 육교로 생각했다. 로빈슨이 발견한 아치는 후에 로빈슨 아치로 불리는데 그 아치의 실재 용도는 중앙 골짜기의 낮은 곳에서 성전산으로 올라가는 성전산 계단으로 확인되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실재 그 현장에서 읽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처음 했던 그는 탁월한 성경 역사 학자였다. 로빈슨에 의해 확인된 로빈슨 아치는 1세기 예루살렘 성전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통로 중의 하나였다. 지금도 예루살렘을 방문하면 로빈슨에 의해 발견된 아치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성벽에서 로빈슨 아치를 볼 수 있다)

1847-1848년 미 해군 중위 윌리엄 린치(William F. Lynch)는 요단강의 근원지를 조사하였고, 사해를 탐사하는데 성공하였다. 린치의 조사는 사해를 조사한 첫 번째 과학적인 탐사였다. 1857년 모비딕 (Moby Dick)의 저자인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도 팔레스틴을 여행하였다. 멜빌은 팔레스틴을 황량한 지옥과 같다고 표현했다.

미국에서 성지 순례의 붐은 남북 전쟁 (1861-1865년) 이후였다. 아브라함 링컨은, 1865년 암살 되기 전에, 성지 순례를 하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율리시스 그랜트 (Ulysses S. Grant) 대통령은 두 번 재임을 마친 후에 성지 순례를 포함하여 세계 일주에 나섰다. 데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의 나이 15살 때인 1873년, 가족과 함께 성경의 땅을 방문하였다. 15살의 어린 나이 루즈벨트는 성경의 땅을 방문하면서 자신의 느낌을 일기장에 기록하였는데, 이런 대목도 있다: “욥바는 아름다운 여인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Jaffa is thoroughly oriental with very pretty women)”고 적었다.

초기 미국의 순례자들은 예루살렘 옛 성 (Old Jerusalem)의 욥바 문 안쪽에 위치한 메디테러니안 호텔 (Mediterranean Hotel) 또는 다마스커스 문 근처의 다마스커스 호텔 (Damascus Hotel)에 머물렀다. 초기 순례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기념품은 성경의 흔적과 관련된 돌, 흙, 물, 꽃 등이었다. 당시 많은 순례자들은 작은 망치를 여행 가방에 넣고 순례길에 올랐는데, 그 이유는 예루살렘 성전 벽의 돌 일부를 깨서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마크 트웨인 역시 솔로몬 성전으로 생각하는 돌을 깨서 가져갔다.

성경을 글로만 읽고 그 배경을 상상하는 것과 실재 현장에서 성경을 읽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성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구원에 이르는 진리가 기록된 하나님의 거룩한 책이다. 그 진리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지나침이 없다. 평생 하나님의 말씀을 잘 가르치는 일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여기는 목회자들이라면, 해마다 이스라엘에서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2, 3년에 한 차례씩 성경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성경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윌리엄 올브라이트 (William Foxwell Albright)도 성경의 땅을 자주 방문하였고, 1922-1929년, 1933-1936년에는 예루살렘에서 성경을 연구하는 오랜 시간을 보냈다. George Ernest Wright, Frank Moore Cross, Raymond E. Brown, David Noel Freedman들은 모두 올브라이트로부터 성경의 비밀을 깨달은 학자들이다.

성경의 땅(각주 1)에 가면, 재물 이상의 얻는 것들이 많다. 막연한 것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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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컴퓨터로 정교하게 제작된 성경의 땅, 입체적인 모형은 이스라엘을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 땅의 높고 낮음, 지역 간의 거리, 도로망, 지역의 특징을 통해 성경의 세계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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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