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난해한 부분들 연구하고자 세운 학교, 그 의도 이어가고 싶다
무허가 신학교 난립할 때 종합대학으로 바꾸고 나니 911터져 하나님 계획 실감
한국에 복음 전해준 어머니 같은 교단 미국장로교 쇠퇴하고 있어...다시 선교하는 꿈 꾼다
돈 없어도 의지와 뜻만 있다면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만들고 싶어


1993년 성경의 난해한 부분들을 연구하고자 세워진 '임마누엘 오리지널 바이블 인스티튜트'를 전신으로 20년이 지나 어엿한 스무 살 청년으로 성장한 조지아크리스찬대학교(GCU) 김창환 총장을 만났다.

미주 지역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학교나 대학교는 많다. 그 가운데 학문 보다는 돈을 목적으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비자장사'를 하는 곳이 적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경우 역사가 깊은 미국 신학교나 교단차원에서 한인 디렉터를 섭외해 한인들을 대상으로 신학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 GCU는 한인이 세우고 운영해가는 종합대학으로 TRACS 정회원, ATS 준회원으로 인증돼 박사학위까지 수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춘 보기 드문 교육기관이다.

1년 전 애틀랜타로 캠퍼스를 옮기고, 대내외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스무 살 청년' GCU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쁘다. 2010년부터 한국의 신학교들과 활발하게 자매결연을 맺어 현재 호남신학교(총장 차종순)를 시작으로 한동대학교(총장 김영길), 영남신학대학교(총장 권용근), 대전신학대학교(총장 황순환), 최근에는 서울장신대(총장 문성근)와 학문분야를 비롯 교수와 학생, 논문, 도서관 등을 교류하고 있으며, 뉴욕/뉴저지 캠퍼스와 함께 올해는 버지니아/매릴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워싱턴 캠퍼스를 열고자 서류접수를 마친 상태다.

김창환 총장에게 물었다. '왜' 그리고 '무엇을 향해' GCU는 쉬지 않고 달리고 있나?

"지금도 솔직히 이야기 하면 이런 학교 보다는 순수하게 성경 구절 하나를 갖고 씨름하는 연구기관이 되길 바래요. 대학이 되니 연구보다는 해야 할 행정적인 일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연구는 마음껏 하지 못하게 되니 불편하죠. 1993년 '임마누엘 오리지널 바이블 인스티튜트'로 시작하고 3년 후에 신학교가 됐어요. 사람들의 요구도 있고 학교가 발전하면서 연구소가 신학교가 되고 신학교가 일반 대학으로 됐어요. 대학이 되니 갖춰야 할 면모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하나 하나 갖추려다 보니 생각지 못하게 학교가 커졌습니다."

'어쩌다 보니 커졌다'는 대답은 기자에겐 답이 되지 않았다. 다시 물었다. 그래도 발전하게 된 어떤 원동력은 있지 않았느냐?

"초창기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제 소속이 미국장로교(PCUSA)인데 교단 차원의 기준(Standard)은 '프린스톤대학'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처음 시작하는 학교가 그런 기준을 갖추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의 시각이나 기대가 그랬어요. 그걸 따라가려고 많이 노력하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이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을 보면 학생이 2-3명만 와도 클래스를 열고, 한 학기에 아무리 어려워도 10개 이상의 클래스를 개설했거든요. 대충 구색만 갖추고 엉터리 신학생들을 배출한다는 건 곧 엉터리 목사를 양성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높은 기준을 바라보고 굉장히 노력했죠."

김창환 총장은 솔직했다. 물론 좋은 면을 강조하고 내세우려고 했지만, 자신과 학교에 대한 몇몇 소문들이나 좋지 않은 평판에 대해서도 먼저 말을 꺼냈다. '언제 욕을 가장 많이 먹었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교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욕을 먹고 있는지도 물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넘어가자고 할 수 있는 질문에 김 총장은 오히려 더 해서 답을 했다.

"알파레타에 있다 (릴번 지역) 건물을 사서 이사오니 젊은 사람들이 돈이 어디서 났냐고 하면서 지역사회 인사들 중에 특히 나이 드신 목사님들께서 굉장히 오해하시고 욕도 많이 하셨어요. 제가 지금까지 잘한 일이 있다면 그런 분들과 한번도 대 놓고 싸우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냥 쥐 죽은 듯이 내 할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그런 상황에서 일일이 대꾸하고 반박하고 갔더라면 학교를 욕했던 분들과 회복될 수 없는 강을 건넜을 거에요. 지금은 그랬던 분들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갑니다. 그거 하나는 참 잘한 일이에요.

그리고 GCU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제가 세웠고 총장으로 있으니까 학교로 무슨 돈을 많이 벌었다, 명예 때문에 한다, 학위 장사한다 이런 말 많이 들어요. 학교가 제 개인 재산도 아니고 제가 총장직에서 물러나도 학교는 30년 40년 이어져야 하고, 그걸 위해 기틀을 잡고 있습니다. 솔직히 학교 운영하려면 학생들 등록금만으로는 매년 40-50만불 씩 적자에요. 작년에는 학교를 옮기면서 그 폭이 더 커졌고요. 그래서 펀드레이징도 하고 개인적으로 채워 넣기도 하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미국 신학교라고 하면 '우와'하고 보면서, 한국인이 세웠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에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학교가 발전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하면 무리일까요?"

애틀랜타에 이민 붐이 불면서 교회든 비지니스든 열기만 하면 잘됐다는 2000년대, 신학교들도 갑자기 많아졌다. 당시만 해도 이민문호가 넓고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지 않았기에, 쉽게 신학교를 세우고 편법으로 '비자를 팔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도 컸다. 2000년도에 생긴 한 신학교도 여러 가지 편법운영으로 총장이었던 목회자가 일년에 70-80만불 벌었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여서 신학교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상황에서 GCU는 안전지대인 '고치'를 스스로 깨고 나온다. 바로 일반대학교로 전환이 그것이었다.

"부정과 편법을 저지르는 신학교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신학교 이미지가 말이 아니었어요. 이걸 계기로 일반 대학으로 전환하자는 어려운 결단을 하고 2000년도 초에 주교육부에 대학설립 허가 신청을 냈고 인터뷰를 거쳐 승인이 나고, 2002년 가을학기에 처음으로 조지아크리스천대학 이름으로 신입생을 뽑았습니다. 2003년 1월에는 주교육부에서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여러 가지를 심사하고, 대학원 학위까지 줄 수 있는 학교로 인가를 줬지요. 일반대학 설립 신청을 하고 바로 2001년에 9.11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이민업무가 국토방위부로 넘어가면서 기존 I-20가 'Sevis I-20'로 강화되면서, 인가 있는 학교들만 국제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게 됐어요. 만일 2000년도에 미리 신청해서 인가를 받지 않았다면 힘들어졌을 거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은혜죠."

2003년 주정부의 인가 이후 2007년 TRACS에 인가를 신청해 2년 만인 2009년 준회원 승인을 받은 뒤, 정회원 인가를 준비해 2012년 11월 정식으로 레벨 4에 해당하는 정회원 인가를 받았는데 이는 준학사,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줄 수 있는 권한에 해당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2011년부터는 신학교 인증기관인 ATS에 인가를 신청해 2012년 준회원에 해당하는 멤버심을 획득했으며, 2012년에는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금 및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승인된 상태다. 김창환 총장은 이를 두고 "이제 학교가 갖출 수 있는 모든 법적 지위를 다 갖춘 것"이라고 자부했다. 워싱턴에 세워질 캠퍼스 워싱턴신학대학원(Washington Theological Seminary)을 설립을 위해 주정부에 지원할 때도 역시 인가 받은 학교인지를 가장 먼저 묻고, 그 정도 인가라면 문제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고 한다.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및 대출제도를 통해 정말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은 대학과정을 정부지원 100퍼센트로 공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된 것이죠. 보통 수입이 적은 분들은 한 학기에 3000불 가량 지원을 받는데 한 학기 등록금을 하고 교재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재학생 중에 성적이 3.5 이상이 되면 주정부에서 호프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요. 앞으로 조지아크리스찬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이 각 교회와 기관에서 꼭 필요한 사역자로 훌륭한 역할을 해 준다면 학교의 명성과 이미지도 많이 향상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20년은 어떨 것인지에 물었다.

"학교를 세운 동기가 성경을 연구하려고 했던 것인 만큼 믿는 이들을 더욱 믿음에 이르게 하는 사역을 감당해 가고 싶습니다. 교회가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음에 이르게 한다면, 학교는 이미 믿음을 가진 이들이 더 확고한 믿음에 서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또 미국장로교가 이제 많이 늙고 쇠퇴해서 동성애 이슈도 그렇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단 산하 신학교들도 자유주의 신학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 상태고요. 우리 학교가 힘으로 따지면 오병이어에 불과하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교단을 새롭게 하고 살리는 역할을 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