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듣고 들으면서 교인들의 상황을 알고 아픈 곳이 어딘지도 알고, 그 다음 말씀이나 기도로 나가려고 합니다. 제 생각을 먼저 주장하고 끌고 가는 것보다...그런 면에서 적응도 천천히 하고 앞으로도 차곡 차곡 다져나가려고 합니다."
한빛장로교회 이문규 목사를 만났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조용히 성도들을 다독이고, 애틀랜타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인터뷰 요청을 한 뒤 한참을 고민한 듯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연락을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말이 별로 없었다. '말씀이 별로 없으시네요;'라는 말에 멋쩍게 웃으며 '제가 원래 말 주변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잘 들어요'라고 답한 뒤 목회 역시 일단은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포부 아닌 포부를 밝혔다.
2남 5녀의 장남...'교회 안 다닐 수는 없겠니?'
이문규 목사는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가 넷이니 오랫동안 기다린 아들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일학년 한참 고민이 많던 시기, 학교와 집 중간에 있던 교회에 자주 들려 기도하며 하나님께 장래에 대해 묻곤 하던 그에게 고등부 전도사께서 '신학 한번 해보라'고 권했지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고 한다. 집안 형편도 그렇고 완고한 아버지가 허락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권유의 말이 이문규 목사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사람의 입을 통해 나왔지만 하나님의 부르심, '소명'이었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해 기도할 때마다 그 말이 계속 생각났어요. 그리고 여름방학 특별 기도회를 한 기도원에서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신학 쪽으로 열리게 됐어요. 아무리 떨쳐 버리려고 해도 그럴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고3때 장래희망에 '목사'라고 써 넣은 것이 아버지 귀에 들어가서 주일에만 교회 가는 것까지 못 가게 됐어요. 아버지께서 주일 예배 시간에 꼭 어딜 다녀오게 하셨는데, 한 2주 정도 하다 다리가 다쳐서 친구 부축 받으며 교회로 다시 갔죠(웃음). 다행히 한 선생님께서 일반 대학을 먼저 간 뒤 대학원에서 신학을 하라고 권해 주셔서, 숭실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장신대학원에서 신학석사와 조직신학을 마쳤습니다. 결국 아버지도 제가 목사 안수 받고 나서 장남이 목사인데 교회 안 다니면 되겠냐고 안수도 받으시고 집사 직분도 받으셨어요. 감사한 일이죠."
양들 먹이고 돌봐야 힘이 나는 목사
전도사와 교육목사, 부목사로 착실하게 사역하던 이문규 목사는 칼빈신학에 대해 더 깊은 배우고 연구하고자 웨스턴신학대학원으로 가서 Th.M을 마쳤다. 몸만 오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은 물론 기숙사비와 생활비까지 받는 편안한 생활이었지만 영적으로는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목회를 위한 공부를 위해 왔지만 막상 공부만 해야 하는 생활이 답답했던 것이다.
"박사과정까지 하면 최소 7년은 걸리는데, 공부하면서 설교를 못하니까 영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공부하는 건 참 좋았는데, 목회자는 설교를 준비하고 전하면서 자신이 영적으로 양식을 얻게 되고 자기를 점검하게 되는데 그게 안되니까요. 목사는 목회 하면서 설교도 하고 양들을 돌봐야 힘이 나요. 하지만 화란계통 장로교회에서 세운 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그분들이 가진 선교적 마인드는 참 많이 배웠어요. 한국 학생들을 전액 장학금을 주면서 가르치는 이유가 바로 이들을 한 명의 선교사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으로 공부를 마치고 테네시 쪽에서 청빙이 왔을 때 선교하는 마음으로 가게 됐습니다."
한빛교회 전에 담임했던 테네시 트라이시티 지역은 한인수도 적지만 다문화 가정과 유학생, 전문직을 갖고 있는 한인들로 구성된 교회여서 쉽지 않은 목회였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목사는 목회를 해야 행복하다고,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들도 다 자신을 깎으시고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었다며 오히려 감사와 행복으로 6년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나님을 하나님답게 인정하는 교회
"목회자는 지원병이라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징병받아 가는 강제병에 가깝잖아요. 사역지도 그래요. 이민교회가 사람들이 모이기만 잘하고 교회의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기 쉬운데,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곳에서 하나님께서 그 목회 상황 가운데 무엇을 원하시는지 그 뜻을 잘 분별하고 그것을 교인들과 함께 나누면서 그걸 향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목회비전이라는 것도 제 개인의 비전이라기 보다는 '교회가 교회되게 하는 것, 하나님을 하나님답게 인정하게 하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제 자신의 욕심과 뜻이 들어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내적으로 싸우면서 제 생각이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몸부림 칩니다."
어려움이 있는 교회였던 만큼 한빛교회에 부임해 이문규 목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저 곁에 서 있는 것이었다. 문제가 뭔지 들춰보거나 해결해 보려고 나서지 않고 '때로는 햇살처럼, 때로는 그늘처럼' 조용히 그러나 푸근한 품을 열고 기다리는 하늘 아버지를 닮아 그렇게 있어주니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조금씩 오해와 불신이 눈 녹듯 사라지고 평안함이 깃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회에는 은혜가 있어야 돼요. 은혜가 없으면 성도가 아니라 '악도'가 될 수 있어요(웃음). 올해 표어처럼 '성령으로 기도하는 교회'가 되어, 내적으로 먼저는 기도함으로 은혜 받고 영혼이 성숙하고 강건해지길 그리고 영적인 체질과 영적인 면연력이 강해지도록 인도하고 있습니다. 말씀도 중요하지만 말씀만 듣고 기도하지 않으면 귀만 높아지고 삶에서 우러나오지 않아 한마디로 영적으로 체하게 됩니다. 기도하면서 들은 그 말씀을 잘 소화시키고 거기서 힘을 얻어야죠."
20주년 맞은 교회, 지역사회 열린 교회로
오는 2월 10일 '20주년 기념예배와 임직식'을 갖게 되는 한빛교회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와 굴곡을 함께 한 어엿한 장년교회로 성장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40대 젊은 담임 목사와 함께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교회 간판도 바꾸고 둘루스와 존스크릭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역사회를 다양한 방면으로 섬기고자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 하나는 한빛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이들을 초청한 '홈커밍데이'다. 지금은 다른 교회를 섬기고 있더라도 길던 짧던 함께 한빛교회를 섬겼던 이들을 초청해 함께 신앙생활 했던 이들과 교제하고 혹시나 있을 과거의 앙금이나 아픔을 풀고자 하는 것이다. 혹시 아직도 교회를 정하지 못했다면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는 권유의 뜻도 들어있다. 옛적 일들을 덮어두고 잊어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 이문규 목사의 생각이다. 밝던 어둡던 이전에 일들을 드러내놓고 잘 소화해야지만 진정으로 치유되고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잘 갖춰진 교회 시설을 결혼식 장소가 마땅하지 않거나 행사 장소가 필요한 이들에게 개방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주변에 많은 기러기 엄마나 유학생 가족을 위한 입시 설명회, 젊은 엄마들을 위한 성경공부 등 조금은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손을 뻗쳐 '소문이 좋은 교회'가 되고자 한다고 이문규 목사는 소개했다. 특히 성경공부에 있어 이 목사는 조직신학을 전공한 만큼 뼈대를 잘 세워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신앙생활의 기틀을 마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빛장로교회는 10590 Parsons Rd. Johns Creek GA 30097에 위치해 있으며 주일 오전 11시 주일예배와 유년부 예배, 오후 1시 중고등부 빛 대학부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오전 10시 성경공부가 있다. 수요일 오후 8시에 수요예배와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6시 새벽기도회가 진행되며, 다양한 성경공부와 예배모임이 준비돼 있다. 더 자세한 소식이나 문의는 전화 770-418-0500 혹은 홈페이지 www.hanbitchurch.us를 방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