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가 발달되면서 연말연시 풍속도 많이 바뀐다. 새해에 복을 빌고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 여전히 종이로 된 카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온라인 상에서 전자카드를 보내거나 아니면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비디오를 보내기도 한다. 필자가 구세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래도 연말이면 지인들에게서 온 카드 몇장쯤은 책상위에 진열을 해야 그래도 한해가 마무리되는 느낌을 받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이나 메세지를 통해서 한국에서 날아오는 새해인사 중에서 눈에 띠면서도 아직 낯선 문구는 <올해 대박 나세요> 하는 거다. 만사형통하라는 뜻이어서 고맙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돈많이 벌어서 대박나라는 말처럼 듣기 좋은 말은 없겠다. 이런 말한마디를 놓고 굳이 물질만능주의라는 거창한 화두를 꺼낼 생각도 없다. 아직도 제일 많이 쓰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말도 따지고 보면 건강의 복, 물질의 복, 등등을 지칭하는 말일테니까 말이다.

흔히 말이 씨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덕담은 아주 중요한다. 말속에는 정서가 스며들어 있고, 가치관이 배어있고, 미래에 대한 바램이 숨어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에 큰 뜻을 부여한다. 이름은 살아 있는 동안에, 아니 죽어서도 계속해서 불리우게 되고, 그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요즈음에 의미보다는 듣기에 좋고 느낌이 좋은 이름을 선호하는 세태를 보면 안타깝다.

월급쟁이인 필자로서는 대박나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한테서 대박날 일이 뭐가 있을까?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이 최고의 학술지에 실리는 일인가? 미국경기가 좋아지고 주정부의 재정이 나아져서 지난 5년동안 동결되었던 월급이 좀 오르려나? 혹시 올해는 복권이라도 사볼까?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목표로 세운 일들이 이루지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받아들여야 맞을 것 같다.

새해 소망. New Year’s Resolution! 너무 큰 욕심부리지 말고 그저 실천 가능한 일들로 두세가지 쯤이 좋겠다. 새해에는 성경을 더 열심히 읽고 기도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막연한 계획들 말고, 성경을 반드시 일독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건강을 위해서 더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는 막연한 계획말고, 허리둘레를 1인치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측정가능하지 못한 목표는 방향을 제시해 주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추진력이 없다. 목표를 세우는 데에는 영성, 지성 그리고 육체를 단련할 수 있는 계획이 골고루 포함되어야 한다. 셋중에 우열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거꾸로 생각해서 그것을 실천할 시간을 찾아서 할애해야 한다. 어떻게 허리둘레를 1인치 줄일 것인지. 성경 일독을 하려면 하루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시간이 하루중 언제일지? 자신에게 투자하기 위해서 적어도 한달에 한권의 책을 읽으려면 그 책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구할 것인지? 나의 지인중에 한분은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데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인터넷을 통해서 신간을 찾고 서평을 읽고서 한두권을 주문한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는 잘 짜여진 계획을 실천할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목표는 시간이 날 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야만 달성이 가능하다.

새해의 경기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설사 국내에서 조금 더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세계 전체적으로는 작년 못지않게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시절을 탓하기만 할 것인가?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더 투자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