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의 한 권사님은 아홉 남매의 장녀이신데 여덟 형제가 모두 텍사스에 살고 자신만 남가주에 살고 계신다. 그것도 모든 형제들이 이십분 거리 내에 산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이 가장 연로한 이 권사님을 모셔 가기로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단 두 형제 간에도 서로 남남처럼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아홉 남매가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이 권사님은 한사코 이사를 거절하시고 여기서 지내기로 하셨다. 권사님께서 그렇게 결정하신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형제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 수십년 정든 곳을 떠나는 것이 싫으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정든 교회 식구들 때문이었다. 권사님은 아주 조용하신 분이지만 교회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모른다.

언젠가 우연히 권사님과 얘기를 나누다 권사님께서 우리 식구들 특히 아이들 이름까지 모두 줄줄이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날마다 우리 아이들 이름까지 기억하시면서 기도하고 계신 까닭이었다. 권사님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성도들을 위해서도 보이지 않게 늘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계셨다. 비록 육신의 피를 나누진 않았으되 예수의 피로 하나된 믿음의 가족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아끼는 마음에는 목회자인 나까지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