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오늘 친구로부터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3년 전에 남편과 함께 미국에 온 친구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분야에서 인정도 받고 잘 나가던 친구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왔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생활 속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수재 소리를 듣던 친구 남편은 날마다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미국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친분이 두터운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한국에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들어오라고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 학교에 적응된 아이들은 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제 친구 역시 좋은 Job을 가져서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의지하고 따라왔던 남편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파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안타까워 친구 대신 의논 드리고자 합니다.

A: 어떤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 다닐 때부터 미국, 미국을 입에 담고 살았습니다. 왜 그렇게 미국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특별히 이유도 없이 미국이 좋다고 합니다. 그 친구 역시 사십이 넘어서 미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가 미국을 좋아한 만큼 얼마나 미국에 대해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우리에게는 기회의 나라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기회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앞에다가 보기 좋고 먹음직한 떡 덩이 두 개를 놓고 내 마음대로 이것을 잡을까 저것을 잡을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향하여 문을 열고자 대사관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넓고 물질도 풍부하고 먹을 것도 많은 나라임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각자의 수고와 노력이 없이는 그 어는 것도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미국에 들어올 때, 미국에 계신 어느 동기 목사에게 정보를 얻고자 통화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 왈 “절대 들어오지 마, 내가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말릴거야.” 그 당시 저희는 미국을 향한 부푼 꿈이 있었고 기회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 친구 말이 너무너무 섭섭하게 들렸습니다. 내 속으로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러냐 하는 생각이 욱 하고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는 미국에 온 지 7 년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제 입에서도 불쑥 뛰어나오는 말이 “미국에 들어 오지 말라고 해!” 친구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리셔서 전화 주신 것 감사합니다. 스토리만 들어도 그 가정의 형편이 그림처럼 눈에 그려집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던 한 젊은이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들어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니,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저런 일로 부부가 떨어져 사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됩니다. 공부를 마치기 위해서 미국에 온 사람이 미국과 공부에 적응을 못하고 지쳐 계신다면 한국에 들어가셔도 특별히 그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에 총애하는 어른들과 의논를 했을지라도 내가 속할 그 자리는 한 개인이 결정해서 내려주지 않습니다. 그 곳에 있는 모든 스탭들과 의논하고 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 개인의 말을 듣고 섣불리 들어가신다면, 더욱 더 난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지쳐있는 남편을 바라보자니, 참으로 마음이 안타까우시겠습니다. 생활의 여유가 되신다면, 한 두 달 정도 여행이라도 다녀 오시면 좋으련만 그것도 여의치 않으신 것 같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같이 만만하게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기회를 잡으려면 모험이 따릅니다. 미국의 현실은 우리의 앞만 바라보면 안 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달 렌트 비와 유틸리티와 생활비를 걱정하다 보면, 1년 뒤도 계획하지 못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입니다. 저희 역시 미국의 현실의 냉혹함을 피부로 체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먼 산을 바라본다고 늘 주장하던 우리의 주장은 바로 내 앞의 현실만 보도록 우리를 유도했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미국에 들어올 때, 어느 작은 책자를 읽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 책은 제가 지금 기억하기로 킬로만잘로의 산 등정을 하는 책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것의 이런 글 귀가 써져 있는 것이 기억 납니다. “높은 산일수록 천천히 올라가라” 꼴레 꼴레 // 천천히 천천히 … 미국은 작은 산이 아닙니다. 빨리빨리 올라가서 정복할만한 산이 아닙니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호흡을 맞추어 내딛다 보면, 어느새 높은 산이 우리의 발 밑에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천천히 천천히 미국을 정복하시길 바랍니다. 높은 산일수록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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