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함께 광야를 건너 가나안 땅으로 행진할 때, 하나님께서 성막이라고 하는 작은 공간을 차지(?)하시고, 그 공간 안으로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에 여러 지파들이 있었지만, 오직 레위 지파만이 성막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다른 지파 사람들이 성막에 들어오면 죽임을 당했습니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제사장을 통해서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는 공간은 이렇게 외부로부터 격리된 공간이었고, 오직 하나님께 나아가는 그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성막은 이스라엘 백성 진영 한 복판에 위치합니다. 아니 하나님의 성막을 중심으로 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주위로 진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성막의 위치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노른자 땅입니다. 명동 한 복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강남 8학군이라고 하나요 – 요즘도 8학군이라는 명칭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하나님께서 자신의 텐트(성막)를 치시는 자리가 이스라엘 한복판, 노른자위였습니다.

그런데 그 노른 자위가 요즘 우리가 좋아하는 경제학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주 비효율적입니다. 오직 제사를 지내는 용도로만 그 땅을 사용하기에 놀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명동 한복판에 금싸라기같은 땅을 한 주일에 단 한 시간만 사용한다고 하면,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빵점입니다. 그렇게 비싼 땅이라면 당연히 비는 시간에 뭔가 생산성이 있는 활동을 하게 해서 효율성도 높이고, 생산성도 높이고 – 그게 우리에게는 익숙한 사고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노른자 땅을 차지하시고는 그 공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셨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교회는 그런 공간으로 인식되어왔습니다. 일주일에 다 합쳐봐야 몇 시간 쓰지 않는 공간이지요? 주일에 한 두 시간, 수요일 저녁에 한 시간, 그외에 교회를 쓰는 시간을 다 합쳐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니 혹시라도 금싸라기같은 땅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그런 식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효율성이라고 하는 가치로 보면 빵점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교회를 아예 다목적용으로 짓기도 하고, 그래서 이웃 사람들에게 문화공간으로 내주어서 지역사회와 교통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라고 하는 공간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워낙 작으니까 아직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지만, 혹시 교회도 효율적 가치를 따라 공간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간판은 교회라고 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세상과 별로 구별되지 않는, 예배도 그중에 하나가 되는 그런 공간이 되어버린다면, 온통 효율성에 따른 가치를 따라 땅을 혹사시키고 건물을 혹사시키고 공간을 혹사시키는 세상의 흐름에 교회가 따라가는 건 아닌지요?

비록 효율성을 따지면 참 어리석어 보이지만, 교회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해서 예배드리는 구별된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비록 한 주일에 단 한 시간만 쓰는 그런 공간이라고 해도, 오직 하나님을 위해서만 그 문을 여는 그런 공간 – 저희 교회가 커지면 그런 공간을 꼭 준비하고 싶습니다. 다른 공간은 다목적으로 쓰더라도, 예배실만큼은 오직 예배를 위해서 구별된, 세상의 가치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공간을 꼭 준바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을 거룩한 낭비라고 부릅니다.

저희 교회가 비록 공간적으로는 거룩한 낭비를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거룩한 낭비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묵상교재입니다. 매달 일정 양의 묵상교재를 돈을 주고 사다가 교회 복도에 비치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무료로 성도님들께 나눠드립니다.

어느 목사님께서 저희 교회에 오셨다가 그러시더군요. 그 목사님 교회에서도 성도님들에게 묵상훈련을 시키려고 묵상집을 사가시라고 권면했는데 잘 안되었다고.

그래서 저도 그랬습니다. 저희 교회도 잘 되는 건 아니라고! 그래도 그냥 가져다 놓는다고!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저희 교회 성도님들 가운데 매일매일 말씀을 묵상하는 훈련이 되는 성도님이 - 단 한 사람만 나올 수 있다면 쓰레기 통속으로 버려지는 나머지 책들을 기꺼이 낭비할 수 있다고!

그 한 사람이 성도님이시기를 축원합니다. 나 한 사람을 말씀묵상하는 사람으로 세우기 위해서 교회는 엄청난 돈을(?) 거룩하게 낭비하고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효율성을 무시하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해서 구별된 공간을 고집하는 교회를 세상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 한 사람을 묵상하는 사람으로 세우기 위해서 거룩하게 낭비하는 교회의 비효율성을 세상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거룩한 낭비를 고집하는 까닭은, 단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그 거룩한 길에 서시는 성도님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