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 플로리다주 정가가 요즘 여성 부지사의 동성애 스캔들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공화당 소속인 제니퍼 캐럴(53) 부지사가 "한 참모와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해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로 여성인 칼레사 콜 보좌관을 해고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 됐다.
캐럴 부지사는 해고 조치에서 더 나아가 콜을 불법 도청 및 직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콜은 "부지사가 나를 해고한 것은 다른 여성 보좌관인 베아트리스 라모스와 성관계를 하다 내게 딱 걸렸기 때문"이라는 폭로로 맞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흑인인 캐럴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태어나 8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다. 미 해군 장교로 항공기 정비병과에서 복무한 그는 소령으로 예편한 뒤 기업인으로 변신했다가 정계에 입문,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지난해 플로리다주 최초의 여성 부지사가 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등 가는 곳마다 미국의 보수적 가치를 강조해 흑인인데도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슬하에 자녀 3명을 두고 있고 장남인 놀런은 프로풋볼 마이애미 돌핀스에서 뛰고 있다.
은퇴한 백인 부자들이 모여산다는 플로리다에서 피부색을 딛고 성공한 여성으로 존경받는 그가 측근의 매머드급 폭로에 강력 대응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데서 더욱 커졌다. 지난해 10월 보좌관 해고로 불거진 이번 스캔들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던 차에 부지사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레즈비언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
2주 전 "보통 나같은 흑인 여성들은 그런 관계에 빠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주가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흑인사회에선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한 편이다.
최근 전미흑인목사연합회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지지 의사를 밝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발언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뜻하는 LBGT 단체들은 "어떻게 생겨야 레즈비언이냐"며 그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캐럴은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며 최근 사죄의 뜻이 담긴 공개 서한을 주정부에 보내는 등 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스캔들의 핵심 쟁점인 그가 실제로 동성애를 했는지 여부는 곧 있을 재판 과정에서 다뤄질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