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에서 '방상어'를 애타게 찾는 목회자가 있다. '방상어'가 무슨 생선인가 싶지만 사실 '방황하고, 상처 받고, 신앙적으로 어리석은' 이들을 뜻하는 한족교회 임찬군 목사의 '애칭'이다.

평균 수명 백세를 바라보는 현대 사회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일흔 살이 넘어 미국 땅을 밟은 것도 모자라 칠 년 만에 개척을 시작한 임찬군 목사.

▲한족교회 임찬군 목사.

"2006년 2월에 은퇴하고 7월에 미국으로 왔어요. 은퇴하고 시무하던 교회 출석하면 알게 모르게 관여하게 되니까 젊은 후임목사가 힘들어요. 미국에 와서 다른 교회 노인대학에서 봉사하면서 보니 교포들이 얼마나 방황하고 신앙적으로 어리석은지 느끼게 됐어요. 몸도 건강하고 은퇴한 교회에서 명예목사로 추대 받아 돈도 받는데 주님 앞에서 그냥 논다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기도 가운데 목회해야 한다는 마음을 자꾸 주셔서 올해 1월 가족들과 함께 개척을 시작했어요."

신학대를 졸업했지만 바로 목회자로 나서지 않은 데는 '목회를 할만한 자격이 없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서른 여섯에 장로안수를 받을 때까지 신학교 후배가 개척한 교회를 섬기며, 열두 가지 사업을 해봤지만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뒤에는 바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장로안수를 받는데 어머니께서 제 아내를 불러서 하시는 말씀이 '둘째 아들이 신학교 나왔는데 목회 안하고 세상일 하니 하나님께 돈 주지 말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이제 장로 되니 돈 주시라고 기도해야 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어머니께서 2000년도에 98세의 나이로 소천하실 때까지 저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그 기도의 응답으로 하나님께서 기가 막히게 저를 목사로 결국은 세우셨지요(웃음)."

임찬군 목사가 끝끝내 피하려고 했던 목사가 된 과정은 이렇다.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댔지만 결국 잘 되지 않아 지인의 소개로 속초에 재일교포가 골프장을 하려고 했던 20만평의 땅을 구입하게 된다. 익숙지 않았지만 땅을 일구니 제법 농사도 잘 되고 가을이 되고 추수도 어느 정도 끝날 때쯤... 인근 작은 교회 전도사가 같은 종씨 라는 인연으로 와서 목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로직분을 갖고 있던 임 목사가 성도들을 좀 가르쳐 달라는 전도사의 권유로 교회를 찾아가 보니 전도사와 성도들이 나눠져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러다 전도사는 갑자기 사임해 떠나 버리고, 얼떨결에 소속 노회의 노회장이던 신학교 선배 목사가 신학교 나온 장로로서 강단을 잠깐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성경, 찬송 들고 강단에 서는데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세요. 제가 망신 당하면 하나님께서 망신이시고 신학교 망신입니다'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기도만 나오죠. 그런데 설교 하고 내려오면 다들 참 은혜를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매일 심방을 다녔어요. 주변에서는 안될 거라고 말렸는데, 신기하게 아침에 심방 나서면 갔던 그 집 성도가 같이 따라 나서고 해서 저녁에는 한 열댓 명이 심방을 다니는 거에요. 수협장, 자동차 학원 원장, 파출소 소장 뭐 무조건 전도했어요. 추수 감사절에는 98명이 모이게 됐죠."

교회가 뜨거워 지고 부흥했지만 여전히 목회에 대한 확신이 없던 그에게 하나님께서는 사인을 보내신다. 교회 인근 큰 공장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많은 인부들이 생명을 잃었는데, 그 와중에 그의 전화를 받으려고 잠깐 나왔던 공장 주인인 장로의 사모는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그때의 충격으로 임찬군 목사는 결국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순종하고 서울로 올라와 광양교회를 개척하게 된다.

30년간 은혜 가운데 시무한 교회를 명예롭게 은퇴하고 자녀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와 편안한 노후를 보낼 계획이었던 임찬군 목사는 그러나 이민사회를 조금씩 알아가며 목회자로서 다시 가슴이 뜨거워 졌다고 한다.

"교회는 크게 두 가지에요. 하나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 다른 하나는 인간이 하는 교회. 내가 다시 개척을 하면서 무슨 큰 부흥을 꿈꾸거나 젊은 시절처럼 혈기왕성해서 의욕적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자 하는 마음이죠. 유럽은 이미 하나님을 떠났고, 미국은 이제 떠나고 있다는 말들이 들려요. 동성연애의 합법화 운동처럼 기독교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어요. 진정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고 싹이 나도록 돕는 사명을 맡은 게 목사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고 교인들과 그 뜻대로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어디'방상어'있으면 한족교회로 와서 함께 신앙생활 해봅시다."